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 성공하려면 기업・소비자의 인식전환 필요”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요즘 날씨만큼이나 전기·에너지업계에서 핫(HoT)한 인물로 첫 손에 꼽힌다. 그가 현재 맡고 있거나 최근까지 맡았던 직함만 해도 10개가 넘는다. 건국대 취창업전략처장,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공급분과장 및 총괄분과위원, 국무조정실 미세먼지대책 평가위원회 위원, 산업부 전력정책심의회 의원, 산업부 지능형전력망기본계획 수립위원회 민간위원장, 서울에너지공사 투자자문위원회 위원, 세계은행(World Bank) 에너지부문 자문위원, 대한전기학회 기획정책이사·재무이사·편집이사 등등. 그가 이처럼 정부와 국제기구, 공공기관, 민간기업 등에서 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는 이유는 그의 전공 분야가 전기공학을 넘어서 전력경제, 에너지정책, 전력시장, 스마트그리드, 수요관리 등 다양한데다 워낙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대학 캠퍼스 그의 연구실에서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그는 사전 질문요지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어지는 질문에 대해 막힘없이 답변을 쏟아냈다.

- 학교에서 취창업전략처장이란 보직을 맡고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하는 건가요.

“요즈음 워낙 취업이 어렵다보니 학생들의 취업과 창업 전략을 수립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합니다. 학생들에게 취업 관련 정보도 제공하고, 진로설계도 직접 해주죠. 저는 개인적으로 창업에 대한 관심이 많아 창업교육 및 BM(비즈니스 모델)실습, 실험실 제공, 창업성공사례 강연 등을 통한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학생들이 사회적기업 창업을 넘어 기술창업까지 이어지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 요즘 에너지업계 이슈는 역시 에너지전환입니다. 하지만 신재생이 과연 석탄이나 원자력 등 기존 에너지원을 대체할 수 있을까요.

“미국의 경우 에너지전환은 국가 안보나 자원 확보와 연관이 있습니다. 석탄자원이 많지만, 지금은 오염물질 배출이 많으니 일단 묻어 두고, 충분한 기술개발을 통해 나중에 활용하자는 식이죠. 현 정부의 에너지 전환은 자원도 부족하고, 환경과 안전이란 가치가 중요해짐에 따라 재생에너지를 늘리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는 불리하게도 계통여건이 섬과 같아 신재생 보급만 확대해서는 기존 에너지원을 대체하는 게 여의치 않습니다. 신재생 발전비중이 높은 국가들을 보면 대부분 다른 국가들과 계통이 연계돼 있어 유연성이 확보되고 있거든요. 신재생은 보급만 늘리는 게 능사가 아니고, 계통과 시장제도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합니다. 우선 신재생 보급을 늘리려면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명시된 것처럼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합니다. 하나는 지자체나 공기업 주도로 새만금 등 대규모 계획입지를 활용하는 방안이고, 또 하나는 한국형 FIT제도처럼 개인이나 협동조합 형태로 소규모 발전 사업을 하는 것이죠. 이를 위해선 한전과 전력거래소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한전은 망을 보강해야 하고, 거래소는 화력에 맞춰 설계된 송전계통운영기준을 재생에너지에 맞게 표준화하는 작업을 해야 하죠.”

- 그럼 신재생의 간헐성과 불확실성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있나요.

“지금 EU의 여러 나라들은 신재생의 간헐성과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 공격적인 실험을 시행하고 있는데 우리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스나 양수 등 대체전원을 충분히 확보함으로써 물리적 유연성을 확보하고, 실시간 시장 도입과 보조서비스 시장을 정상화해서 적절한 보상을 해주는 등의 제도 개선도 해야 합니다. 그래야 발전사업자가 자체 출력을 예측해 입찰하는 수준까지 발전할 수 있죠.”

- EU의 여러 나라들이 에너지전환에 있어 앞서가는 또 다른 이유가 있나요.

“기업과 국민의 의식수준이나 가치관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의 많은 기업들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이용하겠다는 RE100(Re newable Energy 100%)캠페인에 적극 동참하고 있고, 소비자들도 더 비싼데도 불구하고 지역농산물을 이용하는 것처럼 P2P(개인 간 거래) 방식으로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구매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죠. EU국가들의 전력거래 플랫폼을 분석해보니 전기 구매 선택에 있어 자기가 사는 동네(커뮤니티)와의 거리가 중요한 지표라는 점이 이를 방증하죠.”

- 요즘 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도 한창 진행 중입니다. 공급분과장, 총괄분과위원으로 참여 중이신데 어떤 논의들이 오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3차 에기본은 8차 전력수급계획과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 현재 수립 중인 2030 온실가스 감축로드맵 수정안과의 정합성을 고려해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감축하는 게 숙제입니다. 또 세제 및 요금분과도 만들어져서 이 분야도 논의 중인데 세제개편을 통해 석탄을 얼마나 줄이고, 가스와 재생에너지를 얼마나 늘릴 것인지도 주요 이슈입니다.”

- 가스의 경우 가격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로 발전비중 확대에 비판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그동안 아시아 프리미엄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스 도입가격이 높았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셰일가스와 러시아 PNG를 레버리지로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적절히 구성하면 가격 안정화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또 국가 간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듯이 가스도입도 경쟁구조가 필요하다고 봐요. 가스공사가 독점적으로 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바이어가 경쟁을 하면 가격을 낮출 수 있는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 민간가스발전사업자와 집단에너지사업자의 적자가 심각한데요. 해법을 제시하신다면.

“우선 자구노력을 통해 사업자 스스로 비용 절감을 해야 하는데, 문제는 구조적으로 돌릴수록 손해를 본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시장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실제 연료비를 보전해주는 LNG발전기 정산비용 현실화가 필요하죠. 또 전기요금 때문에 일률적인 용량요금(CP) 인상이 어렵다면 최신 고효율설비를 적용한 신규발전기와 기존 발전기와 차별화하는 것도 고민해야 합니다.”

- 지능형전력망기본계획 수립위원회 민간위원장을 지내셨는데요. 지능형전력망의 향후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스마트그리드 사업은 제주실증사업 이전과 이후로 명확히 구분됩니다. 이전에는 송배전전력망을 디지털화하고, 센서를 통해 전력시스템을 고도화하는 한편, AMI 등 관련 제품 개발과 보급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는 재생에너지 보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재생에너지의 수용성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전력망에서 재생에너지를 수용하기 위해 제어하고 예측하는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 에너지 전환과정에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크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전기요금은 내제적인 요인 탓에 오르기도 하지만, 유가와 환율 등 외부요인 영향도 큽니다. 이 둘을 구분할 필요가 있는데, 당분간 에너지전환으로 인한 요금 인상 요인은 크지 않다고 봅니다. 다만 산업용 요금의 경우 경부하 요금이 너무 저렴하다보니 전력수요가 필요 이상으로 늘어난 점을 고려해 조정이 필요하고, 값싼 전기혜택을 수십 년 간 누려온 대기업들의 경우 외국처럼 RE100까지는 아니어도 자발적으로 RE30(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30%를 재생에너지로 이용)을 선언할 필요도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연구 분야나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최근 전력산업은 수송(전기차, 수소차), 4차 산업혁명(AI), 열, 가스 등 대앙한 분야와 연관성이 높아져 융합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도 다양한 학문 분야에 대한 이론적 공부와 함께 T자형 인재(많은 부분을 가로로 폭넓게 알되 본인이 맡은 분야는 세로로 깊이 있게 아는 사람) 양성을 위해 힘쓸 계획입니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보급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현재 수립 중인 온실가스 감축로드맵 수정안에서는 2030년까지 보급 목표를 당초 100만대에서 300만대로 확대키로 했죠. 앞으로 전기차와 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은 향후 전력수요에도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해외 시장에서 관심 있게 보는 곳은 일본입니다. 전력시장 구조개편이 본격화하고 있는데 과연 성공할 수 있을 지, 그리고 최근엔 가상발전소(Virtual Power Plant: VPP) 실증에 나서고 있는데, 이것도 눈여겨 볼만한 이슈입니다.”

박종배 교수는...

▲1963년 출생 ▲1987년 서울대 전기공학과 졸업 ▲1989~1998년 한국전력공사 연구원 ▲1998~2001년 안양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2001~현재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 ▲2006~2008년 미국 전력연구원(EPRI) 연구원 ▲2014~2015년 미국 럿거스대 방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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