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수입자동차에까지 높은 세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세계 경제의 양강(兩强)인 미국과 중국이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돌입하면서 우리 수출 전선에도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이다.

지난 6일 미국과 중국은 500억 달러 규모의 상대 제품에 치고받는 식으로 25%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나흘 뒤인 10일 미국은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0% 추가 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다.

이처럼 미-중간 무역 갈등이 심화되자 우리 정부는 양국 간 무역 갈등이 길어질 것에 대비해 민관합동 대응체제를 가동하는 등 적극적인 방식으로 전략을 바꿨다. 우리 정부는 그간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하며 로우키(loe Key) 전략을 고수해 왔다.

이와 관련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서울 무역보험공사에서 강성천 통상차관보 주재로 관계부처, 업계, 전문가 등과 함께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영향과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회의에 참석한 업종별단체들은 미 행정부의 추가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우리 수출에 미칠 영향을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경우엔 생산제품 대부분이 중국 내수용이라 관세의 영향이 크지 않겠지만 중국산 가전, 컴퓨터, 통신기기 등이 추가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됨에 따라 우리 중간재 수출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정부 차원의 대응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사절단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 대미(對美) 아웃리치(외부 접촉 활동)를 전개한다. 미국 정관계 주요 인사들과 만나 한국산 자동차에 관세가 추가되는 것을 막겠다는 복안이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 입장에서 양국이 벌이는 무역전쟁은 어떤 형태로는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다. 옆 집에서 굽는 생선 냄새가 우리 집으로 넘어오지 않게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고래싸움에서 새우등을 지키기 위한 머리 싸움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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