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정책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이 함께 가야”

에너지전환과 미세먼지 저감, 온실가스 감축 등 에너지 정책에는 풀어야 할 과제가 산재돼 있다. 원자력계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전환 정책에 반해 미세먼지 저감과 온실가스 감축에서 원자력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에 관해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의 병행을 해법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임만성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를 만나 에너지 정책과 원자력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문재인 대통령이 잘돼야 나라도 잘됩니다. 장기적으로 에너지 정책이 현 정부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여 우려스럽습니다.”

임만성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현 정부가 한반도 평화시대를 열 가능성이 높지만, 에너지전환 정책에 덜미를 잡힐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면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전문가가 배제된 채로 시민단체 중심의 선언적 구호가 국가 정책을 이끌어가는 형국이 됐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역사를 바꾸는 일을 해낼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통해 청년실업, 이데올로기 갈등, 경기침체 등의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은 재고해야 합니다. 참여정부에서도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후 원전을 다시 건설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돌아섰습니다. 진정으로 나라를 위하는 일이 무엇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에너지는 국가의 백년대계로, 에너지안보는 군사안보 다음으로 중요한 문제입니다.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이 MB정부의 4대강 사업이 될 수 있습니다.”

임 교수는 에너지 정책은 온실가스 배출이 없고, 지속적으로 이용이 가능하며, 에너지 안보에도 기여할 수 있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은 세 조건에 부합하므로, 두 에너지와 ESS까지 함께 이용한다면 화석연료 없이 국가에너지시스템을 구축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며, 에너지 안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정책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의 공존이 해답입니다. 하지만 신규 설비에 대한 투자 문제와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으로 어려움이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그런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합니다.”

정부가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는 기저에는 원전안전에 대한 불안감 등 국민의 부정적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원자력계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국민의 인식 변화가 꼽힌다. 임 교수는 국민을 먼저 바꿔야 국민의 뜻에 따르는 정부의 정책을 바꿀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에 원자력에 대한 인식변화에 관해 나름대로 실험을 해봤습니다. 3년간 고등학교 선생님과 학생을 초청해 원자력 교육을 실시했습니다. 교육 전후 변화를 조사했는데, 교육을 통해 부정적 인식을 개선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임 교수는 변화의 이유에 대해 이론적으로 연구해봤다. ‘인식’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형성된다. 면밀히 검토 후 판단 근거에 따라 결정하는 중앙집중처리방식과 신뢰할 만한 소스(source)로부터 받은 정보에 추가적인 정보를 더하는 주변처리방식이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주변처리방식으로 인식하게 된다.

“대다수 사람들이 주변처리방식을 통해 무언가에 대해 인식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문, 방송, 영화, 저명한 인사, 환경단체 등에서 나온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그대로 갖게 됩니다. 중앙집중처리방식으로 인식되면 쉽게 바뀌지 않지만, 주변처리방식으로 인식한 경우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면 바뀔 수 있습니다. 다만 정보전달자에 대한 신뢰가 중요합니다. 믿지 못하면 듣지 않습니다. 신뢰를 얻은 상태에서 국민들이 고민하는 문제나 미심쩍은 부분, 잘못 생각한 부분에 대해 제대로 설명한다면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그는 카이스트(KAIST) 학부 2학년생 94명 중 원자 및 양자공학과 지원자가 전무한 것에 대해 침소봉대할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다만 우수한 인력 수급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000명이 채 안 되는 학부생 중 연평균 20명 정도가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를 지원했습니다. 대략 2%가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를 선택한 것입니다. 2%면 이번 가을학기 전공선택 대상자 94명 중 1~2명이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를 지원한다는 것이므로, 0명은 가능한 숫자입니다. 다만 단 한 명도 선택하지 않는다는 점이 의미 있는 숫자라 생각합니다. 원자력 산업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학부모님들에게 영향을 미쳐 학생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기조가 유지된다면 신입생 감소는 계속될 것입니다. 인력수급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므로 정부가 정책 개선에 나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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