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홍수가 와서 배추농사가 망했다.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해지면서 배추가게 앞에는 배추를 사겠다고 사람들이 줄을 선다. 그럼 어떤 일이 일어나나? 배추 값이 폭등한다. 사람들은 가격이 너무 높아서 배추 대신 무를 사서 깍두기를 만들어 먹는다.

가격이라는 시그널이 작동해 수요와 공급의 밸런스가 맞아 떨어진다. 배추시장은 똑똑하다. 공급자와 소비자의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기는 배추처럼 똑똑한 시장이 만들어지지 못했다. 전기 가격은 정해져 있고, 소비자는 반응할 필요가 없다. 전기는 배추가 계란처럼 다른 것을 먹거나 잠시 안 먹어도 되는 것이 아니다. 꼭 그것을 먹어야 하는 것이다.

전기 값은 보통 싼 시간대에 kW 1시간당 60원, 가장 비싼 시간에 kW 1시간당 190원이다. 그런데 공급이 극도로 부족할 때도 가격은 그대로이다. 만약 전기소비를 줄여야 할 긴박한 시간의 전기가 kW 1시간 당 1만원이 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사람들은 놀라서 플러그를 뽑을 것이다. 좀 불편해도 조명을 끄고 에어컨이나 히터를 과감히 꺼버린다.

상황이 더 심각해져서 kW 1시간당 10만원이 된다면 냉장고도 끄고, 빌딩이나 공장도 공정을 정지하거나 조업조정에 들어갈 것이다. 자연스럽게 공급과 수요의 밸런스가 생긴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