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석탄·가스·신재생업계 모두 불만...‘기울어진 운동장’ 정상화 필요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을 공식화한 지 꼭 1년이 됐다.

일각에선 정부의 강력한 에너지전환 정책이 단순히 구호에 그치지 않고 20~30년이 걸릴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의 기반을 닦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반면, 원자력계를 중심으로는 무리한 탈원전 정책으로 갈등만 커지고, 전기요금 인상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연 지난 1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고, 앞으로 20~30년간 어떤 변화가 있을까. 우선 전력수급 측면만 놓고 보면 전력예비율이 워낙 높아 원전 이용률이 크게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불안이 없었다.

비용 측면에서는 탈원전 정책과 별개로 원전 이용률이 50%대로 뚝 떨어지고 대신 LNG 발전비중이 늘어나면서 한전과 한수원의 경영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산업부는 해명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년간 원전 이용률이 감소한 원인은 예방정비 과정에서 발견된 안전과 관련된 문제점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일부 원전이 일시적으로 가동 중지됐기 때문”이라며 “계획예방정비가 끝난 후 하반기부터 원전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면 한전의 재무구조가 개선돼 전기요금에 대한 부담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탈원전뿐만 아니라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많은 정책과 조치도 있었다. 우선 탈원전의 일환으로 지난해 7월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관련 사회적 공론화를 시행했고, 최근엔 한수원 이사회가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 원전 4기 백지화를 의결했다.

또 탈석탄의 일환으로 정부는 노후석탄 7기를 폐지하고, 공정률이 낮은 신규 석탄발전소인 당진에코 1․2호기와 태안화력 1․2호기, 삼천포 3․4호기 등 6기는 LNG로 전환키로 했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봄철 노후석탄발전소 가동을 멈추고 올 하반기부터는 석탄 및 중유발전의 발전을 제한하는 상한제약을 시범 도입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다.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국민 여론도 괜찮은 편이다. 각종 설문조사에서도 찬성이 반대보다 훨씬 많고,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에 따른 비용도 더 부담할 의향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전문가들은 국가 에너지 정책은 문재인 정부 5년만 바라보고 결정해서는 안 되고 20~30년을 내다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 전문가는 “청와대는 5년 안에 성과를 내는데 초점을 맞춰 정책을 추진하지만, 정부 부처 공무원들은 그래선 곤란하다”며 “현재 여건상 향후 5년 정도는 전력수급에 별 무리가 없고, 전기요금 인상요인도 크지 않지만 5년 후에는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단기적 성과를 위해 무리하게 에너지전환을 추진하기보다는 왜곡돼 있는 비용구조나 세제, 시장제도를 정상화하는 게 먼저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왜곡돼 있는 비용구조나 세제, 시장제도를 정상화하지 않고서는 에너지전환의 성공도 어렵고, 그 과정에서 갈등과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안전과 환경을 고려하면 발전연료에 대한 세율 조정이 필요한데, 세율 조정을 하려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정부가 2022년까지는 기저전원에 여유가 있어 전기요금 인상요인은 거의 없다고 단언함으로써 현실에 맞지 않는 요금과 세율구조를 바꾸는 데 쓸데없는 갈등만 초래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현재 수립 중인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포함될 균등화발전원가(LCOE,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드는 환경과 사회적 비용을 반영한 전기생산비용) 산정 과정도 마찬가지다.

또 정부는 외국 사례와 통계를 거론하며 에너지전환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별로 기후와 지형, 면적 등 조건이 달라 일률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전 세계 평균 LCOE는 MWh당 원전 99.1달러, 태양광 66.8달러, 육상풍력 52.2달러로 신재생에너지가 원전보다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등 일부 국가들의 경우 풍력과 태양광이 석탄발전소보다 발전원가가 이미 낮아졌다.

블룸버그는 이런 추세라면 204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5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별로 상황이 다르다. 특히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가 석탄, LNG 등 화석연료는 물론, 원자력에 비해 LCOE가 높다.

우리나라의 에너지원별 LCOE는 현재 ▲풍력 99~155달러 ▲태양광 106~151달러 ▲LNG복합 89~96달러 ▲석탄 58~66달러 등으로 아직 재생에너지와 화석연료간 차이가 크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왜곡된 세제와 비용구조 때문이다. 이를 바로 잡지 않으면 역전이 어렵다.

블룸버그 관계자는 “한국의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LCOE는 일본과 온두라스, 일부 동남아 국가를 제외하고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한국의 인허가 민원 등 개발비용이 전체의 10% 수준을 넘는데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사례다. 여기에 비싼 땅값과 산지개발에 따른 추가 공사비용, 금융비용 등이 높아 LCOE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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