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나서 신기술 개발 등 자국산업 보호해야”

신성이엔지(당시 신성솔라에너지)는 2016년 겨울, 김동섭 신성이엔지 부사장을 태양전지개발총괄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했다. 김동섭 부사장은 태양광 기술 1세대이자 삼성전자, 삼성 SDI, 원익IPS 등 다수 기업에서 태양광 기술에 정통한 인물로 손꼽혀왔다. 2018년 가을을 바라보는 지금, 신성이엔지에서 2년여간 그가 경험한 재생에너지 정책과 제조업계의 현황, 애로사항 등을 들었다.

▲ 최근 임야 태양광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 하향조정 등의 이슈가 있었지만, 여전히 태양광은 정부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의 중심입니다. 베란다형 태양광부터 영농형 태양광, BIPV까지 태양광이 채워나갈 몫이 많다고 여겨지는데요. 기업으로서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저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정책으로 보기보단 목표로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큰 틀에서 방향을 정했고, 법적 문제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 안에서 이를 밀고 나가기 위한 정책이 나와야죠. 많은 이들이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이 곧 정책이라 생각하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 그러니까 로드맵은 제조업부터 EPC 업체, 정부 관계자까지 각 주체가 모여 함께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 과정에선 인센티브 제도, 제조업 육성 방법 등이 고려돼야 하겠죠.

재생에너지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입니다. 원자력을 떠올려보면 이전에 원전 부지 선정을 놓고 주민들의 반발이 무척 심했죠. 그럼에도 당시 정부는 원전이 가야 하는 길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제도를 만들어가면서 유치를 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가 그간 값싼 전기를 쓸 수 있었고요. 이젠 재생에너지에도 그런 투자와 결단이 필요한 때입니다. 훗날 지금을 돌아볼 때 당시엔 도입이 어려웠지만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길 참 잘했다 하고 평가할 수 있을 겁니다.

최근 임야 태양광 REC 가중치 하향 조정과 산지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으로 신규 태양광 발전소 건설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태양광 보급을 저해하는 규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국내 태양광 산업 육성이 더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이죠. 민원의 경우, 태양광 발전소라고 해서 주민들의 민원이 없는 게 아닙니다. 원자력 발전소만큼은 아니더라도 주민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죠. 특히 요즘은 언론과 주민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고 있는데, 모든 민원을 100% 수용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정부는 민원에 대응할 때 해당 민원이 합리적인 민원인지 아닌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민원인지를 자세히 알아보기보다 그 자체에만 중점을 두다 보니 제도가 바뀌는 결과가 나오고 있거든요. 임야 태양광 가중치 하향조정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재생에너지 확산의 틀 안에서 볼 때 해당 민원이 받아들일 만한 사항인지 아닌지를 더 고민할 여지가 있었다고 봅니다.”

▲ 민원, 입지, 계통 문제로 태양광 사업 진척에 어려움이 있다는 목소리는 계속 나옵니다. 제조업체로서 국내에서 태양광 보급이 더 확대되기 위해선 어떤 점이 선결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애로사항은 없습니까.

“국내 태양광 시장은 정부 정책의 발표 이후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에만 약 900MW의 태양광이 보급됐고요. 하지만, 국내 시장의 어려움 중 하나는 저가의 해외 제품들의 국내 시장 진입입니다.

예를 들어 중국의 경우 정부가 나서서 산업에 투자했기 때문에 저희보다 상대적으로 생산단가가 낮습니다. 중국 태양광 제조 기업들은 설비 제조를 위한 부지, 공장건물, 생산장비까지 낮은 비용으로 임대할 수 있었거든요. 이것이 그대로 가격경쟁력에 영향을 미치죠. 사실상 기술력보다 투자 규모에 따라 시장에서의 우위가 결정되는 겁니다.

또 해외 국가들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러한 부분이 부족합니다. 미국은 세이프가드를 통해 자국에 수입되는 외산 태양광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유럽은 중국 태양광 제품에 일정 가격 이상으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치고 있어요. 인도도 자국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그런 부분이 조금 부족합니다. 이 때문에 국내 시장 참여 기회를 높여 준다면 여기서 쌓은 경험으로 해외 시장을 확대하는 발판을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밖에도 정부는 태양광 보급에 드는 비용이 점차 낮아질 것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은 재생에너지 보급 초기이다 보니 보조금이 많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태양광 기자재 제품 가격이나 발전소 건설 가격 등이 떨어질 테 고, 태양광 발전단가 역시 점차 더 떨어질 겁니다. 이에 따른 지원금도 줄어들겠죠. 따라서 정부는 시장 구성원들이 이 단가를 예측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로드맵을 만들어서 알려야 합니다. REC 가격을 갑자기 바꾸는 등의 조처를 하면 피해를 보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항상 예측 가능하게 로드맵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 신성이엔지는 최근 해외에서 태양광 모듈의 품질을 인정받으면서 수출에도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해외에서 벌인 사업의 현황은 어떠십니까. 또 국내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선전하기 위한 조건이 있다면요.

“수출을 하려면 그 시장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합니다. 신성이엔지는 지난해 미국 세이프가드 이야기가 나오면서 시장 다변화 정책으로 유럽과 프랑스 태양광 시장 진출의 계획을 세웠습니다. 특히 프랑스 태양광 시장은 연간 1GW 수준에서 계속 성장하는 추세로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100kW를 초과하는 태양광 프로젝트의 경우 입찰에 참여해야 하는데, 이때 전과정평가(Life cycle Assessment)가 필요합니다. 태양광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발자국을 확인하는 평가인데, 신성이엔지는 1년여의 인증 테스트를 통해 프랑스 시장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또 고급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프리미엄 시장은 비교적 작은 편이지만 앞으로는 점차 커지리라 생각합니다. 고출력 모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택용과 영농형, BIPV, 수상태양광 등 관련 제품은 단위면적당 설치하는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고출력 모듈이 필요합니다.

고출력 모듈에 대한 반응이 좋은 것과는 별개로 제조업계는 격화되는 경쟁으로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각 브랜드가 각축을 벌이고 있고, 생산 능력을 각자 올려 원가를 최대한 줄여가고 있지만 세계 시장을 기준으로 공평한 원가 구조가 구축돼 있지 않아 차별화가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 신성이엔지가 앞으로 태양광 제조업체로서 느끼는 어려움은 어떻게 타개해 나가실 계획인지요.

“저희는 현재 발전소 건설과 사업개발, 제조업을 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앞의 두 부분은 비용이 덜 드는 만큼 제조업 쪽이 힘들죠.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은 우선 첫째론 효율과 생산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ICT를 접목한 기술을 도입하고 단위당 들어가는 비용인 인건비 등을 줄여서 그 차이를 줄여가는 것이죠.

거기에 더해 미래를 위한 신기술 개발에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현재 태양전지는 실리콘 기술이 대세죠. 95% 이상이 실리콘을 이용해 전지를 만드니까요. 하지만 앞으로 BIPV 등 태양광 제품의 쓰임이 다양해지면서 ‘박막 태양전지 모듈’ 등이 주목받을 수 있습니다. 모바일, 전기자동차 등에 응용될 새로운 제품이 필요한 것이죠. 이를 위한 기술 개발은 물론 몹시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가령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모험을 경험하고 OLED 등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 낸 것처럼, 태양전지 시장에서도 이러한 연구·개발을 위한 과감한 투자와 개발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에요. 기업이 혼자 하기 벅차다면 정부가 나서서 도울 수 있겠죠.

새로운 기술이 시장을 선도하고, 특수한 영역에서 경쟁력을 갖춰서 시장을 넓혀야 메이저 시장도 점령할 수 있습니다. 그 산을 넘는 과정이 조금 힘들지만, 에너지 시장의 잠재력이 여전히 아주 크기 때문에 안 된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나서서 관련 기술을 개발해도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 앞으로의 단기·중장기 계획을 간단히 정리하신다면.

4차 산업혁명의 시대와 재생에너지의 보급은 전력시장의 개편을 앞당길 것으로 예상합니다. 기존의 중앙 집중형 전원은 분산전원으로 바뀌고, 단방향 그리드는 스마트그리드로 양방향 소통의 전력시장이 마련되겠지요. 신성이엔지도 이에 발맞춰 태양광을 넘어 전력과 에너지에 대해 많은 관심을 두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그간 갖춰온 기술력과 경쟁력으로 공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고자 합니다. 우선 고효율 태양전지와 고출력 태양광 모듈의 개발과 보급에 앞장설 예정입니다. 고효율 Advanced PERC 태양전지 개발 등 다수의 국책과제를 수행하며 기술을 쌓고 있고, 하반기에는 고출력 태양광 모듈 Power Xt를 출시할 예정인데 시장의 반응이 좋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에너지 매니지먼트와 ESS 연계로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도모하려 합니다. 태양광과 ESS는 서로 상호 보완하고 충족시킬 수 있는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또 태양광 보급의 특성상 수요처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생산된 전기를 소비하는 방식이 아닌 내 집 지붕, 앞마당에서 생산한 전력을 생산하여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생각입니다. 여기엔 생산 후 잉여전력을 판매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의 기회가 있습니다. 업체 간 에너지 거래에서 개인과 개인 사이, 블록체인을 이용한 거래에도 관심을 두고 에너지신산업에 대한 집중으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매진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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