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장관 5·24 조치 해제 발언에 판세 요동
트럼프 스타일로 볼 때 영향 크지 않단 시각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은 지난 7일 방한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평양 정상회담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은 지난 7일 방한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평양 정상회담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최근 대북제재 해제를 두고 한·미 간 입장차가 드러난 가운데 연내 착공식이 예정된 남북 철도·도로사업에 또 다시 제동이 걸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을 위해선 대북제재 해제가 이뤄져야 하는데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한 만큼 속도조절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이뤄진 한·미간의 합의를 고려할 때 영향은 크지 않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지만 혼란은 계속되고 있는 형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대북제재 해제 발언과 관련해, “한국이 미국의 승인 없이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것(They won't do it without our approval)”이라고 밝혔다.

앞서 강 장관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5·24 대북제재 조치 해제를 검토 중”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기존의 대북제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다.

5·24 조치는 2010년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응으로 이명박 정부가 그해 5월 24일 내놓은 대북제재안이다. 남북 교역과 대북 신규 투자 등 경제협력과 인도적 지원까지 모든 지원을 차단하는 내용을 담았다.

강 장관의 발언에는 근래 들어 남북관계가 크게 개선되며 경협 재개 움직임이 본격화된 데 따른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특히 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남과 북은 올해 안에 동·서해선 철도와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가질 것”이라고 밝히면서 대북제재 해제가 시급해진 측면도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강 장관의 발언에 간접적으로 반발하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남북경협 재개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11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5·24 조치 해제 문제는 남북 관계 현황, 남북 관계 상황 및 대북제재 국면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검토해 나갈 사안”이라며 “외교장관의 언급은 남북 관계 발전과 비핵화 관련 대화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안보리 결의 등 대북제재의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고 설명했다.

강 장관의 발언으로 촉발된 일련의 논란이 한·미 간 불협화음으로 비치지 않도록 진화에 나선 것이다.

이어 외교부 대변인은 “북측이 비핵화에 대해서 의지표명을 한 것은 인정한다”며 “그러나 그것이 비핵화가 이뤄지는 확신인지는 우리가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남북관계 전문가는 최근 벌어진 일련의 논란이 대북제재 해제를 둘러싼 한·미간의 입장차를 보여준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는 태도는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해온 발언으로 미뤄 볼 때 이번 발언은 큰 의미를 부여치 않고 답변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며 “한·미 모두 대북제재 해제가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 경협이 재개될 수 없다는 점을 이미 인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북해제 시점에 대해선, “비핵화는 특정 사안 하나로 규정할 수 있는 전제가 아니라 북미 간의 신뢰와 소통의 결과물”이라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과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실무협상의 내용에 따라 판도가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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