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호주 환경단체 마켓포스는 호주 한국 대사관 앞에서 아다니 카마이클(Adani Carmichael) 프로젝트와 관련한 한국 금융사의 투자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10일(현지시간) 호주 환경단체 마켓포스는 호주 한국 대사관 앞에서 아다니 카마이클(Adani Carmichael) 프로젝트와 관련한 한국 금융사의 투자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금융권의 탈석탄 움직임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세계 곳곳의 투자은행·보험·연기금이 석탄발전과 관련한 투자에서 손을 떼고 있다. 2013년 노르웨이 개인연금기관인 스토어브랜드,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매출의 30% 이상을 석탄 분야에서 얻는 기업에는 금융투자를 중단한다는 발표가 대표적인 선언이었다. 이후 유럽의 다양한 금융사들은 석탄에 대한 투자와 지원 감축·중단을 선언하기 시작했다.

지난 5월에는 일본의 대형 보험사인 다이이치생명보험이 석탄발전소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석탄 투자 중단에 협조적이지 않았던 일본기관이 움직였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일로 평가됐다. 환경단체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금융권들의 움직임이 아시아에서도 일어나기 시작했다”며 환영했다.

한국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이달 2일 충청남도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탈석탄 동맹 가입을 공식 선언했다. 충남은 각각 당진, 태안에 세계에서 두 번째, 세 번째로 규모가 큰 석탄화력 발전 단지를 갖고 있다.

이틀 후인 4일에는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이 국내 금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국내외 석탄 화력에 대한 신규 투자 중단을 선언했다. 두 기관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1.5℃ 이하로 제한하는 인류 공동의 노력을 기관투자자로서 적극 지지하고 동참한다”며 “석탄발전이 기후변화와 미세먼지의 주요 요인임을 인식하고 향후 국내외의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관련 회사채 등을 통한 금융투자 및 지원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와 달리 국내 주요 금융사들의 석탄발전에 대한 직간접적인 투자는 여전히 현재진행중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조배숙 의원(민주평화당,전북 익산시을)이 11일 사단법인 기후솔루션과 함께 우리나라 공적 금융기관들의 국내외 발전부문에 대한 금융 제공 현황을 파악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공적 금융기관이 2008년 이후 국내외 석탄발전소에 투자한 금액은 총 23조 3856억원에 달한다.

농협과 국민연금, 한국산업은행 등이 국내 석탄화력에 12조 가까이 되는 돈을 제공한 것은 물론이고 해외 투자분도 11조를 훌쩍 넘긴다. 국내 석탄화력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금융사는 농협금융지주로 4조 2616억원을 투자했다. 해외 석탄발전에는 한국수출입은행이 6조 1788억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공적 금융기관들은 1조 4666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국내 석탄 발전사업에 조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외 석탄 발전 프로젝트에 이어지는 국내 금융사 투자를 두고 환경단체들은 항의에 나섰다. 지난 10일에는 호주 한국 대사관 앞에서 환경단체들이 ‘아다니 카마이클(Adani Carmichael)’ 프로젝트에 대한 한국 금융사의 투자 반대 시위에 나섰다. 아다니 카마이클 프로젝트는 호주 최대 규모(100억 달러)의 석탄광산 프로젝트다. 인도계 기업 아다니(Adani)가 카마이클 광산 개발을 추진하는 중이다.

환경 및 금융 관련 단체인 호주 마켓포스(Market Forces)는 이날 시위에서 “한국수출입은행과 호주 외교통상부 간 미팅에서 한국이 아다니 카마이클 프로젝트에 자금조달과 개발을 할 의향이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아다니의 카마이클 광산 개발은 세계문화유산인 그레이트배리어리프(Great Barrier Reef)를 오염시키고 농민들에게 필요한 수자원을 고갈시키는 환경·사회적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다니는 애보트포인트 석탄터미널(Adani Abbot Point Terminal·AAPT) 채권을 일부 매각해 카마이클 광산과 부설 철도사업 추진을 위한 자금을 조달한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 대우는 올해 7월 아다니 애보트 포인트 터미널이 발행한 선순위 채권 3억3000만 호주 달러를 인수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인 블레어 팔레스(Blair Palese) 350.org 대표는 “이번 주 한국에서 발표 된 IPCC 보고서는 격변적인 기후변화를 피하기 위해서는 1.5°C 목표를 준수해야 하며 이는 우리가 화석 연료를 계속 사용하고 개발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아다니가 제안한 초대형 광산과 같은 사업은 환경에 무모하고 재정적으로도 무책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등을 유발하는 석탄 발전 프로젝트를 안정적인 투자처로 여기는 금융사들을 규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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