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지 않은 상황을 ‘좋지 않다’고 절차대로 투명하게 공표했지만 정부가 통계나 통계청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왜곡했다. 통계청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확고히 지켜줘야 할 자리임에도 아무런 이유 없이 경질됐다.” - 통계청 공무원 노동조합, 8월 29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 “표본수와 표본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2017년과 2018년을 직접 비교하는 데는 여러 문제가 많다. 올해 가계동향조사 결과는 사과와 사과를 비교한 게 아니라 지난해 사과와 올해 배 수확량을 비교한 셈이다.” - 이우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8월 30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무엇이 문제인가?’에 참석한 자리에서.

‘통계’가 뜨겁다. 황수경 통계청장이 취임 13개월 만에 교체된 뒤 불거진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가 황 전 청장 임명 당시 “소득주도성장을 지원할 적임자”라고 평했던 터라 충격은 더 컸다. 경제정책에 이목이 집중된 상황이라 여론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청장 교체의 적절성을 둘러싼 뜨거운 논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황 전 청장의 교체에 가장 큰 원인으로는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소득 동향조사’가 거론된다. 발표된 보고서의 핵심은 하위 20%의 소득은 줄고, 상위 20%의 소득이 늘어 소득분배 지표가 사상 최악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지표의 적절성에 대한 갑론을박은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표본수와 표본구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근래 들어서는 전문가들까지 가세해 통계지표의 부적절성에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된 이우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의 ‘사과와 배 비교론’도 이러한 맥락에 서 있다. 비교기준도, 비교대상도 제각각이라면 그 비교의 결과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은 취임 일성으로 “가계동향 조사 통계를 더 유용한 방식으로 발전시키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청은 올해의 5배가 넘는 159억여 원의 예산을 투입, 가계동향조사를 대대적으로 개편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러나 통계를 둘러싼 일련의 소요 속에서 국가 정책의 근간이 되는 경제통계의 신뢰에 금이 갔다는 사실만은 되돌리기 어렵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명제가 깨진 지금, 통계청은 무엇을 더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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