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신산업 활성화 위해선 인센티브 기반의 시장 제도 필요”
“시장과 계통 상호연계 위한 조직개편...양쪽에 대한 기본지식 갖춰야”
“구성원 전문성․잠재력 충분...사람이 아닌 일에 줄서는 문화 만들 것”
“에너지전환 위해선 규제보다는 시장기능 확대․공정한 과세 전제돼야”
“전력시장 중장기적 제도개선 추진...가스발전 2022년까지는 어려울 듯”

조영탁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국내의 대표적인 생태경제학자로, 줄기차게 인류 사회와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강조해 왔다.

그는 생태경제학자답게 경제성, 사회성, 환경성을 조화시키는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와 함께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전환을 중시한다.

다만 그는 급진적인 변화보다는 사회공론화를 통한 합리적인 접근과 공정한 경쟁을 통한 자연스러운 전환을 추구한다. 그래서 신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브리지 에너지로서 천연가스를 중시하는 유연성을 보인다. 또 추상적 당위나 진영논리보다는 현실적 요구에 부응하는 게 중요하다며 실현가능한 접근과 해법을 강조한다.

학자 시절 그는 탁월한 논리와 글솜씨로 여러 권의 책도 내고, 정부 당국자에게 쓴소리도 서슴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지난 14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만난 조영탁 이사장은 “이제는 학자가 아닌 공직자로서 정부 정책을 어떻게 이행하고, 이론을 현실과 어떻게 조율해 나갈 것인지가 큰 고민”이라며 “임기 3년 동안 기관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직원들이 재미있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게 가장 큰 숙제”라고 말했다.

“지난 4개월간 내부 조직을 추스르고, 전력거래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10년 이상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에 참여하면서 전력거래소와 업무를 같이해보긴 했지만, 밖에서 볼 때와 실제 근무하면서 보니 다른 점이 많더라고요. 직원들의 역량이나 전문성은 예상보다 매우 뛰어났습니다. 다만 업무상 칸막이가 있어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경직적인 문화 탓에 가지고 있는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죠. 앞으로 3년 임기 동안 조직 문화를 바꿔 직원들이 가진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열심히 일한 사람이 승진하는 인사시스템을 만드는 데 역점을 둘 것입니다.”

지난 2월 13일 전력거래소에 부임한 조영탁 이사장은 “사람에게 줄서야 승진하는 잘못된 인사 관행과 부서 간 칸막이 업무로 인해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짐을 느꼈다”며 “올해는 에너지전환 등 업무가 늘어나면서 젊은 신입직원들이 대거 입사할 예정인 만큼 사람이 아닌 일에 줄서는 문화를 만들고, 직원들 스스로 열정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게 최대 현안”이라고 강조했다.

“부임하고 근 3개월 만에 조직개편과 함께 첫 인사를 했습니다. 조직개편은 전력거래소의 설립목적과 공공기관으로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초점을 뒀습니다. 전력거래소의 가장 기본 임무가 전력시장의 효율성 제고와 전력계통의 안정성 확보인 만큼 시장과 계통운영의 기능을 연계해 운영본부에서 이를 관장하도록 했습니다. 그동안에는 시장과 계통의 업무가 분리돼 있어 유기적인 협력이 어려웠거든요. 또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을 원활히 이행하기 위해선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중요해 전력수급계획, 전력시장 및 전력계통 운영제도 개발, 에너지신시장을 아우를 수 있는 개발본부를 설치했죠. 신재생에너지가 증가하는 과정에서 실시간 전력수급운영의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중앙전력관제센터를 이사장 직할로 격상하고, 국회·언론 등 대내외 이해관계자, 국민들과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대외협력실도 신설했어요.”

조 이사장은 “인사는 업무효율성을 높이면서 그동안 소외된 부서를 고려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기존 인사시스템 내에서 인사를 하려다보니 한계가 있었던 만큼 하반기에는 인사시스템을 완전히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 이사장은 “성공적인 에너지전환을 위해 전력거래소의 역할과 앞으로의 제도 개선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에너지전환의 핵심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인데, 간헐성과 불확실성이라는 신재생에너지의 특성을 기술과 제도로 극복해야 합니다. 우선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정확한 모니터링과 신재생 발전량 예측이 첫 번째 단추입니다. 그래서 중앙전력관제센터 내에 수요예측팀을 신설했죠. 또 제주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 통합관제시스템을 구축해 실시간으로 출력을 측정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아울러 송배전 설비를 소유하고 있고 인력풀도 풍부한 한전과 협업도 강화해 나가야 하죠. 전력거래소 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거든요. 제도적으로는 시장제도를 개선해야 하는데 주안점은 보상을 확대하는 것입니다. 예비력가치를 적정하게 보상해 실시간 대응이 가능한 DR이나 ESS 등 유연성자원의 시장진입을 촉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조 이사장은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에너지신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전력 비즈니스 플랫폼 구축과 적절한 보상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1MW 이하 신재생에너지발전기와 에너지저장장치, 전기차에서 생산·저장된 전기를 중개사업자가 대신해 전력시장에 전력을 거래할 수 있게 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만일 소규모전력중개사업자들이 정확한 입찰을 하게 될 경우 전력거래소는 소규모 자원을 보다 효율적·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는 만큼 수요관리(DR)사업자처럼 이들에 대한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합니다. 또 6월 한 달간 일반 가정과 소형 점포 등 소규모 전력소비자가 아낀 전기를 전력시장에 판매할 수 있는 ‘소규모 수요자원 거래(국민DR)’ 시범사업도 시행되는데, 이 사업 역시 적정 보상이 있어야 시장이 활성화될 것입니다.”

조 이사장은 “에너지전환이 성공하려면 브리지로서 가스의 역할도 중요하다”면서 “최근 LNG발전과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요구된다”고 했다.

“에너지원 간 상대가격의 왜곡 등으로 원전과 석탄의 비중이 너무 높고, 가스발전은 퇴출될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2022년까지 석탄발전은 늘어나고 LNG발전량은 지속적으로 떨어지죠. 이 때문에 세제개편을 통해 가스에 매겨진 세금을 줄이고, 원전과 석탄에 과세를 늘림으로써 세수도 확보하면서 에너지원 간 상대가격 왜곡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또 가스발전의 역할에 맡는 보조서비스 등 보상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 이사장은 “에너지 세제개편과 전원믹스는 별개로 봐야 한다”며 “비록 세제개편 후에도 믹스가 바뀌지 않을 수 있지만, 공정한 과세는 꼭 추진돼야 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정산조정계수와 환경을 고려한 경제급전 등 최근 전력시장 제도 개선 방향과 관련해선, “현행 변동비기반(CBP) 전력시장하에서는 정산조정계수를 없애거나 가격이나 세제만으로 석탄과 가스 간 급전순위를 바꾸기 쉽지 않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계약시장을 확대하고, 석탄발전 제약 등으로 발전량을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다만 회사별로 물량을 공정하게 배분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으로 내놓은 석탄 및 유류발전의 80% 출력 제한 방안과 관련해선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다고 무조건 석탄발전을 제약하는 게 아니라 전력계통을 고려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지자체와 전력거래소가 협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여러 가지 제도개선과 관련한 현실적인 한계도 언급했다.

“에너지전환과 에너지신산업 활성화를 위해선 제도개선이 필요한데, 그 과정에서 비용증가나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로서도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어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봅니다. 전력거래소도 정부와 보조를 맞춰 단기적 과제와 중장기적 과제로 구분해 에너지전환과 에너지신산업 활성화에 걸맞은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