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회에서 열린 에너지 갈등 해결을 논의하는 토론회에 모인 패널들이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9일 국회에서 열린 에너지 갈등 해결을 논의하는 토론회에 모인 패널들이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최근 재생에너지를 둘러싸고 격화되는 갈등을 두고 제도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해 말부터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을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20%까지 끌어올린다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이 시행되면서, 재생에너지를 둘러싼 각종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지를 놓고 전문가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9일 에너지시민연대는 국회에서 ‘에너지전환시대, 에너지 갈등 해결을 위한 정책과제와 방향’ 세미나를 열고 에너지전환을 놓고 벌어지는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주민과 발전사업자 간 갈등, 산업계와 정부 간 갈등, 주민과 주민 간 갈등 등 다양한 갈등이 발생하는 현실을 진단했다.

■ 사회적 갈등 점점 심화…정부의 가이드라인‘필요’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앞으로 재생에너지 설비가 늘어나면서 사회적 갈등이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현재는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이 2.2%에 불과해 그 비중이 미미한 수준이지만, 앞으로는 전체 발전량의 20%까지 늘어나면서 산술적으로도 갈등은 더 많아질 것”이라며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관련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화력발전소나 원전을 지역에 안착시키기 까지는 시행착오가 따랐다”며 “발전소 주변 주민들을 위한 지원방안을 만들고, 환경적 문제가 있는지를 살피기 위해 민간 환경감시기구를 만드는 등 제도화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석탄, 원자력 발전소들이 그랬듯 이제 재생에너지가 에너지산업의 중심에 진입하는 시점인 만큼 이 과정에서도 관련 제도의 수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재생에너지 업계와 지역 사회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주민간 갈등인 ‘민민(民民) 갈등’으로 지역 내 갈등도 확산되는 만큼 이를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재생에너지 사업이 전국 곳곳에서 혼탁화되고 있다”며 “이런 문제에 대해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는다면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에 대한 인식은 더욱 나빠지고, 사회적 갈등도 빈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규제 수요 등을 확인하고 이미 보편화된 지역지원금을 양성화하거나 제도화해 추가적인 갈등을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가 현재 독려하는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은 문제 해결의 모델이 될 수는 있지만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모든 사업에서 이 방식이 적용될 수는 없음을 기억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지역 주민에겐 원전이나 태양광이나 같은 ‘발전소’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발전이라 하더라도 당장 우리집 앞에 해당 발전소가 생긴다면 멈칫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냐’고 입 모았다. 발전사업자들은 인허가 과정에서 법적인 문제가 전혀 없는데 왜 사업을 못하게 하느냐고 불만을 터뜨리지만, 막상 자기 집 앞에 발전소가 세워지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얘기다.

이근대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기획본부장은 “직접적 이해 당사자를 대상으로 갈등관리·완화를 위한 노력 강화가 필요하다”며 “기존 전통 에너지 시설에 못지않게 재생에너지 시설의 설치, 운영에서도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건강이나 자연보전, 풍경훼손, 경제적 피해 등의 요인이 산재한다는 것이다.

설동근 변호사 역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주민 공청회 등의 개최 조건이 더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환경영향평가법상 개발계획을 수립할 시 발전사업자는 주민의견 수렴을 해야 하는데, 이 때 공청회나 주민설명회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으면 생략이 가능하다”며 “이처럼 형식적인 의견수렴 절차 또는 공청회 생략으로 지역 주민 간 갈등이 더욱 심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관련 법안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재생에너지 갈등 해결하는 주체는 정부·제도여야

재생에너지와 관련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며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꿰뚫어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도 강조됐다. 재생에너지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관련 제도와 정책을 보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설동근 변호사는 “재생에너지 갈등 해소를 위해선 정부가 해당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열어야 한다”며 “최근 정부가 임야에 설치한 태양광의 경우 20년 이후에는 발전소를 철거하고 산림원상복구를 의무화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년이 경과했다고 또 다시 새로운 입지를 찾아서 발전소를 짓게 하는 것이 오히려 더 많은 사회적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역시 “정부는 기존의 전기사업법, 전원개발촉진법 등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큰 그림을 그려가면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며 “이 부분의 허점을 메워가면서 환경영향평가 제도 문제, 인허가 과정의 문제, 중대용량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에 수반되는 송변전시설 문제 등 규제가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알고 대응하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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