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민 대표의 금요아침) 명절에 듣기 싫은 말, 듣고 싶은 말
작성 : 2018년 09월 19일(수) 08:19
게시 : 2018년 09월 20일(목)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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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라온위즈 대표/(사)글로벌코리아 이사장/칼럼니스트/스피치디자이너

우리나라 양대 명절은 한 해를 시작하는 설과 한 해의 결실에 감사하는 추석이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과 친척 어른들로부터 세뱃돈 타는 재미와 명절음식 먹는 즐거움으로 늘 기대에 차있었던 기억이 있다. 종가집 며느리였던 어머니는 차례 음식 준비로 며칠 전부터 분주하셨고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설빔과 추석빔을 늘 사주셨다. 명절 때 만나는 친인척 동생들은 키가 훌쩍 커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학교 진학과 결혼, 취업, 출산이 공동의 관심사가 되었다.
그런데 이 즐거운 명절이 어느 때부터인가 피하고 싶은 자리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꿈이 많았던 나는 일에 몰두하느라 결혼은 뒷전이었다. 내 나이 서른을 넘기면서 어머니까지 ‘함 들어온다, 함 들어오나 내다봐라!’라는 잠꼬대를 하기에 이르렀고 친인척들은 노처녀가 되어가는 나를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명절 때 오랜만에 만난 친척 어른들이“아직 좋은 소식 없니?”라고 할 때마다 어른으로서 당연히 갖는 관심과 걱정의 표현인 줄 알면서도 짜증이 났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싶어도 재수, 삼수를 하며 실패를 거듭하는 입시생, 수십 번의 이력서를 내고도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는 취준생, 결혼하고 싶어도 경제적 여건이 안 되거나 적절한 배우자를 못 만났거나, 실연의 상처가 남아있는 미혼 남녀, 아기를 갖고 싶어 가슴에 멍이 든 불임 부부, 사업의 실패를 넘어서지 못하고 좌절 가운데 있는 사람들에게 “아직 좋은 소식 없니?”라는 질문은 각자의 입장에서 고문에 가까운 멘트다.

취업포탈 사람인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대상자 천여 명 중 51%가 명절에 스트레스를 받는 가장 큰 이유로 '듣기 싫은 말을 들어야 해서'(38.7%)가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남들과 비교당할 때 16.2% ▲보기 싫은 가족이나 친지들을 봐야 해서 15.4% ▲명절음식 준비, 설거지 등 일이 많아서 9.7% ▲귀성길이 너무 멀어서 4.3% ▲세뱃돈(용돈)을 줄 조카들이 많아 부담이 되어서 2.2% 등의 순이었다.

명절 때 듣기 싫은 말은 청년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치매나 거동이 불편한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올케 앞에서 어쩌다 한번 방문한 시누이가 “아니 엄마, 왜 이렇게 핼쑥해졌어?” “아버지, 속옷 좀 자주 갈아입혀드리지, 노인 냄새 나네.”하며 부모님한테 용돈을 꾸겨 넣어드리는 대신에 수고하는 올케한테 고맙다는 말과 함께 옷 한벌 사 입으라고 봉투를 주는 게 맞다.

또한 명절 가족 모임에 눈에 띄게 값비싼 옷이나 보석, 명품시계로 온몸을 감고 나타나 설거지 한 번 안 한다든지, 본인의 자녀가 명문대에 다니는 걸 은근히 과시하거나 지위와 부를 갖춘 가문과 사돈을 맺게 된 것을 자랑하는 모습도 꼴불견이다.
크리스천들은 조상에 대한 예와 효를 중시하는 유교적 전통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한국 사회에서 제사문제로 큰 갈등을 겪는데 믿지 않는 가족 앞에서‘나는 크리스천이라서 우상숭배를 할 수 없다’라고 말하면 반감만 더해질 뿐이다. 겸손하게 자신의 신념을 얘기하며 양해를 구해야 한다. 특히 종교적인 논쟁은 결론도 없고 답도 없다. 진보와 보수 간에도 좁히기 어려운 간극이 있다.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 이번 3차 남북회담을 두고도 입장 차이가 다를 것이다. 서로의 입장을 주장하다가 큰 말다툼이 일어날 수도 있다.

명절에 친척들을 만날 때는 먼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좋아 보이시네요.”
“형님은 나이를 거꾸로 드시는 것 같네요.”
“어머, 너 안보는 사이에 더 멋있어졌다. 좋은 일 있나 보구나!”
“음식 솜씨 여전하세요, 저는 명절 때가 넘 기다려져요. 조금만 싸주세요.”
“명절 때만 만날 게 아니라 저희가 밖에서 식사 한번 모실게요.”라며 칭찬과 격려의 말을 건네보자.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달리 가족이나 친인척은 어렸을 적 모습부터 함께 보아왔기 때문에 현재 내가 이룬 사회적 위상을 인정하기 보다 가족의 위계질서 속에서 대하기 원한다. 그게 맞는 일이고 그걸 인정해야 즐거운 만남이 된다. 이번 명절에는 상대에게 할 말을 미리 준비해 가자. 격려의 말, 인정의 말, 긍정의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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