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일면 숭실대학교 교수
황일면 숭실대학교 교수

우리사회에 분노가 넘치고 있다. 자신의 감정을 이기지 못해 분노를 표출하며 타인을 억압하고 험한 말과 행동을 자행하며 사회를 어지럽고 험악한 사회로 만드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어느 때부터인지 특정하기는 쉽지않지만, 우리 사회에는 이분법적인 사고와 대결 구도 속에서 상대방을 헐뜯고 비난하며 강경대응하는 것이 해결책인 듯한 모습이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자신의 감정을 강하게 표출하고 주장하는 것보다는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고 수용하며, 자신의 감정을 부드럽게 조절하고 다스리며, 상대방에 맞춰 타협하고 협상하는 것이 모든 관계를 제대로 유지하고 발전시켜갈 수 있는 기본이라는 사실을 인식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필자의 삶을 돌아보면, 내가 느낀 감정을 즉각 드러내고 그 감정대로 행했을 때에 나타난 결과들은 나중에 후회되는 결과를 가져온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화를 내어서 일이 해결된 경우는 전무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그러기에 ‘모든 사람과 더불어 거룩함과 화평을 좇으라’는 말씀과 ‘무릇 지킬만한 것보다 네 마음을 지키라’는 말씀이 내게 크게 다가왔었다. 그렇지 않으면 내 마음이 평안을 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난 아직 마음이 어리다. 하긴 평생을 학문에 매진하던 화담 서경덕선생도 ‘마음이 어린 후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라고 말했거늘….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사실이나, 중년 여성들에게서 많이 발견되고 특히 한국사람에게서만 발견된다고 해서 미국 정신의학회 통계편람에 ‘화병(火病)’이라는 이름으로 실렸다는 것을 보거나, 최근 회자되는 모 그룹의 언어폭력들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감정표현에 익숙하지도 못할뿐더러 감정관리를 하지 못하는 성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즘 태어난지 갓 한 달 지난 어린아이와 8 개월 된 어린아이의 인식능력과 감정표현, 그리고 신체적 성장을 보면서, 인간의 감정은 타고나는 것이며, 성장하는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됐다. 감정의 성장과 관리에는 포용하고 인내하는 것이 우선적인 전제조건임을 또한 깨닫게 됐다.

아이의 엄마가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고 받아주고, 인내하며 포용해주므로 성장할 수 있는게다. 인생은 시고 달고 쓰고 맵고 짠, 다섯 가지 맛이 가득담긴 양념통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한 인생이기에 좌절과 실패, 어려움과 슬픔, 분노와 상처, 눈물 등이 넘쳐나는 시간들을 누구나 대하게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이 ‘어떻게 대응하는가’이다. 그 순간에 일어난 감정을 돌아보고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사람만이 제대로 살 수 있다.

어린아이일 때에는 자신의 욕구충족을 위해 울거나 앙탈을 부리며 즉각적인 표현을 하지만, 성장・성숙한 사람은 참을 줄 알게 되며, 부정적인 감정이나 불평・분노 등을 자제할 수 있을 뿐아니라 주변을 오염시키지도 않는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

공자는 ‘모든 행실의 근본은 참는 것이 으뜸이다(百行之本 忍之爲上)’라고 말하며, 수제자 안회를 자신의 분노를 남에게 옮기지 않고 잘못을 두 번 반복하지 않은 (不遷怒 不二過) 인격자였다고 높게 평가했다. 성경 고린도전서에서는 사랑은 언제나 오래참아야 함이 무엇보다 우선되는 것임을 말하고있다. 남의 가랑이 사이를 기어서 빠져나갈 정도로 인내심을 발휘한 한신을 진정한 인내의 대가로 부르며, 그 고사를 배우는 것은 인내가 지혜로운 것이기 때문이다.

포용할 수 있어야 또한 감정관리를 할 수 있다. 그런데 포용하기가 여간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그 근본원인은 인간의 교만때문이 아닌가 한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으며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임에도 하나같이 사람들은 모두 완벽한 인생을 추구한다. 그러기에 자신뿐이 아니라 남에 대해서도 포용이 어렵다. 불완전한 인간이 다른 사람의 불완전함을 용납하지 못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내뱉으며 포용하지 못한다.

‘내가 옳다’가 아니라 ‘내가 옳다할지라도 60~70%밖에 옳지않다’고 단정하고, ‘남도 옳다’라고 인정해야 남의 의견이나 행동을 수용할 수 있게 되고, 부정적인 감정을 관리할 수 있다.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려하기보다는, 감정을 절제할 줄 아는 인내력, 포용력, 솔직하되 겸손하며 진실된 마음을 키우고, 감성과 이성을 적절히 섞어 자신의 감정을 관리할 줄 아는 성숙한 감정 관리자로, 주변과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남을 행복하게 하며, 삶의 성공과 즐거움을 누려보자.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