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사고 두달새 13건…노후 변압기가 원인

한전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8월 23일까지 전국의 아파트에서 발생한 정전사고는 153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발생한 73건보다 110% 많아진 수치다.

같은 기간 경기도 고양시 내에서 발생한 아파트 정전사고는 13건이다. 약 두 달 간 전국에서 발생한 정전사고 가운데 8.5% 가량이 고양시에서 발생한 셈이다.

지난 7월말부터 8월 사이 113년 만의 기록적인 폭염이 한국을 뒤엎었고, 급격히 늘어난 냉방부하로 인해 노후 아파트의 전력설비 노후화와 설비용량 부족 문제가 화두에 오르고 있다.

고양시 역시 이 같은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고양시에서 두 달 동안 발생한 13건의 정전사고 가운데 7건이 변압기 소손으로 인한 사고다. 노후화된 변압기를 제대로 손보지 않아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

업계 전문가들은 일부 중소기업 변압기 제품의 품질관리 및 검증 체계가 미흡했던 점과 전기안전에 무관심한 시민의식이 연계된 것을 정전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한전에 따르면 고양시 관내 아파트 정전사고시 특정 중소기업의 변압기에서 집중적으로 문제가 발생했다. 변압기 제작사 자체 검사만으로 납품할 수 있기 때문에 품질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저품질 제품 유입의 주요인이라는 게 한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지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아파트 변압기 집중 교체 시기에 저품질 제품이 다수 설치된 것으로 한전은 분석하고 있다.

한전이 고양시 관내에 설치된 변압기 제조사별 고장율을 조사한 결과 문제가 된 제조사의 고장율은 16.7%에 달했다. 설치된 변압기 102대 가운데 17대가 고장을 일으킨 것.

타 대기업 제품의 경우 230대 중 1대, 143대 중 1대 등 고장율이 월등히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전기안전공사가 이 중소기업 제품을 점검한 기록을 살폈을 때도 2015년 2000정도였던 변압기 절연저항이 올해 점검결과에서는 많게는 340, 적게는 35까지 급격히 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불량제품과 더불어 시민들의 부족한 안전의식도 정전사고의 원인이 됐다.

전기안전공사는 일정 주기마다 아파트 전력설비에 대한 정기검사를 수행하고 있다. 설비 상태에 따라 합격‧불합격 판정을 내리는데, 불합격 판정을 받아도 제대로 설비를 관리하지 않았던 게 정전사고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고 전기안전공사 관계자는 전했다.

민간 아파트 단지의 경우 전력설비가 사유물이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수선 비용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변압기 교체 등에는 수천만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당장 피해가 없는 이상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시민들의 시설 투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정기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아도 절연유만 교체하고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일도 잦았다.

실제로 고양시 내 모 아파트 단지는 불합격 판정을 받은 뒤에도 설비를 개선하지 않아, 2개월 후 정전사고가 발생했다.

고양시는 아파트 정전사고에 대한 원인분석과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한 일제점검을 실시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고 전했다. 한전과 전기안전공사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일제점검 조사반을 편성, 정전단지의 전력설비를 점검해 정전재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

또 내년 민간 아파트의 변압기 교체지원 사업 예산도 큰 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초 5개 단지에 7000만원 정도를 지원한 고양시는 내년 사업 예산을 확대함으로써 노후 전력설비 관리에 집중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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