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人은 역사와 지구 고치는 대의(大醫)”

‘경험은 최고의 스승’이라는 말이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현대 사회에서도 경험은 올바른 길잡이가 돼준다.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원자력계는 새로운 활로 찾기에 열중하고 있다. 1세대 원자력 연구자인 이창건 원자력문화진흥원장을 만나 원자력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원자력계에 종사하는 사람은 역사와 지구를 고치는 대의(大醫)입니다.”

이창건 원자력문화진흥원 원장은 원자력 발전(원전)이 다른 에너지원보다 경제성이 뛰어나며,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가장 적게 배출하는 발전수단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기 때문에, 발전 분야에서 온실가스를 억제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람을 고치는 의사는 소의(小醫), 사회와 국가의 병을 고치는 의사는 중의(中醫)라면, 역사와 지구를 고치는 의사는 대의입니다.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전 지구적인 재앙을 막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원전이 온실가스 억제에 첨병이므로, 원자력계 사람들을 역사와 지구를 고치는 대의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하면서 지구온난화는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폭염·혹한 등 이상기후가 빈번해지고, 해수면 상승 등으로 인해 인류 존립마저 위협하는 실정이다.

“독일 철학자 니체는 ‘지구는 심한 피부병으로 신음하고 있는데 그 병균은 바로 인간’이라고 했습니다. 만일 그가 지금 살아있다면 온실가스가 바로 피부병 부위에서 내뿜는 악취라고 말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원자력계 사람들은 지구 전체와 후손의 안위를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다만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른 현 상황을 보면, 정책수립자를 설득하지 못한 우리의 잘못이 큽니다.”

이 원장은 원자력계의 부침이 반복돼왔다고 전했다. 그럴 때마다 지속적인 설득으로 에너지 정책을 돌려세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번에도 그 누구를 탓할 것이 아니라 원자력계의 체질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과거 정부에서도 원전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있었지만, 결국 원전의 필요성을 인정하게 됐습니다. 이번에도 정성을 가지고 국민을 설득해나간다면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중세 유럽에서 유대인은 일정 구역에서만 거주해야 했습니다. 한정된 땅에서 인구가 늘어나자 지하실과 고층건물을 건설했습니다. 이 때 엘리베이터가 개발됐습니다. 지금도 원자력계가 여러 제약들을 새로운 기술로 뚫고 나가라는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1세대 원자력 연구자로, 국내 원자력 과학기술의 개척자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형 원전개발을 선도했고, 원전설계 고유기술기준 제정을 통해 한국형 원전의 안전성 확보에 기여했다.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과학기술유공자 32인에 이름을 올렸다.

“과학기술유공자로 선정돼 영광입니다. 과학은 문화, 예술과 마찬가지로 창의성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과학은 국가의 격을 높이고, 기술은 국부를 창출합니다. 이 두 가지를 합한 것이 국력입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국력을 신장시킵니다. 원자력계는 부패를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패로 망합니다. 우리는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되 부패의 유혹에 넘어가선 안 됩니다. 우리가 부패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다시 우리를 찾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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