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태양광산업협회 이완근 회장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이완근 회장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의장을 맡고 있는 클라우스 슈바프(Klaus Schwab)가 주창한 4차 산업혁명은 경제뿐만 아니라 의식주와 문화 전반에 걸쳐 새로운 변화를 상징하는 표제어가 됐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성격에 대해서는 아직 왈가왈부하는 것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된 신기술을 적극 활용해 창출되는 새로운 산업의 모습으로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이 가운데서도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로봇공학, 사물인터넷(IoT), 양자활용 등이 4차 산업혁명에서 중핵적인 기술로 많이 꼽히고 있습니다.

여기서 태양광발전의 또 다른 장점을 언급하고자 합니다. 4차 산업혁명과 연계되는 확장성입니다. 기존의 에너지공급 시스템은 대부분 중후장대하게 돼 있습니다. 전력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데는 효율적일 수 있으나, 거대한 몸집이 있다 보니 다른 발전원이나 산업과 융합되는 것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태양광발전은 유틸리티용으로 구축돼 대규모 에너지공급 시스템의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용도에 맞춰 다양한 용량과 형태로 설치될 수 있습니다. 태양광발전은 설계자나 사용자의 구상에 맞춰 폭넓게 이용될 수 있는 에너지인 것입니다.

태양광발전이 가진 이런 기민한 확장성 덕택에 우리는 4차 산업혁명과 태양광발전을 잘 맞물릴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4차 산업혁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다양한 기술과 태양광발전을 접목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태양광발전소의 운영에서 4차 산업혁명의 다양한 요소들이 활용될 수 있습니다.

태양광발전설비에 유무선 센서들을 설치해 태양광발전소의 운영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원격으로 수집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얻어진 정보를 기상정보, 지리환경, 발전특성 등의 다양한 데이터와 연계해 대량의 데이터를 가공하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빅데이터 기술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정리된 데이터는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공유될 수 있습니다. 태양광발전설비의 소유주나 관리자들은 관련 정보를 모바일 기기 등의 다양한 수단을 통해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시스템을 활용하면 정보들을 필요에 맞게 알고리즘화해서 태양광발전시설을 보다 최적의 상태에서 운영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단지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이미 이런 요소들을 융합해 비즈니스를 하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중국의 대형 태양광업체인 트리나솔라는 IBM, 화웨이등과 제휴해 사물인터넷 기술을 태양광발전소의 운영관리에 접목하기 시작했습니다. 태양광발전량, 전력저장량, 송배전 정보, 전력판매 현황, 유지보수 일지 등의 태양광발전소와 관련된 각종 데이터를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취합하고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를 통해 관리하는 서비스입니다.

아직은 커뮤니티 단위의 소규모 시범사업 수준이지만 블록체인과 태양광발전이 연계된 서비스도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네덜란드의 드꺼블(De Ceuvel)지역에서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태양광발전 등의 지역 내 거래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스타트업 기업인 버브는 머신러닝과 인공지능을 태양광발전과 결합해 재생에너지의 P2P 플랫폼을 구축했습니다. '스마트 허브'라는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들은 옥상에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하고 생산된 전기를 가구별 에너지 수요에 맞춰 자동으로 거래할 수 있습니다. 태양광 잉여전력은 이웃 단지에 판매하고 가상화폐로 지불받게 됩니다. 태양광발전은 소형 전자기기부터 주택·상업·대형 발전용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다 보니 이렇게 4차 산업혁명의 요소들과 잘 어울릴 수 있게 됩니다.

산업혁명과 같은 거대한 세계사적인 흐름에 잘 적응한 국가·기업·개인은 전환시대의 승자가 됐습니다. 이런 전환의 흐름에서 낙오되어 쇠락한 사례도 역사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다시 커다란 전환의 흐름 속에 놓여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산업구조의 전환과 태양광발전과 같은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입니다. 둘 다 놓쳐서는 안 될 거대한 역사적 흐름입니다. 이 둘을 함께 잘 맞물리면 우리에게 더 큰 기회가 창출될 수 있습니다. 태양광은 이런 조건을 잘 구비한 에너지원입니다. 태양광발전으로 에너지전환 시대는 물론이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함께 대응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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