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이 차야 예의를 알고, 입고 먹을 것이 풍족해야 염치를 안다.”

관포지교(管鮑之交)로 유명한 관중(管仲)의 정치 철학이다. 관중은 백성에게 선정을 베풀고 국력을 축적해 자신이 모신 환공을 ‘춘추오패’(중국 춘추시대의 5대 강국)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2700여년 전 중국 춘추시대 인물인 관중의 정치철학은 현대에서도 유효하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는 현 정부의 국정철학도 관중과 맥을 같이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도 미국민의 ‘먹고사니즘’과 맞닿아 있다. 먹고 사는 민생경제문제는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정치인들은 ‘국민을 잘 먹고 잘 살게 하겠다’ 한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그 구호에는 다양한 방법론이 담겨 있다. 기업의 투자로 경제가 돌아가는 ‘낙수 효과’와 저소득층 수입을 높여 경기를 활성화한다는 ‘분수 효과’가 대표적이다. 두 이론은 지난 수십여 년 간 경제정책의 키를 두고 주도권 다툼을 해왔다.

한국은 지난 10년간 보수정부가 양적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을 추진한 결과 소득불평등과 빈부격차가 심화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기문란과 부정부패로 탄핵된 이후 들어선 현 정권은 소득주도·혁신성장을 주창하고 있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 등이 골자다. 분수대에서 세찬 물줄기를 뿜어내기 위한 사전준비작업이다. 세 정책 모두 소비 촉진과 이어진다.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주어라. 그러면 소비가 촉진할 것’이라는 말은 경제학의 해묵은 명제이다. 가난할 사람일수록 소득 대비 소비 비중이 커 소득증가가 소비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대상자의 소득을 높임으로써 소비를 늘리겠다는 방안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고용안정을 꾀하기 위한 것으로, 고용안정은 ‘기대소득의 증가’를 의미한다. 10년, 20년 후에도 고용이 보장된다면 이에 따른 미래 소득에 대한 예상이 가능해지면서, 현재 소비를 늘릴 수 있다.

근로시간 단축도 여가시간이 증가해 소비가 촉진 될 수 있다.

가계 소득 증가는 소비로 이어지고, 소비는 결국 기업의 매출이다. 이를 통해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경제가 선순환으로 흘러가는 것이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기대이다.

문제는 경제정책은 시차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집행되고, 그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의 민생경제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믿고, 기다려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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