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기준 신청 1020건, 당초 예상 절반
기대 못 미친 매입가격・절차 등에도 불만

소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의 수익 안정을 위해 정부가 고심 끝에 도입한 한국형 FIT 제도(소형 태양광 고정가격 계약제도)가 정작 해당 발전사업자들에게 매력 없는 제도로 여겨지고 있다. 농·축산·어민과 협동조합을 제외하고 일반 사업자는 30kW 미만 발전사업만 신청 가능해 대상이 극히 제한되고, 충분한 수익도 담보할 수 없다는 등 볼멘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한국형 FIT 제도는 정부가 소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자의 수익 안정을 위해 지난 7월 18일 시행한 지원 정책이다. 예측이 어려운 계통한계가격(SMP)과 REC(신재생 공급인증서) 가격 변동, 복잡한 신재생 공급의무화(RPS)제도 참여 절차, 낮은 정보 접근성 등 다양한 이유로 안정적인 수익창출이 어려운 소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을 위해 SMP와 1REC를 합산한 고정 가격으로 입찰 절차 없이 신청만 하면 태양광 발전전력을 20년간 매입해주는 제도다.

매입가격은 전년도 상·하반기 태양광 입찰(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 가격 중 높은 가격으로 결정된다. 올해는 SMP+1REC당 18만9175원을 받는다. 한국형 FIT 신청 가능 대상은 농·축산·어민과 협동조합은 설비용량 100kW 미만까지, 일반 사업자는 30kW 미만까지다.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한국형 FIT 신청 건수는 모두 1020여건이다. 애초 연말까지 2000여건에 달할 것이란 자체 전망과 비교해 절반 수준이라는 게 공단 담당자의 설명이다. 그나마 REC 현물시장 가격하락추세가 영향을 끼쳐 근래 신청 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물시장 REC 가격은 올 상반기 10만원대를 유지하다 지난 8월에 9만원대, 10월에는 8만원대까지 하락했다.

시장의 반응도 냉소적이다. 일반 사업자 중 30kW 미만 사업자가 드문 만큼 한국형 FIT 제도 대상 범위가 너무 한정적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A 태양광 개발업체 관계자는 “제도 도입 초기를 제외하고 현재 고객들의 문의는 전혀 없는 상태”라며 “근본적으로 일반 사업자 중 30kW 미만 발전사업자 자체가 드물다. 고객 분포를 보면 100kW 이상에서 근래 500kW 이하 발전사업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매입가격과 인허가 절차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영란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상임이사는 “확실한 수익 보장과 인허가 절차 간소화 중 하나는 이뤄져야 한다”고 적시했다.

김 상임이사에 따르면 현 매입가격인 18만9175원을 받을 경우, 30kW 미만 태양광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월 단위로 고작 수만 원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매입가격을 100kW 또는 1㎿ 미만 사업자가 대다수인 태양광 입찰 평균 가격을 토대로 정하는 만큼 규모의 경제를 고려할 때, 30kW 미만으로 상대적으로 용량이 작은 한국형 FIT 제도 신청 가능자들에게는 수익 측면에서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또 입찰만 생략됐을 뿐 각종 인허가 획득은 규모와 상관없이 기존 RPS 제도와 동일해 제도 도입으로 사업 참여가 쉬워진 느낌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견해다.

김 상임이사는 “30kW부터 1㎿(1000kW)까지 인허가 절차가 별반 다를 게 없다”며 “규모와 관계없이 인허가 비용과 소요시간이 거의 비슷해 품은 그대로 들고 수익은 훨씬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유럽처럼 소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에게 정부가 원스톱서비스를 통해 빠른 인허가 행정처리를 제공하는 등 별도 시책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현물시장 REC 가격의 반등에 대한 기대 심리 역시 한국형 FIT 제도 참여를 망설이게 하는 이유로 거론된다.

B 태양광 개발업체의 RPS제도 전문가는 “발전사업자에게 매입가격 18만9175원은 절대 높은 수준이 아니다”라며 “다수 발전사업자들이 직접적인 발전소 건설보다 시설담보를 통해 다소 비싸게 발전소를 분양받고 있다. 당연히 현 매입가격은 만족스럽지 않은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다소 높은 REC 가격대를 형성한 현물시장의 REC 가격도 최근 지속적인 하락추세를 벗어나 반등할 여지가 있는 만큼, 굳이 한국형 FIT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이 전문가는 “최근 현물시장 REC 가격하락추세는 일시적인 수급불균형이 원인”이라며 “여러 경로를 통해 관련 자료를 입수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0kW 미만 태양광발전소가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보급시책이 원인이라 생각한다. 현재 공급과잉은 시간이 걸려도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다만 유가상승에 따른 SMP 가격 오름으로 REC 가격이 내려갈 여지가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에 대해 공단 관계자는 “20년간 고정 가격으로 전력을 매입하는 만큼 그리드 패리티 달성을 위한 REC 가격하락추세를 고려하면 현 매입가격은 절대 낮은 수준이 아니다”라며 “일단 100kW 미만으로 신청이 가능한 농·축산·어민과 협동조합 등을 대상으로 홍보를 강화하고, 제도의 이점을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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