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전기설비 개선 강제할 수 없어…안전 사각지대 발생
전기사업법 한계 뚜렷…안전전담할 전기안전법 시급 주장도

최근 노후 전력설비로 인한 아파트 정전사고 등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8월 23일까지 전국의 아파트에서 발생한 정전사고는 지난해 같은 기간 발생한 73건보다 110% 늘어난 153건 수준이다.

특히 노후 아파트의 정전사고 발생률이 높았다. 25년 이상 경과한 노후 아파트의 정전발생률이 15년 미만인 아파트 대비 7.4배 정도 높았다. 변압기로 인한 정전이 153건 중 117건으로 76.5%에 달했다.

이처럼 낡은 설비로 인한 정전사고의 증가는 안전 분야에 취약한 전기사업법 탓이라는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전력설비의 점검·검사를 담당하는 전기안전공사의 권한이 미약해 설비 교체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기안전공사가 전기설비 개선 권고를 하더라도 아파트 전기설비는 사유물이기 때문에 비용 등을 문제로 교체가 제때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전기설비는 입주세대의 소유로 아파트가 자체관리하고 있는 만큼 유지보수에 더 신경을 써야 하지만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이 없어 안전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

아파트 전력설비 정기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을 경우 3개월 뒤 재검사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때 적은 비용만을 들여 합격 판정을 받을 수 있는 한계치까지만 개보수를 하더라도 합격판정을 내려야 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곧 고장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도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최근 경기도 지역의 한 단지에서는 설비용량이 충분하고 변압기 수명도 10년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변압기 고장이 발생하며 주민들의 불편을 야기하기도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안전 분야에 취약한 전기사업법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사실상 전기사업자들을 위해 마련된 법인 만큼 안전 측면에서는 구멍이 발생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특히 최근 제정 논의 중인 전기안전법을 통해 안전 분야의 특화된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처럼 안전 분야에서는 한계가 뚜렷한 전기사업법을 벗어나 보다 현실성 있는 강력한 대책을 꾸려나가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김찬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는 “전기사업법의 태생적 한계 탓에 전기설비 안전은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최근 논의되고 있는 전기안전법 제정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특히 전기안전법 제정 시 단순히 전기사업법의 안전 항목만을 떼어 독립시킨다는 발상이 아니라, 보다 현장 상황에 맞는 안전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근간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두현 충북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역시 “최근 주거용 전력설비에서 발생하는 사고들은 대부분 전기안전공사의 역할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 맞다”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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