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길게 느껴지던 6월이 지났다. 겨우 달력 한 페이지를 넘겨 ‘7’자가 보일 뿐인데, 왠지 마음이 설렌다.

불쾌한 여름 날씨와 바쁜 업무에 치이며 얼굴을 찌푸리던 직장인들을 웃게 만드는 마법과도 같은 단어 ‘여름휴가’. 드디어 여름 휴가철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기자는 얼마 전 회사에 휴가계획을 냈다. 대단한 것은 아니고 언제부터 언제까지 휴가를 쓰겠다는 일정표다.

언제 휴가를 가는 것이 좋을까 하던 고민 아닌 고민은 아직 날짜가 한참 남았음에도 입가를 씰룩이게 했다.

물론 부지런한 사람들은 이미 몇 달 전부터 꼼꼼히 계획을 세우고, 교통편이나 숙소 등도 예약을 마무리했겠지만 말이다.

날짜를 정했으니, 이제 어디 가서 무얼 할까 하는 선택이 남았다.

근데 막힌다. 일단 휴양지로 가겠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구체적인 장소를 결정하려니 이게 쉽지 않았다.

국내로 가려니, 휴가철 잔뜩 오른 물가에 괜히 손해 보는 기분이다.

해외는 국내처럼 바가지를 쓰는 기분은 아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비싸고, 또 멀다. 이제 기어 다니는 딸아이가 비행기에서 버틸 수 있을까, 다른 승객들에게 민폐는 아닌가 하는 고민도 하게 된다.

재충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잔뜩 부풀었던 가슴은 고구마를 삼킨 듯 답답해졌다.

결국 사람들을 만나면 입버릇처럼 제일 먼저 휴가 어디 가냐고 묻기 시작했다.

상대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주기도 하고, 부러워도 하면서 조금씩 정보를 수집했다. 어디가 좋다더라. 어디가 싸다더라. 이런 얘기들.

그리고 최종 결정을 내렸다. 물론 기자 본인은 아니고, 집사람이.

휴가 고민이 끝난 후 지난 2주를 가만히 돌이켜봤다. 겨우 이런 고민을 왜 그렇게 오래 끌어왔나.

결론은 머니(Money). 뭐니 뭐니 해도 머니, 결국 돈이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행복을 누리고자 했던, 이른바 효율적인 소비를 위한 고민이었던 것이다.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스마트 컨슈머(Smart Consumer)’가 되기 위한 도전이었다고 감히 자평하고 싶다.

물론 과정은 별로 스마트하지 못했다는 걸 인정한다. ‘정보의 바다’ 인터넷을 두고 굳이 입소문을 찾았으니.

그래도 내년에는 더 똑똑한 선택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자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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