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자신이 운영하던 콜라텍을 B에게 양도한 다음 인근에서 다른 콜라텍을 개업ㆍ운영하던 중 B의 항의를 받고 콜라텍의 사업자등록 명의를 C 앞으로 변경했습니다. 이후 B가 A를 상대로 콜라텍 영업금지와 처분금지 등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는데, A는 위 소송에 따른 판결의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D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D의 동의를 받아 콜라텍의 사업자등록 명의를 D로 변경했습니다.

B는 A와 C를 강제집행면탈죄로 고소했고, A와 C는 D에게 실제로 D가 콜라텍을 매수하여 운영하고 있다고 진술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D는 B가 A, C를 고소한 사건에서 경찰관에게 자신이 실제로 콜라텍을 매수하여 운영하고 있다고 진술하고 허위의 계좌거래내역을 제출하면서 검찰조사를 받을 때도 같은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이후 B가 D를 강제집행면탈죄로 고소하자 A, C가 D에게 동일한 부탁을 하였고, D는 마찬가지로 경찰에서 허위로 진술하고 허위의 계좌거래내역을 제출했습니다.

형법 제151조 제1항은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검찰은 D가 범인을 도피하게 하였다는 이유로 범인도피죄로, A, C는 D로 하여금 범인을 도피하도록 교사하였다는 이유로 범인도피교사죄로 기소했습니다.

형법은 ‘도피하게 한 자’로 규정하고 있는데, 대법원은 “형법 제151조가 정한 범인도피죄에서 ‘도피하게 하는 행위’란 은닉 이외의 방법으로 범인에 대한 수사, 재판, 형의 집행 등 형사사법의 작용을 곤란하게 하거나 불가능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2008. 12. 24. 선고 2007도11137 판결 등)”고 설명하고 있어 반드시 도피에 성공하게 한 행위만을 처벌하는 것은 아닙니다.

D가 허위의 진술을 했고 A, C는 D에게 허위로 진술하라고 시켰으니 범인도피죄가 문제될 수도 있는데, 대법원은 범인도피죄나 교사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18. 8. 1. 선고 2015도20396 판결). 공범을 도피하게 하는 행위도 범인도피죄에 해당하지만 범인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는 처벌되지 않으며, 공범 중 1인이 그 범행에 관한 수사절차에서 참고인 또는 피의자로 조사받으면서 자기 범행을 구성하는 사실관계에 관하여 허위로 진술하고 허위 자료를 제출하는 것은 자신의 범행에 대한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고, 설령 이런 행위가 다른 공범을 도피하게 하는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범인도피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범인도피죄와 범인도피교사죄는 무죄가 되었으나, 강제집행면탈죄,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죄는 유죄가 되었습니다. 외형상 법을 위반한 행위도 이 사건과 같이 자신의 범행에 대한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다거나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다는 논리로 무죄가 될 수 있는데, 허위의 진술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개별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까지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주의를 요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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