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권홍 원광대 교수(HK+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장)
류권홍 원광대 교수(HK+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장)

지금부터 10년 전, 2008년 7월 1일 국제유가는 서부 텍사스유 기준 배럴당 $147.85였다. 4년 전인 2014년 국제유가는 배럴당 $112였고 그로부터 불과 2년이 지난 2016년 1월 국제유가는 배럴당 $29로 추락했다.

그런데 2018년 7월 1일 국제유가는 브렌트유 기준으로 배럴당 $79.23에 이르렀다. 드디어 배럴당 $80의 시대가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2014년에서 2년 후에 약 5분의 1 하락했던 유가가 또다시 2년 만에 약 2.5배 상승했다. 그야말로 널을 뛰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지난 6월 급격한 유가 상승은 없을 것이고, 유가는 진정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가 상승에 대한 예견보다는 오히려 경제성장에 대한 비관적 시각,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달러화 강세 등으로 인해 2017년 중반부터 하락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결국 유가에 대한 예측은 어떤 전문기관이라 하더라도 틀릴 수밖에 없다는 증거만 쌓아가고 있다.

2016년 5월 대비 2017년 5월 원유 수입량은 2.5% 증가에 불과했지만, 총 수입금액은 38.3%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입단가가 무려 34.9% 상승한 것이 원인이다. 국제유가의 상승은 수입에 따르는 부담 증가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대안적 조치를 취할 수도 없는 구속적 지출이다. 또한 국제유가 상승은 1년 전 리터당 약 1450원이던 국내 휘발유 가격을 1600원으로 약 150원으로 약 10% 올랐다. 운송업분야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생활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국제유가의 상승이 OPEC 때문이라고 비난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에게 하루 200만 배럴의 원유를 증산하라고 요구했다. 올바른 주장일까? 유가라는 것이 일반 상품과는 그 성격이 완전히 다른 고도의 정치적 재화라는 것은 오래전에 일반상식 정도의 지식이 됐다.

그러면서도 유가변동은 수요와 공급의 기본적 경제법칙에 의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 2014년 6월 배럴당 $112이던 국제유가가 그 이후로 2017년 8월까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낮은 국제유가는 상류부분에 대한 투자를 포기하게 하거나 연기하게 만드는 중요한 원인이다. 벌써 3년 넘는 기간 동안 상류에 대한 투자가 감축된 효과가 이제부터 나타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원유 판매 수입이 자국 재정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유국들의 입장에서 볼 때, 유가 상승기에는 증산을 꺼리게 된다. 2017년에 2018년의 예산을 수립하면서 예상재정수입을 2017년의 유가를 기준으로 했는데, 2018년 들어 국제유가가 급등하게 되니 필요한 재정수입은 예상보다 빠르게 확보됐다. 즉, 석유를 더 생산해서 팔아야 할 이유가 없게 된 것이다. 오히려 감산에 대한 유혹이 더 커지게 된다. 그들에게 석유는 생명줄인데, 생명줄이 빨리 고갈되기를 원할 이유가 없다. 미국의 증산 압박을 수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라크의 주장이 산유국의 입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오히려 이런 상황을 촉발시킨 사람이 바로 트럼프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과 체결한 합의를 파기하면서 이란에 대한 제재를 재개하게 되면서 국제 석유시장에서 공급측면에 큰 충격을 준 것이다. 주된 원인자가 남의 탓하는 꼴이다.

한편, 미국이 셰일석유를 증산하면 되면 유가가 하락할 수도 있다. 하지만 너무 간단한 생각이다. 그들도 사업가라서 저유가를 싫어한다. 유가가 폭락할 정도로 생산량을 늘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 내의 송유관이 충분하지 못한 관계로 당장 국제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정도의 수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러시아나 베네수엘라 등이 원유 수출량을 늘리면 국제 원유시장이 진정 국면으로 전환될 수도 있지만,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으며 베네수엘라는 자국의 정치적 상황이 복잡해 당장 증산이 어려운 처지다.

유가의 변동에 따라 어렵게 벌어들인 달러를 쉽게 내줘야 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국민과 정치권에 하고 싶다. 해외자원개발을 적폐라는 단어로 뒷방에 가둬놔야 하는지도 묻고 싶다. 이미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해외자원개발을 추진해야 한다. 원유를 들여오지 않더라도 비싸게 팔아서 달러를 벌어오면 되는 것 아닌가. 아직도 그리고 앞으로도 자원사업처럼 수익이 큰 사업은 지구상에 없다. 신발 끈을 다시 조일 때가 되었다.

류권홍 원광대 교수/HK+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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