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두영​ (주)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허두영​ (주)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인사팀에 근무하는 곽 대리는 새로 입사한 탁 사원 때문에 불편하다. 탁 사원은 대학 토론 동아리 2년 선배이다. 호칭부터 고민이다. 말을 놓을 수가 없다. 박 팀장은 고교 동기인 심 과장을 직속 부하직원으로 맞이했다. 심 과장은 미국 명문대 박사학위 취득 후 뒤늦게 특채로 입사했다. 박 팀장 입장에서는 직장 경험도 없는 심 과장에게 어디서부터 어떻게 조언할지 막막하다.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대학생들에게 1~2년 휴학은 기본이다. 통계로는 평균 구직 기간이 3.1개월이라지만 실제 체감 구직기간은 훨씬 길다. 나이 제한까지 폐지되면서 신입사원 고령화가 심화하고 있다. 공공, 민간 조직 할 것 없이 일명 족보가 꼬이는 현상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탁 사원과 심 과장처럼 나이 많은 부하직원과의 소통 문제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장유유서, 연공서열로 대표되는 나이 문화가 일상이다. ‘슈퍼 루키’라고 불리는 나이 많은 부하 직원을 맞이한 나이 적은 상사의 마음은 편치 않다. 상사가 더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례들이 과거에는 흔치 않아서 조언과 정보를 구하려고 해도 마뜩잖다. 대책이나 계획이 없이 서먹하게 지내는 경우가 많다. 뭔가 다른 리더십이 더 요구되는 상황이다. 좋은 리더는 지위나 나이에 상관없이 영향력을 같게 발휘한다. 필자가 인터뷰를 통해 만난 그들의 공통점은 성품이 좋다는 점이다. 그들 중 상당수는 나이 많은 부하직원과 일하면서 별문제를 겪지 않는다. 성품을 지닌 리더들이 나이 많은 부하직원과 소통할 때 보이는 특징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언어의 수직적 권력 구조를 없앤다. 좋은 성품의 리더는 일상 중 사용하는 언어의 권력부터 내려놓는다. 그들은 나이가 많든 적든 부하직원에게 존칭을 쓰는 경우가 많다. 존칭은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는 연습이다. 존칭은 스스로 상하 관계의 권력구조를 허무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필자도 모든 사람에게 존칭을 쓰는 훈련을 하고 있다. 쉽지 않지만 변화가 생겼다. 언어를 바꾼 건대 생각과 행동이 변화하는 것을 느꼈다. 말을 할 때 조심스러움이 업무를 할 때도 이어졌다. 좋은 성품의 리더들은 나이 많은 부하직원에게 존칭을 쓰기 모호한 상황일 때 호칭을 ‘OO님’으로 부르며 공손한 말투를 쓰려고 노력한다.

둘째, 상호 존중하는 파트너 관계를 만든다. 좋은 성품의 사람 중 상당수는 나이 많은 부하직원을 협력자 내지는 파트너로 대한다. 종속 관계가 아니라 공존 관계로서 인식한다. 윤 본부장은 나이 많은 부하직원 김 차장의 장점을 잘 활용한다. 김 차장은 나이에 걸맞게 업무 노하우가 출중하다. 윤 본부장은 김 차장이 본부 구성원들에게 프로젝트 전문성을 전파하도록 격려하고 학습 분위기를 조성한다. 영업 통인 본부장은 자신에게 부족한 직원 육성 역량을 김 차장을 통해 보완한 것이다. 윤 본부장에게 김 차장은 든든한 파트너 그 이상이다.

셋째, 주저하지 않고 의견을 말할 수 있는 팀 분위기와 규칙을 만든다. 직급을 뺀 호칭이나 영어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방법이다. 좋은 성품을 가진 사람들은 솔직하게 자기 의견을 얘기할 수 있도록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문화를 조성한다. 지인 중 최 대표는 직원을 대할 때 영어 이름을 부른다. 신입사원도 편하게 자신의 의견을 얘기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또 다른 지인 중 박 팀장은 조직개편으로 대학 1년 선배인 임 차장을 부하직원으로 맞이했다. 박 팀장은 임 차장과 술자리를 만들어 규칙을 정했다. 공적으로 만날 때는 서로 존칭을 쓰고 사적인 자리에서는 형, 동생 하면서 편하게 지내자고 한 것이다. 임 차장은 허드렛일을 마다하지 않고 나서서 하며 적극적으로 팀장을 돕는다. 팀장 없는 자리에서 얘기할 때도 의식적으로 ‘팀장님’이라고 존칭을 사용한다.

필자는 군대에 늦깎이로 입대해 나이 많은 후임병 시절을 겪었다. 자대배치를 받고 어리바리 적응 못 할 때 동생뻘도 안 되는 선임병들에게 욕 꽤 들어먹었다. 군에 적응하고 제 역할을 할 때쯤, 선임병들이 나이대접을 하고 인생 상담을 해오기까지 했다. 나이 많은 부하 직원도 상사가 까마득하게 어리고 버릇이 없더라도 깍듯하게 대할 줄 알아야 한다. 필자가 인터뷰한 나이 많은 부하직원 중에는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못 하면서 나이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나이로 대접받으려고 하기보다는 먼저 솔선해야 하지 않을까? 어색한 관계를 깨뜨리기 위해 서로 줄탁동시 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세대와 나이를 초월해 존경받는 리더들은 공통으로 부하직원을 동등한 인격체로 대한다. 그들은 권력에 취하지 않으려고 스스로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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