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개발 추진 업체 20여곳 달해
신규인력·설비비용 등 누적 이중고

한 에폭시절연고장구간차단기(EFI) 제조업체의 공장 앞 야적장에 납품되지 못한 제품들이 쌓여 있다.
한 에폭시절연고장구간차단기(EFI) 제조업체의 공장 앞 야적장에 납품되지 못한 제품들이 쌓여 있다.

한전이 에폭시절연고장구간차단기(EFI) 사용을 중단하면서 촉발된 사태가 교착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한전은 내달 초까지 업체 간담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다는 방침이지만 업계의 전망은 밝지 않다. 사용중단 통보 이후 모든 사업이 사실상 ‘올스톱’되면서 누적되는 피해에 속만 태우고 있는 형국이다.

본지에서는 한전의 방침 통보 이후 불거진 논란의 이면을 업계 반응과 배경, 향후 전망 등을 주제로 3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한전의 EFI 사용중단 통보에 직격탄을 맞은 중전기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EFI 규격이 마련된 2015년 이후 개발에 뛰어든 업체들은 지침 통보 이후 개발을 지속할지 여부를 결정짓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분위기다.

최근 한전은 전용 변압기 연계 500kW 미만 분산전원용 EFI를 폴리머 컷아웃 스위치(COS)로 변경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전국 사업소에 내려 즉시 시행토록 했다. (본지 2018년 9월 19일자)

한전 측은 변경된 지침의 적용 대상이 올해 6월 15일 이후 접수분이라 피해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사실상 거의 모든 업체가 피해를 봤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EFI 업체들을 대표하는 전력기기조합과 중전기조합 등 양대 조합이 방침 통보 이후 시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접적인 피해업체는 기개발업체와 개발 추진 업체를 포함해 총 20여 곳에 달한다.

피해금액은 지난달 말 집계 기준 100억여 원이다. 하지만 EFI 사업을 위해 신규 채용한 인력 유지비용과 설비 구축 비 등을 합산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는 더욱 확대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이미 개발을 마친 뒤 납품을 기다리던 업체들은 야적장 가득 재고만 쌓아둔 채 일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A업체 관계자는 “현재 200여개의 재고가 쌓여 있는 답답한 상황”며 “설비가 쉬면서 EFI 관련 협력업체들까지 불만을 토로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창 개발을 진행하고 있던 업체들의 피해도 적지 않다. 일부 업체들은 갑작스러운 한전의 통보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B업체 관계자는 “수차례 내부 회의를 거쳤으나 개발을 계속해야 할지를 아직 결정짓지 못했다”며 “이미 수억 원을 투입한 상황이지만 개발 이후 납품할 길이 막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기개발업체와 개발 추진 업체 모두 신규 인력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FI 시장 확대를 기대하며 업계 불황에도 인력을 채용한 업체들은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얼마 전 신규인력을 채용했다는 C업체 관계자는 “EFI 시장이 불투명해지면서 해당 인력을 어떻게 활용할지 막막하다”며 “일단 EFI와 관계없이 (인력을) 끌어안고 가기로 했는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전했다.

전력기기·중전기조합 등 양대 조합은 이번 주 내로 피해조사 결과와 개정된 방침에 반발하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한전 측에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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