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시장은 에너지시장과 용량시장이 있다. 용량시장은 발전기가 가동 대기상태로 있으면 대기한 것에 대한 대가로 시간당 요금을 지불한다. 가동대기상태란 언제든 요청이 오면 수 시간 내에 정상 출력을 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대기상태가 가능하면 전력거래소에 시간단위로 자동 입찰에 참여한다. 낙찰이 되면서 시간단위의 단가로 정산을 받는다. 1년은 8760시간이다. 매시간별로 용량요금 단가가 다르다.

한여름 낮이나 한겨울 오전 또는 늦은 오후에는 전력이 집중되는 때이다. 이런 때는 대기하고 있는 것에 대한 단가도 높다. 상대적으로 봄가을 저녁은 단가가 매우 낮다.

용량시장은 초기 투자비를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도 필요하다. 발전소를 건설할 때 수조원의 돈이 들어간다. 그러니 발전소를 열심히 돌려서 전기를 팔아 은행에 이자도 내고 이런저런 투자비를 뽑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LNG발전소와 같이 연료단가가 높은 발전기는 매일매일 에너지시장 입찰에 참여해 전기생산하겠다고 열심히 투찰을 해도 낙찰이 잘 되지 않는다. 한여름, 한겨울 수요가 급증할 때나 몇 번 낙찰될 뿐이다. 전기를 만들어 팔아야 돈을 벌지, 돈도 안 되는 발전 사업을 누가 하며 발전소는 누가 짓겠는가?

그래서 대기하고 있는 것의 가치를 인정해줘야 발전기가 열심히 가동돼 전기를 생산해서 수익을 얻지 못하더라도 발전소를 짓는 투자비에 대한 부담해소는 어느 정도 보장된다.

이렇게 발전소는 준비되고 우리나라 전력수요를 충당할 뿐만 아니라 수요예측오차에 대한 대비도 한다. 전력예비율이 필요한 이유는 수요예측이 정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예비율이 안심할만한 수준인가?

우리나라는 2014년 여름 이후 설비예비율을 15% 이상으로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적정설비율을 22%로 발표했다. 이는 최소예비율 13%에 불확실성 대응 예비율 9%를 고려한 것이다.

최소예비율이란 발전원 구성, 발전기별 특성, 석탄화력발전 성능개선,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 등을 고려해 수리적으로 산정한다. 불확실성 대응 예비율이란 연도별 수요 불확실성, 발전설비 건설시 발생할 수 있는 공급지연까지 생각한 수치다.

이탈리아의 경우 100%가 넘는 여유발전용량을 확보하고 있는데, 전력수급은 매우 안정적이겠지만, 엄청난 투자비용과 전기요금 부담이 뒤따른다. 그렇다고 대만(10.4%)이나 그 이하의 예비율을 확보해선 발 뻗고 잠을 잘 수 없을 것이다. 적정예비율을 정하는 것은 항상 고민이다.

<출처- 물구나무 선 발전소>

저자: 김성철 (파란에너지 대표이사)

출판사: 인포더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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