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 불이 난다면? 최근 들어 연일 BMW 차량에서 불이 나자 국토부는 해당 브랜드 리콜 대상 차량의 운행을 자제하라고 권고하고 나섰다. 안전점검을 받고 안전이 확인된 뒤 운행을 하라는 것이다. 심지어 안전진단을 받은 차량에서도 엔진 화재가 발생하자 차주들의 불안은 급증하고 있다. 올해 화재사고가 접수된 BMW 차량은 32대로 늘어났다.

BMW 차종에서 불이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시작은 지난 2015년 가을이었다. 하지만 관련 사건에 대해 차량 리콜 확정이 된 건 무려 올해 7월이다. 3년이 걸린 것이다. 그 사이 수 십 대의 차량에서 불이 났다.

운전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리콜을 받고 싶어도 서비스센터에서는 대기 인원이 너무 많아 순서가 돌아오지 않는다. 리콜 서비스를 당장 제공할 수 없다니 당장 차를 운용해야 하는 사람들은 불탈 위험이 있는 차를 몰고 다니는 상황이다.

왜 업체는 생명과 직결되는 자동차의 결함을 그대로 묵인하는 걸까. 중론은 ‘한국에선 리콜을 당장 하지 않더라도 심각한 징벌을 받을 일이 없어서’다. 게다가 업체가 리콜 발표를 미룰수록 소비자는 스스로 비용을 들여 결함을 고칠 가능성이 커지고, 결함 있는 제품을 만든 회사라는 오명을 피할 시간을 벌 수도 있다.

심지어 이 같은 업체의 결함 늑장 대응은 BMW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5년에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배출가스 부품 결함으로 적발된 지 2년 후에야 해당 차량 2200여 대를 리콜한다고 발표했다. 환경부의 점검 사항에서 결함이 발견됐지만, 업체는 꿈쩍하지 않았다. 한 시민단체는 2010년부터 현대·기아자동차가 세타2 엔진에 대한 결함 가능성을 인지했음에도 올해 국토부의 조사 직전까지 이들이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토부는 BMW 차량의 첫 화재사고 이후 3년 후인 지난 2일 BMW코리아의 늑장 리콜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만일 BMW의 늑장 리콜 판정이 내려질 경우 약 700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자동차 관리법에 따르면 안전 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을 알았지만 시행하지 않은 경우 해당 자동차매출액의 1%를 과징금으로 부과해야 한다.

BMW 본사가 BMW코리아의 화재사고 경고를 무시한 정황도 발견됐다. 한국 내 정비센터에서 수집된 EGR(배기가스 재순환 장치)과 관련한 다수의 위험 보고서를 독일 본사에 전달했지만 이에 대한 대응을 내놓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인터넷에선 누리꾼들이 ‘미국이었다면 문제 차량을 벌써 리콜해주고 화재 원인도 알아냈을 것’이라 지적한다. 우선 팔기만 하면 되는 한국의 세태에 해외 자동차 기업들도 익숙해진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집단소송제 도입 등의 제도 도입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뒤늦은 사후조치에 진을 빼기보다 강력한 사전조치의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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