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교통청 신설 무산…위원회 구성도 ‘오리무중’

수도권 광역교통 갈등사례(자료제공=모창환 한국교통연구원 광역교통행정연구팀장, ‘수도권 광역교통 활성화방안 토론회’).
수도권 광역교통 갈등사례(자료제공=모창환 한국교통연구원 광역교통행정연구팀장, ‘수도권 광역교통 활성화방안 토론회’).

“대도시권 주변도시는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수도권 주민의 14%가 매일 시도(市道)를 넘나듭니다. 출퇴근 시간에는 평균 18명이 버스에서 서서 가야 합니다. (중략) 국토교통부 산하에 ‘대도시권 광역교통청’을 신설하겠습니다. 교통정책의 전권을 전담해 정책 일원화는 물론이며 대중교통 정책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겠습니다. 신설된 ‘대도시권 광역교통청’으로 광역버스 신설과 증설, 대중교통 편의성에 집중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대통령 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5대 교통공약’을 발표했다. 그중 세 번째 공약에 담긴 게 바로 ‘대도시권 광역교통청 신설’이다. 당시 문재인 후보는 “2014년 기준 수도권 출퇴근 평균 시간이 무려 1시간 36분”이라며 광역교통청 신설을 이 같은 교통난 해소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제시했다.

선거가 끝난 지 1년 5개월의 시간이 흘렀지만 광역교통청 논의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그 사이 교통행정의 사각지대는 더욱 확대됐다. 지자체 간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할 전담기구가 부재함에 따라 행정구역의 경계를 넘나드는 광역통근자들을 위한 교통행정이 도외시되고 있는 탓이다.

실제로 최근 모창환 한국교통연구원 광역교통행정연구팀장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광역교통행정을 둘러싼 부처-지자체 간 갈등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 갈등사례와 관계기관을 살펴보면 ▲광역버스 공급축소(서울시·인천시) ▲GTX 추진지연(국토부·수도권 지자체) ▲광역철도 노선갈등(서울시·경기도) ▲광역 BRT·환승센터사업 난항(수도권 지자체) 등이 눈에 띈다.

사례 대부분은 지자체의 교통행정권 부재, 예산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이해당사자 간 이견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앞서 설립된 수도권 교통본부의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집행력 부재’가 교통행정 전반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새로 만들어질 광역교통청이 수도권 교통본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다방면에서 충분한 집행력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례로 모창환 한국교통연구원 팀장은 지난 8월 연구원 전문잡지 ‘월간교통’을 통해 “광역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적 권한, 재원, 인사권 등을 보유한 광역교통청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도권 교통본부가 실패한 데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조합 형태라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한 만큼, 교통청에 보다 강력한 권한과 예산집행 능력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경기연구원도 올해 초 발표한 ‘통근불편 해소를 위해 시급한 광역 교통청 설립’ 보고서에서 “통근불편 해소를 위한 사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서는 교통시설특별회계 내에 광역교통계정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광역교통청을 특별지방자치단체 형태로 전환하고 기능도, 환경, 도시계획분야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수도권 광역교통청 논의는 관련 부처와 지자체 간 논의 중에 결국 무산된 상황이다.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토부는 업무보고를 통해 대도시권 광역교통 전담기구인 ‘광역교통위원회’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9월 광역교통청 신설을 요구하는 지자체들과 행정안전부가 ‘지방분권’을 쟁점으로 대립한 끝에 중재안으로 광역교통위원회를 설립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위원회는 이르면 내년 2월 중 가동된다.

현재 교통 관련 부처, 기관, 지자체 등은 위원회 발족을 위한 세부 내용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위원회가 당초 논의됐던 광역교통청과 비교해 어느 정도까지 권한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해선 아직 공개된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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