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은 어떤 사실을 알고 있고 성공한 인물은 어떤 사람을 알고 있다」라는 말이 있다. 존경받는 성공인물의 공통점은 일 중심(Task Oriened)인 것 같지만 실상은 사람 중심(People Oriented)에 있다.

베스트셀러《바보빅터》의 작가 레이먼드 조의 최신작《관계의 힘》에서는 한 기업인의 장례식장에서 벌어지는 우스운 광경이 묘사된다. 고인의 장남과 차남은 겉으로는 슬픈 얼굴로 조문객을 맞이하지만 바로 돌아서서 기업의 승계를 좌우할 주식 수를 헤아리며 헤게모니 잡기에 골똘해 있다, 조문객 중에는 인맥 쌓기 좋은 기업 총수의 장례식장에서 명함 돌리기에 바쁘고, 윗선한테 인정받기 위해 조문객의 신상을 미리 파악해 눈치 빠르게 영접을 하는 회사 간부 등이 있다. 그런데 이 기업의 운명을 좌우할 캐스팅보트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공동창업자이자 원천 기술 보유자인‘조 이사’라는 노인이다. 그가 가진 주식을 누가 넘겨받느냐에 따라 그 기업의 주인이 결정된다.

장남과 차남 쪽으로 갈라져 줄을 선 직원들은 하루 아침에 썩은 동아줄을 붙잡은 신세가 될 운명에 놓여 있다. 출세를 위해 이리저리 눈치를 보며 분주히 뛰어다니는 신 팀장에게 조 이사는 이렇게 조언한다.

“자네 등 뒤에는 보이지 않는 끈들이 이어져 있네. 그 끈들을 아름다 게 가꾸는 일이 인생의 전부라네.”

“무슨 거창한 끈이기에 인생의 전부라 단언하시는 겁니까?”

“관계.”

사람을 증명하는 것은 지위나 능력이 아니라 자신과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다.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고 상생해야 한다는 노인의 충고가 짜증스러웠던 신 팀장은 노인이 세상을 떠난 후 그 의미를 깨닫게 된다. 신 팀장은 주식 증서를 노인으로부터 양도받았지만 놀랍게도 자신의 명줄이 달린 그 증서를 기업의 총수가 될 차남 앞에서 발기발기 찢어버리고 회사를 떠나는 명장면을 연출한다. 이전까지는 훌륭한 리더로 보였던 차남이 권력에 다가서자 직원들을 잔인하게 내치는 토사구팽의 이삘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관계란 숱하게 주고받는 명함으로 확장되는 인맥이 아니라 진정성과 책임감으로 맺혀지는 신뢰의 열매다. 동료, 사회적 만남, 종교공동체, 가족과 연인.. 모든 관계가 그렇다.

물과 공기, 햇빛을 주고 생명을 가꾸는 창조주처럼, 관계는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으로 가꿔나가야 성장할 수 있다. 기업에서 비용을 들여 회식, 체육대회, 동아리활동을 지원하는 것은 더 많은 생산성을 위해 노사와 동료 간에 좋은 관계를 맺어주기 위함이다.

1000조의 가치를 지녔다는 애플을 비롯해 아마존, 구글, MS, 페이스북 등 기업 가치평가에서 세계 5위 안에 들어있는 기업들은 연결을 기반으로 하는 네트워크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정보를 연결하는 관계망이다. 관계망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레이먼드 조는《관계의 힘》에서 우리의 몸 속에는 사람을 사랑하라고 프로그래밍 돼 있기 때문에 그 위대한 명령을 따르는 게 순리이고 인생이라는 대사를 던져준다.

지인 단체장 중에 광역시장을 세 번이나 하고 국회의원 재선에 성공한 분이 있는데 그를 아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모두 자기가 그 시장과 제일 친하다고 믿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명문사학의 졸업생들도 학창시절, 교장선생님이 자기를 가장 사랑했었다고 회고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리더는 큰 일을 해나가면서도 주변 사람들에 대해 따스한 눈빛과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 사랑하는 부모님, 자녀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영원하지 않다.

건성으로“언제 밥 한번 먹읍시다.”라고 말하곤 뒤돌아서자마자 잊어버리는 습관성 인사에서 벗어나 주변 사람들을 진정성 있게 대하는 모습을 갖추면 좋겠다. 아직 시간이 남아있을 때, 아름다운 관계를 맺어나가기 위해 오늘도 나의 사랑과 희생을 기다리는 영역은 어디인지 세심하게 살펴보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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