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

최근 정부가 남북합의에 따라 개성공단 안에 조속히 설치하기로 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의 전력공급을 위해 자가발전기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물론 지난 2013년 개성공단폐쇄 전까지 연계되어있던 경기도 문산변전소와 개성공단내 평화변전소를 재연결해 전력을 공급할 수 있지만, 이는 대내외적으로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는 가운데 개성공단의 재가동으로 비춰질 수 있어 정부가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소해 보이는 이 소식은 향후 북한의 비핵화와 본격화될 대북 전력지원방안 논의에 중요한 메시지를 갖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와 대북 전력지원 둘 다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일 뿐만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많은 시간이 필요한 조치들이다. 향후 북한의 비핵화와 북미관계, 남북관계 모두 성공적으로 진전된다고 전제하더라도 다 쓰러져가는 발전소부터 전봇대까지 북한의 발전, 송전, 배전 모든 과정의 설비들을 정상화시키려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불가피할 것이다.

물론 국내에서는 이미 동서발전이 북한의 기존 석탄화력을 개보수하고 휴전선 인근에 가스복합화력을 건설해 평양의 전력수요를 충당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소식이 국회를 통해 흘러나오기도 했다. 또 원자력계 일각에서는 과거 건설도중 중단된 경수로 건설을 재개하자는 주장도 있다. 반대로 북한의 노후하고 취약한 송배전망을 감안해 처음부터 재생가능에너지 등 분산형 전원을 공급하자는 의견도 다수 제시된바 있다. 이처럼 지금까지 북한 전력지원 방안을 두고 수많은 의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앞으로 훨씬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과거 경수로지원사업과 같은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을 견고한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우리사회는 남북, 북미간 긴장관계가 당장 해소되고 경수로사업으로 대북전력지원이 본격화될거라는 환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다분히 정치적이고 거창한 아이디어들에만 기대어 대북 전력지원사업을 추진하다보면 경수로사업과 같이 단 한 번의 충격으로 일거에 무너지는 경험을 되풀이할 수 있다.

우선 작더라도 불가역적인 전력공급모델 즉 남북, 북미관계가 경색되더라도 북한이 지속적으로 전력난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물론 이를 두고 국내의 야당들이나 미국의 매파 정치인들이 반대할 수 있으나, 북한의 지속적, 안정적 전력공급은 향후 북한의 체제안정, 통일비용의 최소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보장되어야할 문제다. 과거 북한이 경수로 건설지원을 요구했던 것도 결국 대외적으로 북한경제가 봉쇄되더라도 전력을 자급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배경이었다. 물론 지난 20년의 경험을 볼 때 경수로사업은 정치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비현실적인 발상이었다.

둘째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에너지공급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언제 완전히 해소될지 모르는 미국의 대북경제제재에서도 국제사회로부터 지지받을 수 있는 인도주의적인 전력공급이라는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북한 주민들은 산림황폐화로 거의 매년 홍수와 가뭄을 겪고 있고 이에 따라 비상시는 물론 평상시에도 의료시설, 상하수도 시설, 교육시설 등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전력공급이 필요하다.

셋째, 북한주민들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실용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과거 경수로지원사업은 북한의 노후한 송배전망으로 인해 완공되었다 하더라도 북한에서 사용이 불가했고, 결국 남한으로 전력을 송전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러한 원칙들을 감안할 때 역시 작지만 분산형 전원의 우선 공급이 유력해보인다. 물론 보다 대규모의 전력설비 및 기술지원 등이 가능해진다면 더 좋겠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각종 장애요인들과 불확실성을 감안하더라도 분산형 전원부터 점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다만 재생가능에너지는 간헐성으로 인해 안정적 전력공급에 어려움이 있어 다른 분산형 전원으로 보완되어야 한다. 지난 2000년대 북한만큼 전력난을 겪던 도미니카, 쿠바 등 남미 저개발국가들에서 ‘에너지혁명(Revolucion Energetica)’의 상징이 되었던 국내기업의 이동형 디젤발전기는 비록 유류연료를 쓰기 때문에 환경적 우려가 있으나 재생에너지와 상호보완적으로 사용된다면 유력한 기술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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