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두영 (주)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허두영 (주)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요즘 젊은 사람은 나이 든 사람을 낮잡아 ‘틀딱(틀니 딱딱)’이라고 부른다. 나이 든 사람은 젊은 사람에 대해 “요즘 애들은 싸가지 없어”라며 단정하듯 얘기하기도 한다. 우리는 동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출생 시기에 따라 역사적 경험의 차이로 인해 세상을 다르게 읽는다. 이를 가리켜 독일의 미술사학자 핀터(W. Pinter)는 ‘동시대의 비동시대성’이라고 표현한다. 그럼 세대를 나누고 명명하고, 세대 간의 다름을 찾아내는 주체는 누구인가? 주로 언론, 기업, 정치인이다. 이들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삼박자를 이루며 세대 담론을 만들어낸다. 이는 세대갈등을 유발하고 강화하는 부정적 측면도 있지만, 다양한 논의를 끌어내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그렇다면 세대갈등의 원인은 무엇인가? 크게 거시적, 미시적 차원으로 나눠서 살펴보자.

먼저 거시적 차원에서 세 가지 구조적 변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시대의 변화다. 우리나라는 급속한 산업발전을 이뤘다. 압축된 변화로 인해 각 세대는 생애주기에서 각기 다른 역사적 사건을 겪었다. 세대 간 경험의 단절로 다른 가치관이 형성된 것이다. 둘째는 과학기술의 발전이다. 산업화시대에서 정보화시대로 바뀌면서 계층 간 정보와 기술의 비대칭이 줄었다. 이는 개인화, 탈권위를 부추겼고, 동시에 세대 간 디지털 정보 소외(Digital Divide)를 가져왔다. 셋째는 인구의 변화다. 저출산, 고령화, 인구 감소로 인해 핵가족화와 1인 가구가 증가했고, 여러 세대가 섞여 사는 다세대화(Multi-generation)가 발생했다.

세대갈등의 미시적인 원인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세대 간 교류의 부족’이다. 세대 간 교류와 공유가 줄면 서로의 목표와 가치관을 ‘다름’이 아니라 ‘틀림’으로 인식할 수 있다. 다음은 ‘나이로 차별하는 것’이다. 나이가 어리고 늙었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젊은 세대에게 정당하지 못한 방식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구 사회학적 요인’이다. 성별, 교육수준, 생활 수준, 여가 및 기호 등에 따라 세대갈등이 다르게 나타난다. 연구에 따르면 남자보다는 여자가, 그리고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세대갈등을 더 심각하게 인식한다.

세대갈등은 가족과 사회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가족 내에서는 부모와 자녀, 조부모와 손자, 조부모와 부모와 자식 사이의 가치, 자원, 권력 등의 요소로 인해 세대갈등이 발생한다. 세대 간 부양 문제, 의사소통의 문제가 대표적이다. 정치적으로는 세대 간 정치 이념의 차이로 인해 지지 정당과 지지 후보의 차이, 투표율의 차이가 나타난다. 경제적으로는 기회와 자원의 분배 차이에서 세대 간 차이와 갈등이 생긴다. 정년연장에 따른 신규채용 감소, 세대 간 일자리 경쟁, 노인복지 증대에 따른 증세 등이 대표적이다. 사회, 문화적으로는 가치나 스타일, 감성의 차이로 인해 대화의 단절, 온라인 및 스마트기기 접근성 격차 등을 가져온다.

어느 세대든 자신이 속한 세대를 위해 경쟁하고 다른 세대와 구별 짓는 선 긋기를 하는 것이 특징이다. 세대 간 갈등이 불가피한 것이라면 갈등을 건설적으로 승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중 누가 그 주체가 되어야 할까? 두 학자의 얘기에 귀 기울여 보자. “만일 자녀 세대가 우리에 대해 실망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그들에게 만들어준 세상, 그들이 따르게 한 가치와 규범이 그들을 실망하게 했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에릭슨(Erik H. Erickson)의 얘기다. “세대 갈등을 우려하고 비난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무관심과 무책임 그리고 냉소주의, 상상력의 빈곤을 드러내는 것이다.”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M. Mead)의 얘기다. 세대갈등 해결의 열쇠는 기성세대가 쥐고 있다.

젊은 세대도 마찬가지다. 자기 세대 중심의 편향을 경계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모든 세대가 시대적 요구에 따라 각기 제 소임과 역할을 다해왔다. 앞으로 세대 통합을 위해서는 세대 간 이해와 배려가 절실하다.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공통적인 생활 규범인 얀테라겐(Jantelagen)을 참고할 만하다.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더 현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더 나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무엇이든 잘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우리를 비웃지 마라. 모두가 당신을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우리를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가정과 사회에서 선후배 세대에게 이 원칙을 실천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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