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 관련 불안감 조장 아닌 라돈침대 사용자에 대한
상세평가 통한 정확한 위험도 측정, 대응책 마련 필요”

최근 라돈침대 사건으로 인해 방사선에 대한 공포가 또다시 전국을 강타했다. 생활밀착형 제품인 침대라는 점에서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랜 시간 생활하는 침대에서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사용된 점은 심각한 사안이지만, 라돈에 따른 건강상 영향은 명확히 따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진영우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 센터장을 만나 라돈침대로 인한 인체영향과 센터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어릴 때부터 방사선을 비롯한 미세먼지, 사회적 독성 등이 인체 미치는 영향에 관한 종합 교육이 필요합니다.”

진영우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 센터장은 우리 사회가 ‘안전사회’를 넘어 ‘안심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안전보건에 대한 정확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국민들이 방사선에 대한 객관적 시선을 갖기 위해서 방사선량에 따른 영향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선량방사선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커졌습니다. 하지만 왠지 모를 우려와 공포는 국민 공공보건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단순히 한 가지 독성 물질로만 바라보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위험의 크기에 따라 상대적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합니다.”

진 센터장은 라돈이 인체 미치는 영향은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폐암 발병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폐 이외에 다른 기관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라돈침대 사용자 중 폐암 이외에 질병에 대해 호소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라돈과 딸핵종은 기관지 표피세포에 흡착해 알파선을 내뿜기 때문에 폐암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라돈과 딸핵종이 녹아서 혈액으로 이동할 때는 납이나 비스무스 등 중금속 형태가 되므로 방사선 성질을 잃어 인체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라돈침대 사건과 같은 일이 발생하면 직접 관계가 없어도, 건강 상 이상이 있는 분들이 우선적으로 모이기 때문에 과다 추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라돈침대 사용자와 일반 국민을 비교해봐야 합니다.”

그는 라돈침대 사용자에게 금연을 권하고 있다.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의 위험도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유럽 연구를 보면 라돈에 따른 폐암 발병률이 흡연자는 10%, 비흡연자는 0.4%입니다. 비흡연자보다 흡연자에게 훨씬 큰 위협이 됩니다. 특히 라돈 농도가 100Bq/㎥씩 올라갈 때마다 폐암 발병률이 16% 올라가므로,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의 위험도 격차는 더 커집니다. 장기적으로 금연을 권하는 이유입니다.”

진 센터장은 또 향후 상세평가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번 라돈침대 사건으로 인한 위험도 측정이 정확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라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으로 괜한 불안감을 조장할 것이 아니라 실제 라돈침대 사용자에 대한 상세평가가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라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결과가 나오고, 상세평가를 바탕으로 위험도를 따져봐야 합니다.”

이번 라돈침대 사건에서 방사선 노출에 따른 영향평가는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가 담당하고 있다. 센터는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에 따라 우리나라의 방사선비상 진료능력을 높이기 위해 2002년 설립됐다. 2001년 미국 911테러 이후 방사선 분야에서도 안전한 치료와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센터는 방사선사고 대응의 시작과 끝에 서 있습니다. 우선 전국 24개의 방사선 비상진료기관(지정기관)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으며, 지정기관들이 방사선사고 발생 시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센터는 2016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역량개발센터(CBC; Capacity Building Center)로 지정된 데 이어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 협력센터(CC; Collaborating Centre)로 지정되는 등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기본 뼈대는 갖췄습니다.”

센터는 사고 발생 시 선량 평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방사선량평가’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저선량방사선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저선량방사선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경우 직접적인 사고 대응은 몇 개월이면 종료됐지만, 이후 저선량방사선에 노출된 사람들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습니다. 장기적으로 그분들과의 소통이 중요합니다. 이에 센터는 저선량방사선과 이에 노출된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민간에서 할 수 없는 공공의 영역이며, 장기적으로 사고 피해자들이 생활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사고 대응의 한 축입니다.”

그는 끝으로 전문가로서 이번 대진침대 사건에 대한 책임감과 송구함을 전했다.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확한 정보 전달의 중요성도 실감했다.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서 모나자이트가 생활 속에 존재했다는 사실에 죄송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라돈침대의 위험성은 엎드려 잠을 잔 경우를 가정해 측정한 것이기 때문에 침대에서 조금만 떨어져 있어도 일반 생활공간과 차이가 없습니다. 우정사업본부 직원들이 라돈침대를 수거할 때와 라돈침대를 야외 보관하는 경우에 대한 안전성 평가 결과에서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정확히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 센터에서 라돈 관련 의료상담을 진행하고 있는데, 극히 일부이지만 간혹 격한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계십니다. 직원들이 큰 심리적 충격을 받아 센터장으로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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