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우 고려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겸임교수
김성우 고려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겸임교수

지난 5월 서울에서 'Asia Leadership Conference'가 열렸다.

세계의 정치 지도자, 기업인, 석학들이 한 곳에 모여 현대 사회가 직면한 주요 이슈들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아시아 최고 수준의 국제 행사로 올해는 ‘위기의 세계화, 아시아의 미래: 평화와 공존의 길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슈뢰더 전 독일총리, 딕체니 전 미국부통령, 비즐리 유엔식량계획 사무총장 등이 참여해, 안보와 평화, 지속가능한 성장, 4차산업혁명 등에 대해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필자도 동 행사에서 ‘클린에너지의 미래’ 세션의 좌장을 맡았는데,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했던 지난해 같은 행사에서 기후변화 세션 좌장을 맡은 지 꼭 일년 만의 일이었다. 지난해와 큰 차이점은 단연 남북미 관계변화였고 많은 세션에서 이 변화를 다뤘다.

필자가 맡은 클린에너지의 미래 세션을 사전에 기획하는 과정에서, 본 세션을 통해 글로벌 리더들이 말하는 최빈국 에너지문제 해결에 대한 경험을 들어보고 이를 북한에 적용해 북한에너지에 대한 실질적 시사점을 도출하고 싶었다.

전세계 70억 인구의 약 1/5(주로 최빈국)이 에너지에 접근이 안되기 때문에 이러한 에너지접근 문제에 대한 해결책 제시는 북한 뿐만 아니라 훨씬 넓은 지역을 대상으로 범용적 효용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세션 토론자를 구성할 때, 이런 문제해결을 위해 돈을 대주는 곳, 계획을 수립해 주는 곳, 관련 정책실행을 이미 성공한 곳, 관련 사업모델을 이미 성공한 곳의 대표를 토론자로 구성했다.

우선 돈 대주는 곳으로 녹색기후기금(GCF) 부 사무총장을 초대했고, 계획 수립해 주는 곳으로는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사무총장을 불렀다.

정책실행 성공경험을 듣기 위해서는 중국 칭와대 환경에너지 전문가를 선택했고, 사업모델 성공사례로 약 4억 명이 전기가 없어 고통 받는 인도에서 가정용 태양광 발전시스템으로 대박을 터뜨린 심파네트웍스(Simpa Networks)의 창업자를 초청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의 1인당 전략소비량이 2016년 기준 비OECD국가의 23%에 그치며 남한의 7%에도 못 미치는 현실이다. 심지어 평양의 고층아파트들도 대부분 겨울철 난방을 포기한다고 한다.

이에 대한 글로벌 리더들의 조언이 쏟아졌다.

GCF는 기금지원을 받기 위해 우선 GCF와 긴밀히 협의할 북한 내 카운터 파트너(National Designated Agency)지정을 권유했고, GGGI는 몽골과 세너갈 등에 클린에너지 보급을 위한 환경조성(Enabling Environment) 지원 경험을 북한에 우선 접목할 것과 소규모전력망 및 지붕태양광 적용 등을 제안했다.

또 중국 환경에너지전문가는 2017년 기준 중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이 26%에 이르렀고, 태양광 신규설비 용량(53GW)은 전세계의 절반을 넘는 엄청난 규모라고 설명하며, 이러한 중국 클린에너지 보급성공의 요소는 주민요구 및 정부의지라고 했다. 여기에 환경에너지 분야 성공벤쳐 신화인 심파네트워크 창업자는 인도의 사례를 들면서 유선통신을 건너뛰고 무선통신으로 바로가는 립 포로그(Leap frog) 전략을 북한 에너지분야에 적용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지난주 북미회담으로 인해 위에서 언급한 글로벌 리더들이 말하는 북한에너지 해결책이 조금은 가까이 느껴지지만 불확실성도 함께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향후 이와 관련된 기획과 실행을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출발선에 서 있는 현재 단계에서 북한과 비슷한 최빈국을 상대로 동 분야 솔루션을 이미 제공했던 글로벌 리더들의 경험을 우리가 곱씹어 보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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