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4일 타계한 스티븐 호킹 박사는 우주로 향하는 인류의 더딘 몸짓을 한 걸음 앞당긴 인물이다.

양자론, 블랙홀과 관련된 이론 정립에 크게 기여한 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의 별을 보라. 여러분이 보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무엇이 우주를 존재하게 하는 지 궁금해 하길 바란다. 호기심을 가져라’란 명언을 남기는 등 우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환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리고 호킹 박사가 그토록 사랑했던 우주에선 올 여름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우주쇼’가 펼쳐진다. 마치 지구를 떠난 그를 기리는 것처럼.

■지구 가까이 다가온 토성을 만나려면

토성은 지난 6월 27일 밤, 태양-지구-토성이 나란히 늘어선 ‘충(opposition)’의 자리에 놓였다. 올해 들어 토성이 지구에 가장 가깝게 다가온 날이다. 미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에 따르면 토성의 오른쪽 윗부분에 있는 거대 소행성인 베스타도 맨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가까워진 토성을 보지 못했다고 실망하진 마시길. 토성과 베스타는 올 여름 내 관측이 가능하다.

또한 서쪽 하늘에서 밝게 빛나는 목성과 금성도 올 여름에만 만나볼 수 있다.

■개기월식에 화성까지 놓치지 말아야 할 ‘727’

이달 27일은 올 여름 우주쇼의 하이라이트다.

먼저 이날 밤에는 개기월식을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보름달은 지구의 그림자에 달이 완전히 가려져 붉게 빛나는 ‘블러드문(Blood Moon)’이 될 것이라는 소식이다.

천문학자들은 이번 개기월식 시간이 1시간 43분에 달하는 등 이번 세기 중 가장 긴 개기월식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기월식을 전후로 생기는 부분일식까지 포함하면 무려 3시간 55분동안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지는 장관을 직접 볼 수 있다.

화성은 27일 태양-지구-화성이 일렬로 늘어서는 ‘충(opposition)’이 된다. 이후 31일엔 15년만에 화성이 태양과 지구에 가장 가까이 다가오는 근일점의 위치에 놓여 관측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또한 화성의 작은 두 달인 포보스와 데이모스를 볼 수 있을 것이란 소식도 있다.

■지역 천문대와 함께하는 ‘우주쇼’

역대급 우주쇼가 펼쳐지는 만큼 전국의 천문대와 지자체도 손님맞이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개기월식이 진행되는 27~28일 ‘제1회 서울별빛캠핑’을 연다. 노을공원 가족캠핑장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캠핑을 즐기면서 개기월식 우주쇼를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국내 유일의 우주선 발사체가 있는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는 28일부터 8월 1일까지 5일간 ‘제11회 고흥우주항공축제’가 열린다. 사전 신청을 통해 진행되는 나로호 발사현장 견학을 비롯해 각종 상설·기획 전시체험과 다양한 부대행사가 치러질 예정이다.

김해천문대는 오는 9월까지 목성과 토성 관측회를 개최한다. 김해천문대 내 관측실에 설치된 천체망원경 6대를 이용해 계절의 별자리와 함께 각 행성의 모습을 뚜렷하게 만날 수 있다.

장흥군 정남진천문과학관에서도 오는 8월 31일까지 두 달 동안 ‘행성 관측회’가 열린다.

천문대에서는 천체망원경을 이용해 목성의 대적점과 대기의 줄무늬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목성의 위성 중 갈릴레이 4대 위성인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도 관측할 수 있다. 또한 태양계에서 두 번째로 큰 행성인 토성의 행성과 고리가 나뉘어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날씨가 맑은 날에는 고리 사이의 카시니 간극까지 관측이 가능하다.

여름밤에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별 볼일 있는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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