“문 대통령의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인식이 아주 위험하고 큰 문제점들이 있다.”

최근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9월 평양공동선언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합의서’를 비준한 것을 두고 이 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평양공동선언과 판문점선언 부속 남북군사합의서는 국가 안전보장, 국가 안보에 심대한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이라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및 권한쟁의 심판 청구 등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문 대통령이 일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비준을 추진한 건 국회에 대한 기만행위라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후자의 경우 국회 비준이 필요치 않다고 보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남북관계발전법에서 국회 비준 동의를 요하는 두 가지 요건은 중대한 재정적 부담과 입법 사항이 필요한 때”라며 “이번 평양 공동선언은 거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원칙·방향 등을 담은 선언적 성격이 강한 평양공동선언의 경우 비준동의가 필요 없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에 따른 것이다.

정부의 평양공동선언 비준은 한·미 관계, 더 나아가 남·북·미 논의를 주도적으로 끌고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대북제재 해제의 전제 조건으로 선제적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의 기존 방침만을 따라서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어렵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조치이기도 하다. 얼마 전 문 대통령이 대내외적 우려에도 유럽을 순방하며 제재 완화의 환경을 조성하려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의 착공식을 골자로 한 이번 비준은 남북경협을 추진해야 할 국내 유관 부처·기관에 숨통을 틔워준다는 의미도 있다.

그동안 국내 기관들은 대북제재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경협의 준비 작업마저 마음 놓고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철도 유관기관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대북제재를 신경쓰다보니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한다. 정작 북한시장이 열렸을 때 실기할 우려가 높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가슴이 뜨끔했던 이유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국의 비핵화 기조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야당을 보고 있노라면, 각주구검(刻舟求劍)이란 사자성어가 절로 떠오른다.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가치는 어디에 있는 걸까. 미래일까, 아니면 이미 흘러가버린 과거 어딘가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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