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E는 슬기롭게 개발할 대상…투명하고 적정한 보상체계 필요”

환경단체부터 각종 정부 에너지 관련 위원회,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등 시민단체와 학계를 총망라하며 빠짐없이 목소리를 내왔던 이상훈 소장은 최근 관(官)의 사람이 됐다. 이제 막 취임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은 그는 ‘신참’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예의 편안하고 다부진 말투로 앞으로의 계획과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을 짚었다.

▲ 이미 민간 영역에서 재생에너지 업계의 전문가로 꼽혀왔는데, 이젠 제도 평가자에서 정책 실행자로 위치가 바뀌었습니다. 에너지공단의 신재생에너지센터로 온 소감이 어떤지요. 취임하면서 가졌던 마음가짐과 목표가 있으십니까.

“제가 이 일에 전념한 건 2000년부터입니다. 에너지대안센터를 설립해 사무국장으로 일했죠. 활동을 하는 초기엔 정부 정책을 감시·비판하거나 제안하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했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활동을 하면 할수록 정부만 의지를 갖는다고 (에너지전환이) 되는 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됐죠. 어떻게 민간에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면서 내가 저 입장이라면 어떻게 할까, 안 되는 부분은 이래서구나, 하는 것들을 생각해왔습니다. 정부의 견해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진 겁니다.

센터로 부임한 것은 개인적으로 큰 영광입니다. 민간에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활동을 해왔지만, 제가 가진 지식이나 경험에 비할 때 공단 같은 공적이고 전문적인 기관은 더 큰 역할을 하는 곳이니까요. 또 재생에너지 정책이 어느 때보다 강하게 추진되고 있는 시기에 왔다는 것도 저에게는 남다른 의미를 갖게 합니다. 민간에 있다가 공공기관에 왔다는 점에서 느끼는 가장 큰 차이는 같은 일을 하지만 좀 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는 점이에요. 활동가로 노력할 때는 제가 아무리 헌신적이어도 ‘자발적인 일’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공단에선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에 앉은 것이고 계획을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책무도 갖기 때문입니다.

센터는 정부의 재생에너지 보급과 산업육성을 뒷받침해주는 집행기관으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이라는 범정부, 시민사회, 산업계가 같이 만든 계획을 부드럽고 성공적으로 이행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제가 이곳에 있는 동안에는 그 목표를 주어진 시기에 맞게 시행하는 것을 제 역할이라 생각하고요. 특히 2~3년 내에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시행하기 위한 법적 제도를 충분히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신재생에너지법을 비롯해 개정이 필요한 관련 법률들이 있는데 이들의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는 게 동시에 주어진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최근 재생에너지 사업에서 환경부나 산림청 등 관계 주무 부처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이를 어떻게 보시는지.

“정부 부처는 각자의 역할과 필요에 의해 일을 하죠. 같은 목표여도 접근하는 방식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현재 일어나는 부처 간 갈등이나 잡음은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또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은 에너지 믹스에서 재생에너지를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넣기 위해 예전보다 공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고 봅니다. 양적으로 사업 규모가 늘면서 영향이나 파급 효과가 커진 것이죠. 임야 태양광을 제한한 것이 이 같은 맥락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앞으로도 산업부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을 수행하면서 환경적인 면을 고려하거나 수용성을 고민하면서 관계 부처와 협의할 일이 많을 겁니다. 결과적으로는 에너지전환 정책을 산업부 혼자서 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에너지전환은 범정부 계획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특징적인 정책 중 하나이고, 경제 분야에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있다면 에너지 분야엔 에너지 전환 정책이 있는 셈이죠. 따라서 이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선 각 부처도 자신만의 시각에서 벗어나 어떻게 각자의 가치와 이해를 조정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지난 1년 동안엔 부처별 색깔대로 에너지 전환을 대했지만 앞으로는 각 부처가 선제적으로 협의할 겁니다. 계획입지제도는 각 주무 부처가 서로 환경 영향과 수용성 등을 고려해 도입하려는 정책이기도 합니다. 이런 단계를 지나 신뢰를 구축하게 되면 소통도 더욱 원활해지고 적절한 협조와 도움도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 재생에너지 3020 이행정책에 따라 크게 대규모 프로젝트, 국민형 발전사업을 투 트랙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각각의 평가와 진행 상황,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십시오.

“국민형 발전사업과 대규모 프로젝트를 굳이 투 트랙으로 나눠 볼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여건을 고려해 가능한 곳엔 사업을 하는 거죠.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를 하는 데 있어 여러 제약이 있습니다. 산지가 전체 국토의 65%를 차지하고, 5000만 명이 모여 사는 좁은 국토를 가졌습니다. 그러면서도 자원이 풍부한 다른 나라들처럼 에너지를 소비하는 사회·경제구조를 가지고 있고요. 이 때문에 재생에너지는 슬기롭게 개발해야 하는 대상이 됩니다. 그 답은 작은 지붕부터, 유휴부지까지 전부 이용하는 거고요. 우리가 비록 산지도 많고 인구가 조밀하더라도 가용할 수 있는 지역이 있다는 건 분명합니다.

정부가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뿐 아니라 국민참여형을 독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지붕이나 땅을 가진 농민, 시민이 직접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다름 아닌 국민참여형입니다. 산업단지의 지붕을 활용하는 일이나 수상태양광, 염해습지, 폐광산지역, 폐염전지역 등을 활용하려 계획을 수립하는 것 역시 우리의 여건을 고려할 때 자연스러운 선택입니다. 토지 이용이 조밀하지만 그래도 사용하지 않는 것을 구석구석 찾아 하겠다는 게 대규모죠.

특히 가장 잠재량이 많은 건 해상풍력입니다. 네덜란드가 활용할 수 있는 북해의 면적은 우리나라 영해보다 적지만 해상풍력 계획은 2030년까지 10~20GW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인 만큼 이러한 자원을 꼭 써야겠죠. 앞으로도 활용 가능한 자원을 미뤄두지 말고 적극적으로 사용해서 누구나 참여하고 적절하게 보상을 얻을 수 있게, 국민 경제 입장에서도 조화로운 재생에너지 공급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 RPS 제도 내 REC 가중치 변동에 따라 재생에너지 사업의 판이 과한 영향을 받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십니까.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정책을 운용할 때는 적정한 보상수준(remuneration)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총비용이 너무 오르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데, 이때 누군가가 과다한 수입을 갖지는 않는지, 또 어떤 요인에 의해 비용이 오르는지를 검토해야 하죠. 보상수준이 특정 사업자나 에너지원에 쏠리지 않도록 형평성을 유지하면서 설비 유통이나 인허가, 민원 등과 관련한 비용을 줄일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예요.

사실 RPS 제도의 장점은 경쟁을 통해 재생에너지 공급 비용을 낮춘다는 점입니다.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풍부한 지역에서 운영할 때 극적인 효과를 볼 수 있죠.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RPS를 운영하지만, 원별로 투자수익을 고려한 REC 가중치를 설정한다는 점에서 경쟁이 원활하게 일어난다기보다 투자금을 지원해주는 FIT의 성격을 더 짙게 띱니다. 이 때문에 REC 가중치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얻는 정보가 충분하고 이해관계로부터 벗어난다면 적정한 가격을 설정할 수 있지만, 과다 수익을 유발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도 남아 있는 게 현실이에요.

결국 RPS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점에서 정부는 가장 적정한 보상 수준을 확립해야 합니다. 정부가 이해관계에 얽힌 결정을 내린다거나 정보 부족으로 이 점을 명확하게 하기 어렵다면 지금부터 차차 RPS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좀 더 투명하고 명확한 보상체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요.”

▲ 앞으로 신재생에너지센터가 최우선으로 들여다볼 정책이나 보급 에너지원이 있는지요. 향후 계획을 간단히 정리해주신다면.

“재생에너지 투자와 사업에 대한 투명하고 적정한 보상체계를 확립해서 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적정한 이익을 얻도록 시장 관리를 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RPS 제도를 개선하고, 한국형 FIT를 안착시키고, 경매제도 도입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겠죠.

둘째로는 기초지자체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공단에서도 각 지역본부에서 지자체의 재생에너지 사업 육성을 위해 노력하지만, 기초지자체의 역량이 많지 않으면 재생에너지 정책 역시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독일에서는 기초지자체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 많은 역할을 합니다. 재생에너지 정책을 기초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이를 통한 인센티브제나 인력 확충 등이 꼭 고려돼야 합니다.

마지막으론 보급 보조 사업이 꼭 필요한 곳에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로선 지자체나 민간의 수요가 있어서 보급 보조 사업이 쭉 이어지고 있지만 민간과 보급사업의 영역이 겹치는 것은 비경제적입니다. 시장에 맡길 수 있는 부분은 맡기고, 아직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은 사업이나 신기술이 적용되는 사업을 위해 보급 보조 사업을 시행해야죠. BIPV나 영농형 태양광 같은 사업이 대표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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