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경상정비 직원 정규직 전환 범위 두고 논란
발전 정비업체 '애써 키운 기술자인데...공기업이 빼내가는 꼴'
노동계, 국민 생명.안전에 직접 관련된 ‘위험의 외주화’ 에 해당

발전소 경상정비에 참여하는 인력을 ‘비정규직’ 으로 보고 발전공기업에서 직접 고용해 ‘정규직화’ 하려는 논의가 시작된 가운데 비정규직의 범위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발전소 경상정비 시장은 한전기공(현 한전KPS)의 독점체제에서 2002년 정부 주도로 ‘민간 정비 전문기업’ 육성을 시작해 6~7개 민간 기업이 전문성을 확보해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쌓아왔다. 현재 민간 정비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은 전체 정비업무의 44%다.

기업들도 중견기업으로 성장해 금화PSC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1749억 원, 고용 인력이 820명에 달한다. 금화PSC, 일진파워 등 일부 회사는 증시 상장까지 마친 상태다. <표 참조>

여당 을지로위원회와 민주노총 중심의 노동계는 경상정비 업무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접 관련된 ‘위험의 외주화’에 해당하는 만큼 발전공기업에서 직접 고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발전소 사망사고의 97%가 외주업체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위험의 외주화 현장이며, 정부의 정규직전환 가이드라인에도 국민의 생명·안전과 밀접한 상시 지속업무는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시장상황을 왜곡한 것으로 정규직 전환 논의 과정에서 법적 문제 등 소송으로 비화될 수 있어 신중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 특히 정부가 공들여 육성한 30~40년 된 발전정비 전문 기업들은 하루아침에 회사 문을 닫아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 정비업계 관계자는 “노동계가 말하는 비정규직은 발전 정비 기업들이 시간과 돈을 들여 육성한 전문가며, 이들 인력은 민간 기업의 정규직으로 근속 연수가 20~30년 되는 직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들이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되느냐도 논란이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규직 전환 직종은 기간제 근로자, 파견, 용역이 대상이다. 경상정비와 환경설비 운전 업무는 물량도급 공사에 해당되기 때문에 아예 논의 대상이 안 된다. 또 위험의 외주화를 말하지만 발전소 정비는 베테랑 기술자에 의해 전문적으로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산재율을 보더라도 전체 산재율 평균 0.49% 보다 훨씬 낮은 0.02~0.03%에서 관리되고 있다. 특히 문제는 민간 정비업체들이 육성한 고도의 기술자들을 공기업이 빼내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민간기업의 영업권과 재산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또 고용측면에서도 민간 정비업체가 계약을 맺고 일하는 간접고용 인력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돼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일자리 창출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민간 정비업체 중에선 노동부 주관 2018년 고용창출 으뜸기업으로 선정돼 대통령 표창을 받은 사례도 있어, 민간 정비회사 소속 인력의 공기업 정규직화는 명분도 없어 득보다 실이 많은 결과가 예상된다.

회사 존립의 위기를 느끼고 있는 한국플랜트서비스, 금화PSC, 수산인더스트리, 일진파워, 옵티멀에너지서비스, 원프랜트 등 6개 민간 정비회사는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법적 정당성을 묻기 위해 법무법인 태평양에 법률자문용역을 받은 상태다.

법률적 판단도 정치권과 노동계의 주장이 범위를 넘었다고 보고 있다.

법률보고서에 따르면 정규직 전환은 민간 기업의 발전정비 시장 철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다시 공기업(한전KPS) 독점 구조를 공고히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민간 정비시장 개방이 독점에 의한 폐해를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는데, 20~30년 전으로 회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 공공기관의 민간위탁은 불가능해져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다른 사업자의 인력을 빼내 다른 사업자의 활동을 곤란하게 한다면 공정거래법에도 위배될 소지가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정부는 발전소 경상정비 분야는 전문성과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3단계 ‘민간위탁분야에 대한 정규직 전환’에서 본격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발전정비분야 정규직 전환 문제에 발목을 잡히면서 올해부터 시행될 발전정비산업 2단계 경쟁 도입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정부는 한전KPS의 시장 점유율을 낮추기 위해 올해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점진적으로 민간 정비업체의 수행물량 전체를 시장에 환원하는 발전정비산업 2단계 경쟁을 도입할 계획이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