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내 100대 기업의 인재상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재가 갖춰야 할 역량으로 ‘소통과 협력’이 가장 많았다. 소통과 협력을 꼽은 기업은 무려 63개사나 됐다. 많은 기업에서 소통이 예전 같지 않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참고로 2008년에는 창의성, 2013년에는 도전정신이었다. 갈수록 조직에서 소통과 협력이 더 요구되는 이유는 시대 변화의 영향도 있지만, 직장 내 인구구조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화의 주역이었던 베이비 붐 세대가 조직에서 퇴직하고, 그 빈자리를 밀레니얼 세대가 채우고 있다. 많은 조직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조직 구성원의 50%를 차지할 정도이다.

조직 내 세대교체로 젊은 세대와 선배 세대 간 오해와 갈등이 더 커지고 있다. 최근 세대 간 이해와 공감의 일환으로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젊은 세대의 선배 세대에 대한 이해이다. 실제 많은 젊은 세대가 선배 세대와 소통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며, 선배 세대도 젊은 세대가 당신을 더 잘 알았으면 하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젊은 세대가 어떻게 선배 세대와 소통할 것인가. 영어 단어 존경(RESPECT)의 머리글자로 소통의 방법을 7가지로 정리해 본다.

첫째, 세련되게 거절하고 요청한다(Refuse & Require). 밀레니얼 세대는 역사상 가장 똑똑한 세대로 일컬어진다. 문제의식도 강하다. 매사에 “그게 맞을까?” 하며 의문부호를 던진다. 조직은 이런 젊은 세대의 호기심과 창의적인 유전자가 필수적이다. 젊은 세대는 부드러운 소통을 위해 세련되게 거절하고 요청하는 기술을 발휘해야 한다.

둘째, 선배 세대가 만든 유산을 포용한다(Embrace). 젊은 세대는 선배 세대가 만든 유·무형의 유산을 물려받게 마련이다. 젊은 세대는 선배 세대가 물려준 좋은 전통은 유지하되, 개선할 것은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선배 세대는 후배 세대가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않도록 관대해야 하고, 젊은 세대는 선배 세대의 경험과 지혜를 배워야 한다.

셋째, 잘못된 부조리에 맞서면서도 대안을 제시한다(Solution). 젊은 세대는 선배 세대가 만들어 놓은 관례와 구습에 불만을 느끼게 마련이다. 역사는 그렇게 정반합을 이루며 발전해왔다. 젊은 세대는 건설적인 비판과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변화를 일궈가야 한다.

넷째, 선배 세대의 노고와 호의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다(Praise).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며 보릿고개를 넘은 전통 세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산업화를 일군 베이비붐 세대, 정보화 시대의 포문을 연 X세대까지 선배 세대는 맡겨진 시대적 소임에 충실했다. 젊은 세대는 선배의 경험과 성공을 인정하고 감사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권위에 굴복하지 않으면서 매너를 지킨다(Etiquette). 젊은 세대는 선배 세대의 비위나 불법에 타협하지 않아야 한다. 정보의 비대칭이 줄고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발전할수록 개인과 조직은 수평화되고 있다. 그럴수록 구성원 간 서로를 존중하는 비즈니스 매너는 더 중요해질 것이다.

여섯째, 세대 간 다양성과 차이를 이해한다(Ce lebrate Difference). 세대 간 특성이 다른 것은 생애주기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세대 간 협력과 시너지를 위해서는 차이를 존중하고 다름을 이해해야 한다. 선배 세대는 젊은 세대를 권위로 누르거나 차별하지 않아야 하고, 젊은 세대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소외시키지 않아야 한다.

일곱째, 개인의 자유를 챙기면서도 팀 플레이한다(Team Play). 선배 세대가 개인보다는 조직, 업무보다는 관계를 중시했다면, 젊은 세대는 삶의 영역과 일의 성취도 소중하게 여긴다. 선배 세대는 나와 타인의 삶의 영역을 더 소중히 여겨야 하며, 젊은 세대는 때론 팀과 조직을 위해 헌신할 수 있어야 한다.

세대 간 소통은 갈수록 기업의 성과와 직결되는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다. 그럴수록 젊은 세대와 선배 세대가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먼저 선배 세대가 권위를 내려놓고 젊은 세대를 동등한 대화 상대로 대해야 한다. 또 젊은 세대는 선배 세대를 존중하고 인정하면서 후배 세대를 위해 새로운 디딤돌을 놓아야 한다. 이제 조직의 미래는 젊은 세대의 역할에 달려있다.

(주)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허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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