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변환은 통합된 사이버・실물 시스템에서 디지털 데이터 활용 및 네트워크 연결을 통하여 시장과 산업이 태동・성장하는 새로운 경제발전 패러다임을 의미한다. 2018년 컨설팅 전문업체인 매킨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80% 이상의 유틸리티 리더들이 디지털 기술이 판매사업과 매우 관련되어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동시에 응답자 중 50%는 유틸리티가 이러한 기술을 도입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인정했다. 이는 대다수의 유틸리티가 수년 전에 디지털 변환 의지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변환을 아직 추진하지 못하는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유틸리티가 디지털 변환을 위하여 고려할 사항은 무엇인가?

첫째 빅데이터 분석 인프라와 활용능력 확보가 필요하다. 빅데이터는 디지털 플레이어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데이터는 어디에서나 발생하며 특히 에너지 분야에서는 데이터의 양이 방대하기 때문에, 대규모의 데이터를 해석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해졌다. 최근 해외 유틸리티가 분석능력을 지닌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는 모습들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둘째 유연성·신속성 기반의 업무 프로세스로 전환이다. 유연성은 지난 100여년간 안정성을 중심으로 발전해온 전력사 조직에 역동적인 디지털 수용성을 갖게 한다. 이를 위해 우선순위가 높은 업무에 대해 상호 협력하고 솔루션 도출을 위한 단기간의 몰입이 가능한 다기능 프로젝트 팀의 형성 등이 요구된다. 셋째 유연한 IT 인터페이스 환경 구축이다. 디지털 변환에서 IT는 유연하고 신속한 업무처리 방식과 통합됨으로써 고객경험의 핵심 요소가 된다. 마지막으로 자동화된 비즈니스 모델의 구현이다. 성공적인 디지털 변환은 업무 처리시간과 핵심 프로세스의 오류 수정 작업을 줄일 수 있다. 업무 프로세스 디지털화와 자동화는 이러한 목표달성을 위해 흔히 사용되는 기술인데,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작업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디지털변환 이면에 우려되는 점이 일자리이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은 디지털 변환이 중심인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약 7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약 21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발표하였다. 디지털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자동화 융복합화된 서비스 혁신이 기존의 노동에 대한 개념을 변화시키고 그 자리가 축소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이는 위기의 상황만을 강조한 측면이 강하며 기회의 관점에서 접근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디지털 혁명은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바꾸거나 혹은 이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 내는 혁신의 관점에서도 접근이 필요하다. 그간 산업혁명이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고 일자리의 형태를 바꾸는 것으로 진화해 왔기 때문이다. 디지털화는 단순히 IT 시스템을 교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비즈니스 모델, 조직구조, 일하는 방식, 고객관계 등 기업의 모든 것을 바꾸는 과정이다. 전력사 디지털변환의 우선적인 기대효과는 효율 개선을 통한 비용절감이지만 디지털기술 도입 차원을 넘어선 사업 프로세스 및 조직구조 재설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민혁, 한전경제경영연구원 연구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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