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싱 양국 사업비 갈등에 HSR 무기한 중단 조짐
철도공단 등 사업 참여자들 해결책 없어 대기 중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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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도(HSR) 사업이 무기한 연기될 조짐을 보이면서 해외 진출을 타진 중이던 국내 사업자들의 표정에도 어둠이 짙어지고 있다. 이미 컨소시엄까지 꾸려 현지에 진출한 철도공단의 경우 현지 동향을 살피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는 전언이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HSR 사업을 추후 여건이 될 때까지 연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앞서 국가부채 감축을 위해 해당 사업을 취소하겠다는 입장에서는 한 발 물러선 것이지만, 사업비 부담 문제를 두고 대치하고 있는 말레이시아·싱가포르 양측의 논의가 진척이 없어 사실상 사업 중단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중론이다.

HSR 사업 수주를 위해 사업제안서를 준비하고 있던 국내 사업자들은 양국 간의 힘 싸움에 된서리를 맞은 분위기다. 지난해 말 제안요청서(RFP)가 공표돼 예정대로라면 연내 제출토록 돼 있지만, 사업 연기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향후 전망은 불투명해졌다.

현재 국내에서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철도업계 대표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꾸려 현지에 진출한 상황이다.

공단·코레일과 현대로템·현대엔지니어링·SKT가 참여한 이 컨소시엄은 노반을 제외한 철도 전기, 차량 등 분야 수주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던 중이었다. 특히 이 사업의 경우 17조원에 달하는 큰 규모에, 동남아시아 국가 간 첫 번째 고속철이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져 주목도가 높았다. 여기에 동남아시아 고속철 시장에 진입에 성공할 시 향후 추가 사업 수주까지 기대할 수 있어 철도업계의 관심은 한껏 부풀어 있던 상황이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 기간 중 HSR 수주를 위한 정상외교에 나서기도 했다. HSR 수주전의 경쟁국인 일본·중국 정상이 전방위적인 지원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HSR 사업에 암운이 드리운 상황이지만 국내 사업자들이 쓸 수 있는 카드는 거의 없어 보인다.

공단에 따르면 HSR 사업의 RFP는 “발주처는 언제든지 상황에 따라 사업을 종료할 수 있으며, 입찰 참여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대형 사업에 으레 포함된 문구이지만, 이번 사업에선 이 문구 때문에 법적인 이의조차 제기할 수 없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입찰에 참여하려 한 일본과 중국 사업자들이 침묵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공단 관계자는 “현재 HSR 사업은 잠정적인 대기 상태”라며 “현 시점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앞으로 사태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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