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설비 전자파의 인체 유해 유무를 두고 벌어지는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0여년전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듯이 논란의 중심은 인체가 허용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냐가 핵심이다.

전력설비가 들어서는 지역의 주민들이 전력설비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주장하면서 인용하는 자료가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가 말하는 인체 노출 전자파 기준인 3~4mG다. 3~4mG가 어떻게 대중의 머릿속에 인체 허용기준으로 인식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정확한 팩트에 의한 기준보다는 전자파의 막연한 두려움이 가져온 마지노선처럼 확정됐다.

학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3~4mG가 공식적으로 발표된 적은 없다. WHO에서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연관 관계를 12년 동안 조사 후 이를 정리해 Factsheet로 내놨다. 이 Factsheet에 ‘WHO에 따르면 3~4mG의 전자파가 소아백혈병 발병률을 높인다’, ‘WHO에서 사전주의 정책을 선택했다’는 내용이 실렸다고 전해졌지만, 해당 보고서엔 그런 얘기가 전혀 없다. 논의되는 과정에서 나오던 말들이 그대로 언론에 흘러들어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일반화됐다.

일반화된 오류는 전혀 수정되지 않았다. 전자파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에서도 이를 잘 모르고 그대로 인용하는데, 때문에 국민들의 이를 확정적으로 믿는 것은 국민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한다. 확인되지 않는 사실이 확정적으로 인식되면서 전력설비 사업자와 국민들 사이에는 불신만 쌓여갔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비전리방사선보호위원회(ICNIRP)는 일반인 전자파노출 가이드라인을 1998년에는 833mG에서 2010년에는 2000 mG로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는 FactSheet를 통해 이를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믿는 국민들은 없을 것이다.

또 국제암연구소(IARC)는 전력설비전자파(극저주파자계)를 인체발암가능물질 2B등급으로 분류했지만, 2B등급은 발암 위험성의 인과관계를 찾을 수 없는 수준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국민들은 발암물질로 받아 들인다. 2B가 의미하는 행간의 뜻보다는 인체발암가능물질에 방점을 두고 해석한다.

2B등급은 절인김치, 젓갈, 코코넛오일 등 288개 품목이 해당되며, 지난 2011년 국제보건기구 국제암연구소는 휴대전화(무선주파수전자파)를 2B등급으로 분류했다. 매일 2~3잔씩 마시는 커피도 한때는 2B등급으로 분류됐다 빠졌다.

전력설비전자파 문제에 대해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또 소아백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부정하지는 않는다. 당연히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선 ‘천번만번’ 양보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막연한 두려움, 확인되지 않은 두려움이 가져올 불신의 사회다.

과학적, 의학적 사살에 근거해 실체에 접근할 필요가 있으며, 정부도 전자파 문제가 정답 없는 논쟁만 일으키고 있다면 이에 적극 나서서 사실을 알려야 한다. 또 전력설비 사업자도 설비건설 과정을 투명하게 해 ‘주민들이 막연하게 전자파를 우려한다’ 보다는 과정의 오류는 없었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

또 전자파 조사중립기구를 포함해 국민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좁은 국토에 도시집중화가 되면서 전력설비도 도시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도심 전력설비 전자파 문제는 앞으로 사회갈등의 요인이 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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