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獨, 자녀의 가업승계는 자연스러운 분위기
韓, 세제지원제도 요건 까다롭고 현실성 떨어져

가까운 나라 일본은 ‘가업승계 왕국’으로 불린다. 부모가 정성껏 일군 기업을 자녀가 승계하는 것이 당연하며 사회적으로도 매우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일본에는 200년 이상 된 장수기업이 3113개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의 경우도 중소기업이 국가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나라로 손꼽힌다. 몇몇 대기업이 국가경제를 떠받드는 인상을 주는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이다. 독일의 장수기업은 1563개에 달하며 대부분 가족기업이다. 특히 이 중 상당수는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 점유율도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는 강소기업이다.

우리나라는 가업승계를 통해 장수기업을 배출하고 있는 일본이나 독일의 사례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여전이 이와 관련된 지원책은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정부가 가업승계와 관련된 세제지원제도를 추진하고는 있지만 그 요건이 너무나 까다로워 현실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업승계를 ‘부의 대물림’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원활한 가업승계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높은 상속세율 기업 포기 원인으로 지적

현재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에 달한다. 최대주주 할증률까지 더해지면 최대 65%까지 치솟게 된다. 이는 일본(55%)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최고 상속세율 26%보다 두 배 이상 높다. 가업승계가 오히려 기업 경영을 포기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67.8%, 중견기업의 47.2%가 가업승계에 가장 부담을 느끼는 요소로 과도한 상속세와 증여세를 꼽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업의 성공적인 가업승계를 위해 가업상속공제, 증여세 과세특례, 창업자금 증여세 과세특례, 상속세 연부연납 등의 제도를 추진 중이다.

‘가업상속공제’는 대표가 10년 이상 재직하고 주식의 50% 이상을 유지했을 경우 최대 500억원까지 상속공제를 실시해 상속세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제도다.

정부는 이를 대신해 ▲가업용 자산의 80% 유지 ▲해당 상속인의 가업 종사 유지 ▲사후의무 이행요건 기간 10년 유지 ▲정규직 근로자 매년 평균 80% 유지 등을 사후의무요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정규직 80% 유지·10년간 업종전환 불가능 등 발목

이에 대해 가업승계를 희망하는 대부분의 기업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공통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업승계 이후 10년간 업종전환이 불가능하고 정규직 근로자도 80% 이상 유지해야 하는 점 등을 손보지 않는다면 가업을 승계하는 중소기업이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중소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 대상자 500개 중소기업의 67.8%가 승계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이중 ‘자녀에게 승계’하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64.6%로 ‘전문경영인(1.4%)’, ‘친족(1.2%)’, ‘임직원(0.6%)’에게 승계하겠다는 기업에 비해 월등하게 높게 나타났다.

가업상속공제제도를 통해 승계할 계획에 대해서는 ‘있다’가 56.4%, ‘없다’가 43.6%로 나타났다. 제도를 통해 승계하겠다고 답한 기업은 2016년에 비해 12.2%P 늘어났지만 반대의 의견도 40%가 넘는다는 것은 주지할 부분이다. 가업상속공제 사후요건 중 가장 시급하게 개선돼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정규직 근로자 매년 평균 80% 유지’가 37.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다음으로는 ‘가업용 자산 80% 이상 유지(21.2%)’, ‘사후의무 이행요건 기간 10년(20.0%)’, ‘사후이행요건 불충족 시 7년 미만 100% 추징(11.4%)’, ‘상속인 가업종사(대표이사) 유지(6.5%)’ 순이었다.

가업승계를 검토 중인 전력기자재제조업체 CEO A씨는 “앞으로 인건비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규직 근로자를 매년 평균 80% 유지토록 한 것은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시장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운데 업종 변경 자체도 어렵게 규제하고 있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오현진 중기중앙회 가업승계지원센터장은 “가업승계를 부의 대물림으로 볼 것이 아니라 기술과 고용의 대물림이라는 인식전환이 선행돼야 한다”며 “가업승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제도ㅇ[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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