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북한과 단순 경제협력 넘어 사회 전반에 긍정적 영향 줄 것
대한전기학회 전기역사전문위원회 ‘남북통일 대비 전기에너지 협력 심포지엄’
작성 : 2018년 07월 12일(목) 11:03
게시 : 2018년 07월 13일(금)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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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간 강원도 평창 용평리조트에서 열린 ‘2018 대한전기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는 학회 전기역사전문위원회(위원장 구자윤) 주관으로 ‘남북통일 대비 전기에너지 협력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이날 심포지엄에 이어 학회는 산·학·연 관계자들이 모여 남북 민간교류 등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남북 전기에너지 협력 포럼’을 발족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이 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시작된 남북 평화무드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라는 큰 성과로 이어졌다. 경색됐던 남북관계가 평화구축을 위한 협력무드로 전환되면서 남북협력의 핵심인 ‘북한의 경제적 성장을 도모’하는 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러한 경제 협력은 전력인프라 연계·구축을 통해 구체화될 것이며, 장기적으로 ‘남북 및 동북아 전력연계 협력’으로 확대 발전될 것이다. 이에 전기학회는 민간 차원의 적극적인 역할과 참여를 유도하고자 ‘남북 전기에너지 협력 포럼’을 발족, 보다 선제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간 강원도 평창 용평리조트에서 열린 ‘2018 대한전기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는 학회 전기역사전문위원회(위원장 구자윤) 주관으로 ‘남북통일 대비 전기에너지 협력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전기·에너지 분야 산·학·연·관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북한의 전력산업 실태와 협력정책, 투자비용 등 산업 전반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남북 전기에너지 협력포럼 발족을 기념하는 순서도 진행됐다.

북 전력설비, 설비 작동 가능하나 수리.개선 불가능

▲북한 전력산업 실태와 경험(에드워드 마이어(Eduard Meier) 스위스 엔지니어/ABB 아시아 책임 등 역임)
북한의 KEDO 사업은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 동결에 대한 대가로 2개의 원자로 건설을 허용하는 미국·EU·일본·한국·북한 간 협상의 결과로 이뤄졌다.
부시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냈던 도널드 럼즈펠드는 KEDO 사업 당시 계약 당사자인 ABB의 비상임이사였다. 2000년 북한에 원자로를 판매하기 위해 2억 달러의 계약을 맺었던 회사의 이사가 2년 뒤인 2002년엔 북한을 ‘악의 축’의 일부이자 테러국가로 규정하며, 북한의 체제가 바뀌어야 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나는 북한 KEDO 프로젝트를 추진한 2000년 부터 2001년까지 총 3차례 북한을 다녀왔다. 한 번에 7~10일 동안 방문한 평양에서는 잠재적인 전기 네트워크 개선 및 고전압 변전소 솔루션에 관한 논의가 진행됐다. 하지만 북한에서의 정보 수집은 어려웠으며, 북한 기술자의 기억에 의존한 설명을 들었다.
ABB는 평양과 송천강, KEDO 변전소 등에 제안을 제출했고, 수력발전소 개량 및 발전소 효율 증대를 위해 몇 개의 소형 수력발전소를 조사했다.
당시 북한에서 사용했던 전력장비는 매우 오래되고, 낙후된 상태였다. 주파수는 50~60㎐였다. 이들 설비들은 작동이 가능했지만, 수리나 개선은 불가능했다.
사업을 하는 동안 북한 전기 엔지니어들의 기술적인 지식과 인식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물론 사업은 어려웠다. 북한의 무리한 요구에 논의가 중단되는 경우도 많았다.
일례로 북한은 ABB에 첫 전력 변전소(2000만 달러 이상)의 무료 제공을 요청했다. 하지만 ABB가 앞으로 북한에 더 많은 변전소를 지을 것이란 ‘희망’만 가지고 이를 수락할 수는 없었다. 한 겨울밤 우리가 머물던 건물의 모든 전력이 꺼졌고, 끔찍한 추위에 떨어야 했던 우리는 불만을 터뜨렸지만 돌아온 대답은 ‘이제 북한의 전력공급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지 않았는냐. 북한은 전력이 급히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첫 변전소 무료 제공이라는 합의에 도달할 수 없었다.
대화와 교류는 서로의 이해를 증진하고, 한국의 평화적 통일이라는 소망에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 동독의 경우 독재자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부족하고, 서독에서 살겠다는 욕구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무너졌다. 자유롭고, 스스로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남한의 체제는 북한의 어느 선전보다 강하다고 생각한다. 5000년이 넘는 찬란한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 국민들이 분열된 상황을 평화롭게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자유로운 삶에 대한 통일 의지는 그 어느 이데올로기보다 강력하다.

전기, 통일비용 절감할 핵심요소

▲북한 전력현황 및 협력정책(윤재영 한국전기연구원 본부장)
북한의 전력난은 북한 경제 악순환의 고리이자 통일비용을 절감할 핵심 요소다. 특히 1980년대 이후 이러한 어려움이 가중됐는데 이를 선순환 구조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전기·에너지가 필요하다. 전기는 김일성 주석이 ‘산업의 쌀’로 지칭할 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북한은 전기와 석탄을 주 동력원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석유·가스 등의 비중은 미미해 큰 의미가 없다.
전기는 현 북한 경제의 아킬레스건이다. 전력공급은 경제회복을 위한 최우선적 협력 사안으로, 단순 경제협력을 넘어 북한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통일비용을 절감하고, 남한 중전기업체의 수요창출 등 상호 윈윈(Win-Win)이 가능할 것이다.
북한의 전력계통 현황(추정)을 살펴보면, 송전계통은 66/100/220kV로 구성돼 있다. 110kV계통은 지역 간의 전력융통을 목적으로 하는 간선계통으로, 함경남도·함경북도에 일부 포설돼 있다. 66kV계통은 지역 내의 전력공급을 담당하는 송전망으로 부하밀도가 높은 평양시와 평안남도에 집중돼 있다.
북한은 중공업 우선정책 등 에너지 과소비형 구조다. 설비 노후 등의 여파로 전력손실도 크다. 1지역 1발전소 정책으로 전국적 전력융통을 위한 송전선로 건설도 부진하다. 송배전 용량과 계통신뢰도, 전력품질 등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지난 2013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남한보다 발전량이 경제성장률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귀분석 추정결과 북한의 경제성장률을 1% 높이려면 3억8700만kWh의 발전량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 이는 2012년 현재 북한발전량의 1.78%에 해당하며, 남한의 1.11%보다 큰 것이다.
북한에 전기 공급 대안을 놓고 ‘신재생에너지, 마이크로그리드로 가야 한다’, ‘기존 설비의 개보수와 송전망 구축을 우선해야 한다’ 등의 다양한 의견이 있다. 연구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들 모든 사업을 병행하는 것이 옳다. 어느 한 가지 대안에만 올인하는 것은 오히려 또 다른 부작용을 낳거나 실패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북한 전력지원의 시급성을 감안해야 한다. 통일 전후 독일의 시행착오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면밀한 사전검토가 필요하다. 남북한·동북아 연계망 등과의 조화도 고려해야 하며, 장기적으로 ‘남-북-러’ 통합 전원수급계획 등 전력협력 종합 마스터플랜을 수립해야 한다.

2014년기준 北 火電 개보수비용 2조1186억

▲북한 전력산업 재구축 투자비(김경술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
북한의 에너지 소비규모는 1990년 이후 연평균 3.3%씩 감소해 왔다. 2016년 현재 북한의 에너지 소비규모는 우리나라의 1960년대 초 수준이다. 1998년을 기점으로 약간 반등했지만 2006년 이후 하락 전환해 김정은 집권 이후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1인당 에너지 소비량도 0.40TOE로 남한 5.74TOE의 7%에 불과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북한의 전력설비 총 이용률은 1990년 44.3%에서 2016년 35.6%로 감소했다. 이는 설비노후화, 정비 부족 등 가동여건이 악화된 것이 주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2014년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에너지 분야 8개 기관과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북한의 발전설비는 현재 설비(722만kW)를 현대화해서 2020년까지 수급이 가능하나 그 이후 2040년까지 1375만kW의 증설이 필요하다.
2014년을 기준으로 북한 내 기존 화력발전소의 개보수비용은 2조1186억원, 매년 100억원 정도의 부품지원 등 경상정비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2040년까지 총 375만kW 규모의 LNG 복합화력 건설을 가정하면 4조9862억원, 같은 기간 1000만kW 규모 석탄화력 신규 건설에는 17조3376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수력발전소 개보수에는 2040년까지 총 2조7121억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 기간에 송배전설비를 재구축하려면 변전소 3조1465억원, 송전설비 6조588억원, 배전설비 5조931억원 등 총 14조2984억원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관련 연구를 통해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이지만 앞으로 북한의 실태조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이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연구에서 다룬 내용 외에도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평가가 진행돼야 한다. 주기적인 재평가도 필요하다.
조정훈 기자 기사 더보기

jojh@ele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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