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대한민국 에너지대전서 살펴본 재생에너지 트렌드
농사 병행하는 '영농형 태양광 ' 좁은 입지에 설치 가능 '소형 풍력발전기'

HS쏠라에너지가 올해 7월 준공한 청주 소재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97.8kW)와 논.
HS쏠라에너지가 올해 7월 준공한 청주 소재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97.8kW)와 논.

가까운 미래, 재생에너지의 목표는 어떻게 실현될까. 정부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를 내세우면서 농가 태양광을 10GW, 협동조합 등 소규모 사업을 7.5GW까지 채우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에 따라 농사를 지으면서 태양광 발전소를 병행하는 ‘영농형 태양광’부터 대형 입지가 아니어도 설치가 가능한 ‘소규모 풍력 발전’까지 그 관심이 넓어지고 있다. 2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에너지대전’에서 이들의 현황을 살펴봤다.

◆ 농촌 태양광·영농형 태양광

재생에너지는 농촌에도 새로운 기회다. 태양광이 새로운 소득원이 될 수 있다는 소식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농업계의 관심은 날로 높아지는 모양새다. 농협 4차 산업혁명 조사팀이 분석한 결과 1300m2(약 400평) 기준 100kW 발전소를 짓는 데 드는 초기 투자비는 1억7000만원, 연평균 매출액은 약 2287만원에 달한다. 순수익은 968만1000원~1120만1000만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1300m2 벼 재배 순수익인 56만9000원의 17~21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농촌·영농형 태양광 사업의 경우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작 정보가 주민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 걸림돌이 됐다. 주민이 태양광 사업으로 수익을 얻기보다 외지인들이 사업에 참여하고, 주민들은 부지 임대소득을 얻는 정도에 그쳐 외지인과 주민 간 갈등이 심화됐다. 이 때문에 정부는 정책 자금 확산과 융자 제공, 홍보 등을 통해 농민이 직접 참여하는 농촌·영농형 태양광 사업을 독려하고 현지 주민들이 직접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제안하고 있다.

이성호 한국농어촌공사 본부장은 “지금으로선 절대농지에는 영농형 태양광 사업을 할 수 없지만 농식품부가 절대농지 내 염해 구역에서 일부 사업 허용을 검토하는 등 규제 완화가 이뤄진다면 농촌·영농형 태양광의 범위도 더 넓어질 것”이라며 “이밖에도 송·배전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이뤄져야만 계통연계를 원활하게 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촌·영농형 태양광 기업 / HS쏠라에너지 /

HS쏠라에너지는 지난해 농촌태양광 1호 사업을 맡아 시공한 데 이어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도 운영하고 있다. 영농형 태양광이란 농사와 태양광 발전을 병행하는 것이다. HS쏠라에너지의 경우 송영철 대표<사진>가 직접 농사를 하면서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 전기 판매 수익을 올리고 있다. 3900m2(약 1200평) 가량의 논 부지에 설치된 발전소(97.8kW 규모)는 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송영철 대표는 “청주시로부터 부지의 일시전용허가를 받아 발전소를 설치했다”며 “농사와 병행하면서 계통을 연계, 상업운전을 하는 발전소로는 우리가 유일해 한국농어촌 공사나 지자체 등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11월 첫 수확을 앞두고 있는 발전소는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송 대표는 “올해 수확물의 양은 70~80%가량 될 것 같다”며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시행하는 영농 복합형 태양광 사업의 정책과제도 맡아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 영농형 태양광의 사업화와 유지·관리, 농산물 생산관리 등의 표준화 작업을 맡은 것이다.

앞으로 농촌형·영농형 태양광 발전소의 발전을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송 대표는 “정부 규제가 하루빨리 완화돼 농민이나 귀농을 하는 이들이 실질적인 운영자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민을 위한 제1금융권의 융자 제공 기준 완화 등이 필요할 뿐 아니라 새로운 농업 인구의 유입을 태양광 발전이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농촌 고령화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태양광 발전의 고정적인 수입은 젊은 인구의 농촌 유입의 지지대가 될 수 있다. 송 대표는 “농사를 처음 짓는 이라면 농사를 시작한 첫해나 둘째 해에는 실패를 겪는 일이 잦은데, 이때 태양광 발전소를 통해 고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다면 귀농 초기 경험 부족으로 농사를 망치더라도 농촌에서 머무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지 않겠냐”며 “귀농을 시작한 사람들에 한해서 저금리로 융자를 제공하거나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정부 정책이 고민돼야 한다”고 말했다.

◆ 소형 풍력 발전

소형풍력발전은 바람의 질이 좋고 입지 면적이 작은 곳에서 유리하다. 풍력산업협회 감사이자 세계풍력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손충렬 인하대 명예교수는 “소형풍력발전은 아직 우리나라에서 보급이 미약하지만, 3kW 발전기의 경우 2.5m/s의 바람에서도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등 활용도가 높다”며 “설치 부지의 면적이 비교적 좁거나 독립 그리드를 유지해야 하는 곳에서 설치하기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소형풍력발전기를 확대 보급하려면 정부의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며 “관련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자에 주는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방식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형풍력발전기 제조 기업 / KVA VIND AS /

KVA VIND AS(대표 커트 샌드 오스테르가드·사진)는 덴마크 소형풍력발전기 제조업체다. 덴마크 내 소형풍력발전기 제조업체 고객평가 만족도 1위 기업이자 덴마크 내에 400대 이상의 소형풍력발전기를 설치했다. KVA의 주력 제품인 ‘KVA VIND15’는 15kW의 풍력발전기로, 연평균 풍속 5m/s에서 최대 38.5MWh를 생산할 수 있다.

커트 샌드 오스테르가드(Kurt Sand Østergaard) KVA VIND AS 대표는 “KVA VIND15의 특징은 피치 컨트롤(pitch control)이 가능한 점”이라며 “타 소형발전기와 달리 대형풍력발전기처럼 피칭을 통해 전력 생산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피칭은 날개의 경사각을 조절해 출력을 능동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피치 컨트롤이 가능할 경우 풍속이 낮은 곳에서도 바람을 최대로 이용해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오스테르가드 대표는 “한국에선 낯선 일이지만 덴마크에서는 개인이 풍력발전기를 설치하기도 한다”며 “이는 (덴마크) 정부의 장려 정책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서는 소형풍력발전기에서 생산되는 전력의 60%는 발전사업자가 사용하고, 나머지 40%는 정부에 좋은(good) 가격으로 팔게 한다”며 “이를 통해 사업자는 짧으면 5년, 대체로 8년 안에는 초기 설치 비용 등을 보전하게 된다”고 말했다.

풍력발전기는 독립계통에 어울리는 형태의 재생에너지 설비다. 우리나라와 같이 섬이 많은 곳에서 독립 발전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농촌 시설, 농장, 쇼핑몰, 캠프장 등 교외지역에 설치하기에도 적합하다. 오스테르가드 대표는 “미래엔 Off-Grid의 시대가 대두할 것”이라며 “이미 덴마크에선 (소형풍력발전기를 설치한) 개인은 계통 연계를 걱정할 일 없이 전기화(化)된 난방 장치와 전기 자동차 등을 통해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형풍력발전기는 계통연계에 필요한 송배전 설비를 위한 비용을 줄일 수 있어 국가적으로도 경제적”이라고 덧붙였다.

KAV VIND AS의 15kW 소형풍력발전기 제품. 연평균 풍속 5m/s에서 최대 39MWh가량의 전력을 생산한다.
KAV VIND AS의 15kW 소형풍력발전기 제품. 연평균 풍속 5m/s에서 최대 39MWh가량의 전력을 생산한다.

KVA는 15kW 풍력발전기의 설비 인증을 8개월~1년 내에 받고 판매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유통은 한국 내에서 3kW 소형풍력발전기를 제조·보급해온 한국신재생에너지(주)가 맡는다. 이일우 한국신재생에너지(주) 대표는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소형풍력기의 수요가 주로 섬에서 집중됐다”며 “해외로도 눈을 돌려 몽골, 일본 등지에 설치를 진행해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 KVA 제품의 국내 도입과 더불어 여러 공공기관 등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대형 발전단지의 자가 전력 공급용으로 소형풍력발전기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만큼 업계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덴마크 풍력 발전 성장과 역사를 함께해온 KVA는 한국 시장에서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오스테르가드 대표는 “1977년부터 40년간 더 나은 소형풍력발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한국에서의 발전 가능성을 아직 단정할 수는 없지만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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