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주당 법정 최대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야근에 지친 근로자들은 칼퇴근 할 수 있다며 좋아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초과 근로 수당을 미리 정해, 일괄 지급하는 ‘포괄임금제’를 운영하고 있는 많은 공공기관들과 대기업들은 당장 7월부터 주 52시간을 어떻게 지킬지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기자는 얼마 전 모 대기업 임원을 만나 근로시단 단축과 포괄임금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물었다.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은 “삼성은 어떻게 한다고 하나요?”라는 것이었다.

그 분 말씀은 정부 정책에 변화가 생길 때마다 기업들의 대응은 우선 삼성이 어떻게 하는가를 보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1등 기업이자 우수인재가 가장 많은 삼성이 내놓는 대책이 가장 합리적이고, 정답에 가깝다는 것.

기자도 학창 시절 어떤 문제집과 참고서를 사야 할 지 고민될 때 반에서 1등하는 친구가 무슨 책으로 공부하는지를 참고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1등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삼성공화국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삼성공화국이라는 표현은 삼성이 각 분야에 심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우리사회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일종의 비난이다. 하지만 거꾸로 삼성이 얼마나 대단하면 이렇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가라고 바라볼 수 있다. 삼성전자만 해도 우리나라 주식시장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달하고, 코스피200 지수에서의 비중도 23%에 달한다.

2017년 기준 전체 직원 수도 18만 명을 넘는다. 협력업체와 그 가족들까지 포함하면 삼성과 관련된 사람은 족히 1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 삼성이 포괄임금제를 사실상 폐기하고,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정책에 따라서 근로자가 월 단위로 근무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고용노동부가 다음 달 중으로 ‘포괄임금제 지도지침’을 발표할 예정인데, 삼성이 먼저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삼성이 한다고 하니 아마도 다른 대기업과 공공기관들도 따라올 것으로 전망된다.

문득 ‘주유소 습격사건’이라는 영화에서 나온 대사가 떠오른다. “난 한 놈만 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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