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 이상기후 심해져...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에너지전환 위한 요금 인상 필요

12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에너지전환정책, 폭염은 무엇을 남겼나-에너지·기후·환경정책의 새로운 관계 세미나에 참석한 패널들이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12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에너지전환정책, 폭염은 무엇을 남겼나-에너지·기후·환경정책의 새로운 관계 세미나에 참석한 패널들이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올 여름 폭염과 같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전기요금 누진세 개편과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2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과 에너지경제연구원, 기후변화센터는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에너지전환정책 폭염을 무엇을 남겼나-에너지·기후·환경정책의 새로운 관계’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올해 여름 폭염의 의미와 폭염기간 중 제기된 사회적 이슈인 전기요금, 에너지전환에 대해 논의했다.

발제를 맡은 이상엽 연구원은 “올해 7월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이상기후와 기상재해가 발생했다”며 “이는 단기적 현상이 아니라 지구온난화로 인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현재 추세라면 2070년에는 1년의 절반 기간 동안 여름이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상청이 2013년 내놓은 한반도 기후변화보고서에 따르면 2071년에는 서울의 폭염일수가 73.4일, 여름 일수 역시 169.3일 가량 이어질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전기요금 주택용 누진제에 대한 논의가 중점적으로 이뤄졌다. 폭염으로 인해 불거진 누진제에 대한 사회적 불만을 짚고 누진제 개편 방안, 산업용 요금과 주택용 요금에 대한 오해 등이 주제로 다뤄졌다.

전문가들은 누진제의 개편과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광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월 300kWh의 전력을 소비하는 가구의 전기요금은 4만4390원이지만 소비량이 600kWh로 2배 증가하면 요금이 13만6040원으로 3.1배 증가한다”며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선 누진 배율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누진세 완화를 단행한다면 요금이 인상되는 가구들의 수용성 부분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지금까지 원가 이하로 전기를 소비했다는 전제를 소비자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주택용 요금 수준은 원가보다 낮기 때문에, 주택에 전기를 팔면 팔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라며 “만일 현 3단계를 유지하면서 누진 배율을 2배나 1.5배 수준으로 축소한다면 1단계 요금은 올릴 수밖에 없지만 그간 원가보다 낮은 수준에서 전기를 소비했다는 것을 고려하고 국민들이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누진단계를 축소해 1단계 요금을 올리는 것이 곧 저소득 계층에 부담을 준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전력 소비량이 적다고해서 모든 가구가 낮은 소득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저소득가구에 대한 요금 할인도 이미 시행중”이라고 말했다.

산업용 요금이 주택용 요금보다 훨씬 싸다는 것 역시 오해라는 설명도 이어갔다. 박 연구위원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볼 때 경부하 시간의 요금은 56.2원으로 낮지만. 최대부하 시간에는 189원으로 그 차이가 크므로 전체적인 평균 요금을 기준으로 주택용 요금과 비교해야 한다”며 “2017년 산업용과 주택용 전력 판매 단가는 거의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단적으로 지난해 산업용과 주택용 전기요금을 비교할 때에도 OECD 국가 중 한국의 산업용 요금이 가장 비싸다고 덧붙였다.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 역시 “산업용과 주택용 요금의 형평성 논란이 있지만 2012년 이후 산업용 인상, 주택용 누진제 완화 조치로 현재는 사실상 두 요금이 유사한 수준”이라며 “오히려 주택용 전기요금의 과도한 인하효과로 에너지 시장의 왜곡이 유발된다”고 말했다.

석 전문위원은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선 스마트미터 보급이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기계식 계량기는 19세기에 만들어진 것”이라며 “스마트 미터 사용으로 시간대별로 사용되는 전력의 가치에 맞게 비용이 부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모인 전문가들은 폭염과 같은 기후변화 현상에 대응하고 에너지전환을 이행하기 위해선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며 이를 국가가 나서서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은 “깨끗한 에너지를 쓰려면 전기요금 인상의 부담이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에 대한 설명을 정부가 나서서 해야한다”고 말했다.

박광수 선임연구위원 역시 “친환경적인 에너지 공급체계를 위해선 그만큼 대가를 지불해야한다”며 “현재 우리가 낮은 가격을 지불한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환경오염이 초래돼 이에 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제는) 정상적인 가격을 지불하고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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