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깊은 산 작은 연못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위에 떠오르고 여린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연못 속에선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가수 양희은의 ‘작은 연못’이라는 노래의 한 구절이다.

붕어 두 마리가 작은 연못을 독차지하기 위해 서로 싸우다 결국 한 마리가 죽고, 그로 인해 물까지 썩어 아무도 살 수 없는 곳이 됐다는 내용이다.

이 노래를 듣다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살아가는 우리나라의 산업생태계가 연상된다.

붕어 두 마리는 국내 경제를 책임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다.

이들은 표면적으로 ‘동반성장’을 내세우며 협업을 부르짓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기업의 횡포에 중소기업이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다.

작은 연못 안에서 힘이 센 붕어가 약한 붕어를 핍박하는 형국이다.

실제 지난 2016년부터 2018년 9월까지 최근 3년간 ‘중소기업 기술보호 통합 상담·신고센터’에 접수된 상담건수는 1만3000건이 넘는다.

기술보호 통합 상담·신고센터는 ‘중소기업 기술보호 종합대책’ 일환으로, ‘기술보호 통합상담센터’에 신고기능을 추가, 중소벤처기업부와 경찰청이 함께 중소기업의 기술유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했다.

이곳에 접수된 상담건수는 ▲2016년 3926건 ▲2017년 5119건 ▲2018년 9월까지 4339건에 달해, 올해 연말이면 6000건을 넘을 전망이다.

하지만 지난 3년 간 접수된 1만3000건의 상담건수 가운데 실제 피해신고로 이어진 건수는 고작 32건에 불과하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기술탈취를 입증하기도 어렵고, 소송으로 이어져도 막대한 소송비용을 부담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불공정을 바로잡아야 할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지난 2010년부터 2018년 10월까지 접수된 기술탈취 신고건수 66건 중 처벌한 기업은 2개사에 그쳤다.

붕어의 탐욕은 작은 연못을 아무도 살 수 없는 황폐한 곳으로 만들었다.

중소기업의 소중한 기술을 탈취하는 대기업의 횡포는 작은 연못을 독차지하기 위해 연약한 붕어를 죽인 힘 센 붕어의 악행과 별반 다르지 않다.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붕어 두 마리가 서로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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