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애 국회의원
한정애 국회의원

“남북문제는 유리그릇 다루듯이 하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대북특사단의 방북 결과를 보고 받으면서 했던 당부다. 자존심 강한 북한을 상대하기 때문에 불면 날아갈까 쥐면 부서질까 매우 조심스럽게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지금 상황을 예측이나 했던 것일까. 남북정상의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행보와 기대 이상의 내용을 담은 4·27 판문점 선언까지 마냥 순탄할 것만 같았던 남북관계가 돌연 경색국면으로 돌아섰다.

북한이 한미의 맥스선더 훈련과 태영호 전 북한 공사의 국회 발언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며, 남북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하고 북미정상회담 재고까지 내비친 것이다. 북한 문제제기의 숨은 배경에 다양한 해석과 추측이 나온다. 하지만 북한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들을 논의하고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남북 간에는 지속적인 대화가 담보돼야만 한다.

오랜 기간 쌓인 불신과 반감을 하루 아침에 해소하긴 어려울 것이다. 또한 양측의 통치 체제나 사회적 여건이 다르다보니 이행과정에서 오해가 생길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말했던 것처럼 “우리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의 불만을 이해하더라도 이런 식의 일방적인 대화단절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사태가 이렇게 된 데에는 우리 정치권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4·27 남북정상회담에 전세계와 우리 국민 다수가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 야당은 남북정상회담을 ‘위장평화쇼’, ‘먹방쇼’ 라며 애써 그 성과를 깎아내렸다.

또한 남북고위급회담과 한미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을 앞두고 있는 매우 중요한 정국에서 태영호 전 북한 공사를 국회로 불러 굳이 북한을 자극시켰다. 중요한 협상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를 배려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서로 간의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좋은 결과는커녕 지금처럼 대화조차 어렵게 만든다.

남북문제는 남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문제이자 한반도의 운명이 걸린 절체절명의 문제다. 보수야당은 남북문제를 당파적 이익으로 접근해선 안된다. 초당적인 협의와 결정이 이루어지는 영역으로 다뤄야 한다. 철 지난 색깔론과 이념의 굴레에서 벗어나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서 탈냉전적인 사고와 비전을 갖고, 정부 노력에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

정부도 보수야당과 성과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 남북 화해와 평화는 특정 세력이 독점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우리가 공유해야 하는 공공재이다. 우리의 전철이 잘 말해주고 있듯 남북문제는 한 정권의 임기 내에 해결할 수 없다. 과거 정권에서 정상회담 등을 통해 수없이 많은 약속을 해왔지만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약속이 위반되거나 파기돼, 결국 남북 간의 불신과 감정의 골만 더 키워왔다.

남북관계의 장기적이면서 항구적인 신뢰관계 구축을 위해서는 보수야당과 화합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 성과 공유를 통해 정치권이 하나가 되어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지한다면 북한에 지속성과 신뢰성을 보내줄 수 있고, 남남갈등 해소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정부도 대북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보다 큰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국회도 정부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 남북국회회담을 추친해 북한에 남북화해와 협력이 초당적이며 정권교체 여부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추진되는 것임을 확인해줘야 한다. 필요하다면 남북협력기금 예산 집행과 남북관계발전법 등의 개정을 통해 북한이 원하는 대북지원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남북문제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더 나아가 전 세계 평화 질서 재편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이슈다. 여전히 남북분단 체제를 지지하는 세력이 있어 언제든 또다시 큰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앞으로도 수없이 많은 난관과 암초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노심초사 유리그릇을 다루는 정부에 우리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더해야 할 때다.

한정애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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