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기요금 인상 억제 위해 석탄 올리면서 LNG 낮추는 방안 최종 검토
SMP 하락으로 한전은 유리, 석탄·LNG·신재생발전사업자는 불리

석탄화력발전의 연료용 유연탄에 개별소비세가 현행 36원/kg에서 46원/kg으로 10원 인상된다. 반면 액화천연가스(LNG)에 부과되는 세금은 현행 91.4원/kg에서 23원/kg으로 68.4원/kg 내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미세먼지 등 과도한 환경 부담에 대한 고려 없이 세금이 매겨지면서 에너지원간 상대적 가격이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는 액화천연가스(LNG)에 붙는 세금을 줄이고 유연탄은 올리는 방향으로 발전용 에너지원 간 상대가격 조정을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 등 사회적 비용 고려해 석탄과 LNG 간 세금 조정

발전용 유연탄의 경우 2014년 7월 이전까지 과세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석탄발전이 미세먼지 국내 발생원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2014년 7월 이후부터 개별소비세 명목으로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발전연료에 매기는 제세부담금을 보면 LNG에는 개별소비세·관세·수입 부담금이 붙어 총 kg당 91.4원이 부과되는 반면, 유연탄은 kg당 36원의 개별소비세만이 부과되고 있다.

LNG에 비해 유연탄이 과도한 환경 부담을 유발하면서도 세제 우대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기재부·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는 조세재정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발전용 에너지 제세부담금 체계 합리적 조정방안’이라는 주제로 연구용역을 의뢰했고, 이번 용역을 바탕으로 사회적 비용을 반영해 발전용 에너지 제세부담금 체계를 손질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재정개혁특위도 지난 3일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에너지 가격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석탄화력발전의 연료용 유연탄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액화천연가스(LNG) 수준만큼 높여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특위는 연료 사용량 기준 연료용 유연탄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인상하고, LNG에 대한 개별소비세는 동결하거나 전반적 세부담을 낮춰야 한다고만 밝혀 유연탄에 대한 과세는 충분히 예상된 반면, LNG에 대한 세금은 동결되거나 약간 인하될 것으로 예상됐던 게 사실이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복지 확대에 나서려면 예산이 많이 필요한 점도 이런 예상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결국 LNG 세금 대폭 인하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전기요금 인상보다 비용하락에 초점...SMP 감소 효과 클 듯

많은 언론에서는 재정특위의 유연탄 개별소비세 인상 권고에 대해 발전사의 전력구입비가 증가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을 내놨다.

현재 국내에서 발전용으로 소비되는 유연탄과 LNG는 연간 각각 1억2000만t, 1700만t에 달한다.

정부 계획대로 세제가 개편될 경우 발전사들의 유연탄 연료비 지출은 1조2000억원(1억2000만t ×1000(kg)×10원)가량 늘어난다.

반면 LNG 연료비 지출은 1조1628억원(1700만t ×1000(kg)× 68.4원) 정도 줄어든다. 전체적인 연료비 변동이 없어 전기요금 인상요인도 없어지게 된다. 정부의 세수도 중립적이다.

하지만 발전원별 전력단가는 ㎾h당 원자력은 67원, 석탄은 92원, LNG는 125원, 신재생에너지는 165원 수준이어서 이번 세제 조정안이 시행되더라도 발전원별 연료비 격차가 워낙 커 원자력-석탄화력-LNG복합화력 순의 발전단가와 급전순위 변화도 없고, SMP하락 효과만 가져올 것으로 예측된다.

SMP 1원 하락 시 전력구입비 절감 효과가 약 3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이 금액이 1500억~5000억원으로 계산이 달라질 수 있다.

증권가에선 한전이 올해 2분기까지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올 상반기에만 5000억원대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결국 정부는 한전의 경영 악화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을 감안해 요금인상보다는 비용하락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에너지전환 비용 발전사업자들이 내는 꼴...전력시장제도 개선 요구 클 듯

문제는 전기요금 인상 없이 SMP만 낮추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발전사업자들의 부담은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가뜩이나 어려운 가스발전 사업자들의 경우 SMP가 하락할 경우 수익성은 더욱 악화돼 경영악화가 우려된다.

석탄을 주연료로 사용하는 발전공기업들도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지만, 정산조정계수를 통해 수익을 조정하도록 돼 있어 민간발전사들의 타격은 훨씬 크다.

신재생발전사업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신재생 사업자는 한국전력에 전력을 직접 판매해 SMP를 받거나 발전사에 신재생공급인증서(REC)를 팔아 수입을 얻는데, SMP가 하락할 경우 수익성은 악화된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성공적인 에너지전환을 위해선 비용증가를 인정해야 하는데,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을 막고 비용감소로 이를 충당하려 하고 있다”며 “다른 나라의 경우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소비자들의 부담도 늘리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정치적인 부담 탓에 전력산업계에만 비용을 전가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한편, 감사원은 두 달 넘게 전력거래소의 전력거래 전반에 관한 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한전의 전력구입비를 낮추기 위한 전력시장 제도개선 방안을 찾는 게 주요 목적이 아니겠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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