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민 라온위즈 대표/ 방송인·칼럼니스트
김수민 라온위즈 대표/ 방송인·칼럼니스트

지금까지 내려진 리더십의 정의는 5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리더십을 이렇게 한 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조니 바나는 “리더십은 과학이 아니고 예술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리더십은 전문성과 윤리적인 삶 외에 로마시대 웅변가들만큼은 아니더라도 스피치 능력과 이미지 관리를 요구한다.

프레젠테이션이나 강의, 설교를 하는 사람들은 듣는 이들에게 설득을 전제로 앞에 서는 리더들이다. 얼마 전 지인 중 한 분이 30년 넘는 외교관 생활을 마무리하며 지인들과 식사하는 자리를 마련했는데, 자서전을 발간하고 싶다는 소회를 들으며 아쉬움이 느껴졌다.

요즈음처럼 책을 읽지 않는 세대에, 일반인들이 알 수 없는 외교 비사들과 혁혁한 외교성과들에 대해 스피치 능력을 키워 강의와 병행을 한다면 훨씬 더 많은 독자와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외교관이나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우리 각자의 삶은 모두 특별하다. 일제시대와 6·25 한국전쟁, 조국의 근대화를 겪어낸 세대들은 더욱 그럴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보다 더 슬프고 기구한 삶을 겪어낸 사람들이 지천이다. 그러한 경험들을 개인의 슬픔으로 끝내지 않고 구성진 표현에 담아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공감과 용기를 주는 내용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면 입지전적 투자 전문가 조지 소르스의 역경의 열매보다 더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리더의 조건으로 신언서판(身言書判), 즉 외모, 언변, 문장력, 판단력을 고루 갖춘 인재를 꼽았지만 요즈음은 언변-스피치 능력이 최고의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피치는 소리 언어(verbal languge)와 비소리 언어(nonverbal language)로 구성돼 있다. 비소리 언어는 표정, 신호, 제스처 등이다. 소리 언어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소리 언어를 강력히 뒷받침한다. 때로는 많은 말보다 고개를 끄덕여주는 공감의 표정과 확신에 찬 눈빛 언어가 소통의 힘을 발휘한다.

나는 스피치 강의에서도 중모음, 장·단음, 대표 음가의 발음훈련부터 목소리 톤과 강약, 속도, 설득화법, 공감언어 훈련에 못지 않게 표정과 제스처로 스피치에 색깔을 입히는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소리 언어와 비소리 언어를 뒷받침하는 리더의 소양과 경험, 윤리성이 뒷받침될 때 숨길 수 없는 진실의 힘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1961년 미국 대선 때 정치 9단인 닉슨을 꺽은 정치신인 캐네디의 이미지 홍보는 세기의 기록으로 남아있다. 라디오토론 때만 해도 ​닉슨의 지지율은 압도적으로 나타났는데 TV토론으로 판세가 뒤바꼈다. 노쇠현상인 무릎통증을 참으며 오로지 논리리적인 토론준비에 열중한 닉슨은 당일 진땀을 흘리며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언어로 자신의 정견을 피력했고, 40대 초반의 젊은 캐네디는 옥상에 올라가 검게 그을린 피부로 건강하고 여유있는 이미지를 연출하며 과거 미국민의 영웅인 링컨대통령의 어록을 인용해 도전과 긍정의 언어로 미국민의 호응을 얻어냈다.

우리나라도 총선과 지자체 선거후보는 물론 대선 후보들의 승패를 가늠하는 첫 번째 요소는 일단 이미지와 스피치 능력이다. 상대가 아무리 공격과 비판을 해도 끓어오르는 분노를 드러내지 않고 여유있는 미소로 맞대응하는 하는 사람이 결국 승리의 깃발을 쥐게 된다. 상대의 짓꿎은 질문과 공격을 견뎌내지 못하고 격앙된 표정과 목소리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면 그 열정과 순수함이 오히려 미성숙한 이미지로 부각되어 안타깝게도 그의 전문성과 함께 침몰하고 마는 경우가 많다.

스피치를 하는 사람은 에피소드를 인터넷이나 SNS에서 퍼오는 것보다 독서를 하든 영화를 보든, 자신과 주변의 경험을 정리해 깊이 있는 통찰력으로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어야 한다. 유튜브로 세계적 스타가 된 한국의 BTS(방탄소년단)의 성공비결은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는데 있었다. 자신의 시행착오와 경험들도 훌륭한 강의, 설교 자료다. 좋은 강사는 좋은 리더십을 갖춘 사람이며 다른 사람들을 훌륭한 리더로 세워나가는 멘토다. 삶과 인격이 갖춰지지 않은 리더십은 곧 한계를 드러낸다. 스피치 강의를 하면서 느끼는 큰 보람은 그나마 아주 조금씩 변화해가는 내 모습을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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