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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이 에너지 소비 '펑펑'...정부 절전정책 무색
정부 청사는 물론 지방이전 공기업 냉방 적정온도 준수안해
작성 : 2018년 07월 11일(수) 17:56
게시 : 2018년 07월 13일(금)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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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에 공기업의 에너지 낭비 실태를 제보한 A씨가 보내온 사진에는 사무실에서 점퍼를 입은 채 근무하고 있는 직원의 모습이 담겨있다. A씨는 사무실 기온이 21.7도라고 밝혔다. ①②는 본지가 정부 청사 건물과 지방이전 공기업의 냉방기기를 촬영한 사진. 각각 냉방 희망온도가 18도, 21.7도로 설정돼 있다.

2011년 9월 15일 오후 3시 11분. 4시간 45분간 지역별로 전기가 꺼졌다 들어오길 반복한 순환정전이 발생한 후 정부는 고강도 절전대책을 추진했다. 이에 발맞춰 공기업들은 전력사용량이 늘어나는 여름철마다 바닥난 전력예비율에 전전긍긍하며 전사적인 절전활동에 돌입했다. 오전 집중근무제를 실시해 오후에는 필수 근무인원만 남기고 휴무를 실시하기까지 했다.
이후 7년이란 시간이 흐른 2018년 공기업의 모습은 어떨까.
그 사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더욱 극심해져 6월경부터 이른 여름이 찾아오고 폭염과 열대야도 더욱 늘어났다. 또 국토 균형발전의 일환으로 수도권에 밀집돼 있던 공기업들은 저마다 자체 사옥을 마련해 지방으로 터전을 옮겼다.
본지가 정부 청사, 지방이전 공기업 본사와 지역사업소 등을 대상으로 냉방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 고시(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로 명시돼 있는 실내온도 기준 28도를 지키지 않는 곳이 다수 존재했다.
지방이전 공기업 소속 A씨가 본지에 제보한 문건에 의하면 사무실 기온이 21도 수준까지 떨어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5월 초부터 실내 냉방을 시작하고, 필요 이상의 냉방으로 사무실에서는 점퍼를 입고 있어야만 견딜 수 있다는 게 A씨의 증언이다.
확연히 차이나는 2011년과 2018년 공기업 냉방관리 실태를 비교해 보고 그 이유를 짚어봤다.

# 2011년 전력예비율 확보위해 ‘찜통근무’

2011년 9월 15일 예고 없이 찾아온 정전사태는 전력당국은 물론이고 한전 등 전력공기업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일이었다. 뒤늦게 찾아온 전국적인 이상기후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예비전력이 바닥나자, 지역별로 강제 정전을 실시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응급수술이 중단됐고, 수많은 이들이 승강기에 갇혔으며 은행업무도 마비됐다. 신호등이 꺼져 차들이 갈피를 못 잡았다. 이렇게 4시간 45분 동안 정전이 이어졌다. 당시 전력거래소가 예상한 전력피크는 6400만W였는데 실제 전력수요는 6726만kW에 달했다. 전력예비율이 떨어지자 전력거래소와 한전은 아무런 통보 없이 지역별로 순환정전에 돌입했다.
당시 정부가 접수받은 피해신청 건수는 8962건, 금액은 610억원에 달했다. 사태의 책임을 지고 당시 최중경 지식경제부장관이 사퇴했고 지경부, 한전, 전력거래소 소속 책임자 17명에 대한 고강도 문책 인사가 이뤄졌다.
이후 정부는 전력난이 예상되는 여름철마다 제2의 정전사태를 우려하는 국민적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고강도 절전대책을 추진했다. 이에 발맞춰 공기업들도 사활을 걸고 자체적인 절전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사무실 온도를 섭씨 28도 이상으로 유지하고 피크 시간대에는 1시간씩 실내조명을 강제 소등했다. 전력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해서 점심시간을 기존 낮 12시에서 1시간 앞당기고 탄력근무제를 적극 장려하기도 했다. 최대 피크치가 예상되는 날에는 소수 인력만 남기고 오후 휴무를 실시하는 공기업도 있었다. 한전 등 기관장들은 에너지다소비빌딩을 찾아다니며 절전을 호소했다. 넥타이를 하지 않는 노타이는 필수였고 반바지까지 허용하는 쿨비즈가 권장됐다.
당시 서울 삼성동 소재 한전 본사 건물은 그야말로 불덩이를 삼킨 듯했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서 실내온도를 섭씨 28도 이상으로 유지하라는 지침을 따르는 건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직원들이 빽빽한 사무실 온도는 냉방기기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해 30도를 훌쩍 넘어섰다. 찜통과 다를 바 없었다. 부채 하나에 의존한 채 더위를 이겨내려 안간힘 쓰는 직원들은 일이 손에 잡히는 게 이상할 정도라며 볼멘소리를 내곤 했다.

# 2018년 문 열고 냉방기기 가동

이른 더위가 찾아온 6월 지방이전 공기업 소속 A씨는 본지에 자사의 에너지 낭비를 고발해왔다. 과다한 냉방으로 사무실에 있는 여직원들은 겉옷위에 점퍼까지 덧입을 정도라며 6월 중순 사무실 기온이 21.7도인 사진까지 첨부해왔다.
A씨에 따르면 냉방이 필요하지 않은 5월 초부터 사무실 냉방이 시작됐고 내부적으로 과다한 냉방에 대해 여러 차례 개선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방으로 이전하기 전까지는 이와 같은 상황은 상상조차 할 수도 없었다는 A씨는 낮에는 사무실에서 추위에 떨고 퇴근 후 가정에서는 누진제 때문에 냉방기를 가동하지 못해 지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실제 A씨가 근무하는 공기업은 2011년 9.15 순환정전이후 정부의 절전대책에 동참해 오전 집중근무제를 실시했던 곳이다. 전력수요량이 최대치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특정일에는 오전 집중근무제를 실시하고 오후에는 필수 인원만 남긴 채 휴무를 단행했었다.
당시와 비교하면 달라도 너무나 다른 모습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본지가 이번 제보를 바탕으로 지방으로 이전한 공기업 본사와 지역사업소 6곳의 냉방실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여름철 적정 실내온도인 28도를 준수하지 않은 곳이 4곳에 달했다.
수장이 자리를 비운 사무실의 희망 냉방온도는 22도, 임원이 공석인 사무실도 24도를 유지하고 있었고, 또 다른 곳은 여직원 혼자 있는 사무실 온도를 18도로 맞춰놓고 문까지 열고 있었다.
또 다른 곳은 1층 로비부터 시원함이 느껴질 정도로 냉방을 하고 있었는데 응대하는 직원도 긴팔을 입고 있었다.
24도로 실내온도를 맞춰놓은 한 지역사업소 직원에게 냉방 상황에 대해 묻자, 제습기능을 하려고 했는데 직원이 실수로 에어컨을 튼 것 같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을 하기도 했다.
본지가 조사를 실시한 시기는 6월 말로 정부가 지정한 전력수급 대책기간(7월 9일~9월14일) 이전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공기업의 무분별한 냉방관리는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전력수급 대책기간 중인 7월 어느 날 과천 정부청사를 찾았다.
중앙제어방식으로 냉방기기를 가동하는 건물의 경우 실내온도가 상당히 높아 열기가 느껴질 정도였고 선풍기를 3~4대 가동하고 있었다. 반면 냉방기기를 18도에 맞춰 가동 중인 곳도 있었다. 정부가 여름철 전력수급대책을 발표하고 공공기관에 기관별 특성에 맞는 에너지절약 추진을 당부한 것이 무색할 정도다.

# 매년 최대전력수요 갱신…예비율은 충분

정부는 5일 전력수급 안정대책을 내놨다. 폭염이나 발전기 고장 등 만일의 사태에도 전력수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7월 9일부터 9월 14일까지를 전력수급 대책기간으로 지정하고 수급상황을 집중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공공부문의 경우 실내온도는 26~28도를 준수하는 등 에너지절약에 솔선토록 한다는 복안이다.
올 여름 이상기온 등으로 전력수요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과거와 같은 대규모 정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다.
8월 2~3주에 최대전력수요 8830만kW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급능력은 1억71만kW로 예비율이 14.1%(1241만kW)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9.15 순환정전 당시 우리나라의 전력예비율은 0%에 가까울 정도여서 전력당국과 한전, 전력거래소 등 관련기관은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전력 확보에 안간힘을 썼다. 정부는 순환정전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는 듯 부족한 전력설비를 적극적으로 보강해 나갔다. 의향서를 제시한 상당수의 발전소에 발전허가를 내주기도 했다. 그 결과 2014년부터는 정반대현상이 벌어졌다. 전력예비율이 20%를 웃돌며 과도하게 치솟았다. 기저전원이 확보되면서 연료비가 높은 LNG발전소 가동률이 떨어지는 상황이 연출됐다.
여름철 최대 전력수요가 2014년 7605만kW, 2015년 7692만kW, 2016년 8518만kW, 2017년 8650만kW로 해마다 증가 추세지만 피크 시 공급능력 또한 2014년 8413kW, 2015년 8960kW, 2016년 9240kW, 2017년 9499kW로 증가했다. 혹여 전력설비 고장으로 인한 국지적 정전은 있을 수 있겠지만 전력예비율이 떨어져 대규모 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의미다.

# 지방이전 공기업의 경우 철저한 관리에 한계

일부 정부 청사나 지방이전 공기업의 무분별한 냉방기 사용을 두고 전력업계 관계자들은 다양한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전력예비율이 충분히 확보되면서 절전에 대한 의지가 약해진 게 사실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여름철 냉방기기를 충분히 가동해도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다 보니 과거에 비해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얘기다.
그렇다 하더라도 전력수급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전력수급 대책기간 중 실내온도 18도를 유지하는 정부 청사 내 공간이 있다는 것은 비판받기에 충분해 보인다.
지방이전 공기업의 경우 감독기관인 전력당국이 원거리에 위치해 있어 냉방관리가 허술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력수급 대책기간 중에는 불시에 실태점검을 실시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지만 이외의 시간에는 별다른 관리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감독기관과의 거리만큼 냉방관리에 대한 인식도 괴리가 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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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sh@ele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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